수술·당직·연구로 지쳐도 '자세' 강조한 흉부외과 교수
단국대병원 의료진, 故 서필원 박사 추모···'선생님, 당신 제자라서 행복했습니다”
2021.07.06 05:44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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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최근 61세를 일기로 영면(永眠)한 단국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서필원 교수를 향한 제자들의 애틋한 사사곡(思師曲)이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의료계 특유의 문화였던 두터운 사제(師弟) 관계가 요원해진 요즘 스승을 그리는 제자들의 목소리인 만큼 적잖은 의미로 다가온다.   

수많은 생명 살렸지만 정작 본인은 61세 짧은생 마감 안타까움

더욱이 30년이 넘는 세월 술기에 대한 열정으로 수 많은 생명을 살리고도 정작 당신은 육십갑자 윤회를 갓 넘긴 짧은 생으로 제자들을 호곡(號哭)하게 만들었다.

 

단국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제자들은 소탈한 행보, 큰 가르침이라는 제하의 추모사를 통해 서필원 박사를 기렸다.

 

제자들이 기억하는 서필원 박사는 손기술의 귀재였다. 눈이 밝고 손은 떨지 않으며 매서웠다. 수술이 업()인 흉부외과 의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진정한 칼잡이였다.


그럼에도 소환되는 스승의 기억 첫 마디는 술기가 아닌 자세였다. “흉부외과 의사는 환자를 대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스승의 평소 가르침이 투영된 탓이었다.

 

단국대학교병원 개원 멤버인 서필원 박사는 전공의 한 명 없는 신설병원 흉부외과 막내교수로 부임해 불철주야 수술방을 지켰다.

 

수 많은 응급상황 호출과 수술, 당직, 연구 등으로 녹초가 되기 일쑤였지만 제자들에게 늘 자세를 강조하며 의국원들을 독려했다.

 

때문에 다른 병원 교수들이 고인 밑에서 수학한 전공의들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것은 당신이 평생을 실천한 삶의 후광이라고 제자들은 감히 평가한다.

 

특히 서필원 박사의 가르침은 현재 단국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의국 문화이자 전통으로 자리잡아 후배와 제자들도 그 삶을 따르고 있다.

 

술기에 대한 열정도 상당했다. 고인이 손수 정리한 수술기록지만 4000장 이상이다. 건수로는 2000건 이상의 수술을 집도했다. 모든 수술기록을 직접 남겼다.

 

2011년 심장수술 1000, 2018년 중부지역 최초 심장수술 1500례 달성 역시 고인을 필두로 이뤄진 의미있는 업적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제자들은 스승의 현란한 손기술 보다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 더 큰 존경심을 표했다. 익숙한 수술법 대신 새로운 술기를 공부하고 실제 시도하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의국 최고참 칼잡이의 새로운 술기 도전에 후배들은 당혹스러워 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학술모임에 게을리하는 후배들에게는 여지없이 따끔한 충고가 날아들었다.

 

병마와의 오랜 사투로 기력이 쇠해 입원을 하면서도 후배들에게 외래환자를 부탁하는 투철한 책임감은 참스승이 보여 줄 수 있는 가르침 그 이상의 울림이었다.

 

단국대병원 흉부외과 류경민 교수는 동료들에게 늘 유쾌하고 믿음을 주는 의사였고, 환자들에게는 지극 정성을 다한 분의 제자여서 행복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칼국수를 유독 좋아하셨던 소탈한 선생님이 사무치게 그립다그동안 배운 참되고 선한 인술(仁術)을 베풀면서 신실하게 의업(醫業)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폐식도, 관상동맥질환, 심장판막질환 권위자인 서필원 박사는 1985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마치고 국군수도병원과 부천세종병원을 거쳐 1994년 단국대학교병원 개원과 함께 진료를 시작했다.

 

이후 미국 베일러의대 메소시스트병원에서 연수했고, 단국대병원 흉부외과 과장을 역임하며 중부권 심장수술의 메카로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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