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준수했는데 환자 낙상사고···'병원 책임 속단 안돼'
대법원 '현 의료수준에서 충분한 조치, 과실 입증 부족' 파기환송
2020.12.04 13:1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낙상사고 방지 매뉴얼을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낙상사고를 당해 뇌손상을 입은 사건에서 병원 측 책임을 속단하긴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A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구상금청구 소송에서 병원 측 과실을 일부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 2017년 A대학병원은 급성담당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B씨에게 입원 조치를 했다. 
 
경피적 담도 배액술 및 도관 삽입술을 실시한 의료진은 수술 이후 혈압 저하 및 고열 증상이 발생하자 B씨를 중환자실로 옮긴 후 산소투여 등의 치료를 했다.
 
입원과정에서 A대학병원은 낙상 위험도 평가도구 매뉴얼에 따라 B씨를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분류했다.
 
그리고 ▲침대 높낮이 조정 및 바퀴 고정 ▲낙상사고 위험 표식 부착 ▲난간 안전벨트 사용 등 낙상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B씨에게 안전교육도 실시했다.
 
하지만 B씨는 입원한지 며칠 만에 낙상사고로 뇌를 다치게 됐다.
 
당시 간호기록에 따르면, 사고 당일 간호사는 오전 3시 25분경 B씨가 수면 중인 것을 확인했다. 3시 45분경 약을 정리하는 등 근무를 계속했던 해당 간호사는 오전 4시경 ‘쿵’하는 소리와 함께 B씨가 머리를 찧는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대학병원이 낙상사고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총 1억 6665만원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냈다.
 
이어진 재판에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A대학병원 측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낙상 고위험군 환자인 B씨에게는 병원측의 더욱 높은 주의가 요구됐다”며 과실이 일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B씨가 안전벨트를 풀고 낙상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소음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병원 직원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며 "병원 측에 60%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병원 측 과실이 충분한지 단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침대 근처에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않은 것을 주의의무 위반 근거로 삼고 있으나,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 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 나아가 병원이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의료행위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를 규범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병원이 낙상 방지를 위해 취한 여러 조치는 현재 의료행위 수준에 비춰 부족함이 없었고, 간호사가 B씨상태를 마지막으로 살핀 뒤 불과 약 15분 후에 낙상사고가 발생한 것을 갖고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면서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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