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증가 등 의사-환자 관계 법적 규정 '후유증'
김기영 교수 '의사 의료행위 축소 우려' 지적···'환자 법적지위 최대화 아닌 최적화 중요'
2021.04.16 15:0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신지호 기자] “의료행위 처벌 입법은 환자의 법적지위 최대화가 아니라 최적화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의료행위 형벌화의 제문제 Ⅱ’에서 김기영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의사 형사처벌 현황’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현 의료행위에 대한 법원의 형사 처벌은 수치상 과한 측면이 있으며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의사 의료행위가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게 김 교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의사와 환자 사이를 법적 관계로 규정할 경우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의사는 위험한 수술을 하지 않게 돼 방어적으로 진료할 수 밖에 없고 법적으로만 대응해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교수는 "한국은 의료 접근성뿐만 아니라 사법 접근성도 높다. 고소·고발 남용은 수사기관의 업무량 폭증과 수사력 낭비, 사법비용 증대, 피고소인·피고발인 권리 침해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법은 의사와 환자 관계를 안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보호기능과 남용 방지기능 등을 제공하지만 의사와 환자 사이 모든 분쟁을 법적으로만 해결하려는 법 만능주의는 의사의 의료 행위를 많이 축소시킨다는게 김교수의 논리다. 
 
김 교수는 “입법은 환자의 법적 지위를 최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적화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김 교수 주장은 법 만능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논리로 지난 2012년부터 급증하는 의료 형사판결 분석결과에 근거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는 발생하지 않았던 않았던 의료 형사판결(피고인 수 기준)이 2012년부터 급격히 늘어났다.
 
2006년에는 1건이었고 2007년, 2008년 0건이었으며 2010년까지 총 6건이었던 의료 형사판결이 2012년부터 29건, 2013년에는 34건, 2014년에는 41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어 2017년에는 81건으로 전년대비 두배이상 늘었으며 작년에도 61건으로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김 교수는 "의료 형사 판결이 의원급이 절반 이상이었으며, 전문과별로는 정형외과·산부인과·성형외과 등이 50%를 넘게 차지했다"며 "과실과 인과관계를 모두 인정한 사례는 224건, 과실은 인정됐지만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례는 9건"이라고 밝혔다.
 
독일에서는 과실과 인과관계 인정 비율이 24%인데 비해 한국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의료 판결 증가 원인이 의료상업화와 경제성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의료 상업화와 경제성 원칙이 강화되면서 의사가 여러 환자를 동시에 진료하는 경우가 많아 의료사고 발생이 증가했고, 간호사 부족으로 환자의 경과 관찰을 꾸준히 못하기 때문에 의료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인의 의료행위 형사 판결 증가 원인을 모두 의사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것이 김 교수 주장이다.
 
특히 김 교수는 “인적, 물적 자원 부족으로 책임여부를 살펴보면 수술상 과실과 술기상 과실이 전체 과실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의사의 직업 활동에 대한 법적 위험영역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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