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제, 명찰법, 설명의무법, 원격의료법 등 의료계를 위협하는 법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단단히 뿔이 난 의사들이 곧 다가올 대선에 앞서 심기일전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 느낀 실망감이 그대로 표출되면서 이번 조기대선에 힘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23일 충남 온양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된 제68차 충남의사회 정기대의원총회에는 민초의사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대의원회 김영완 의장은 “다행히 원격의료법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계류돼 있다”며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면 의료악법과 규제들이 나온다”고 성토했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현지확인이 무려 1000회를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며 “과연 환자들을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진료환경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오인시켜 환자와의 괴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완 의장은 “주사, 약, 그 어떤 치료수단보다 중요한 게 바로 의사와 환자의 신뢰”라며 “이제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더 이상은 의사들이 참고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선의 진료와 국민 건강 향상을 위해서라도 만약 진료실을 찾은 환자들이 묻는다면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조성하고 질서를 바로잡는 후보들을 추천하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는 그 동안 의사들이 법이나 정책에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녹아 있다.
박상문 회장도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경계하며 의사들이 이번 대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 회원들에게 투표의 중요성을 환기시킨 것이다.
박 회장은 “2015년 메르스 당시 의료계의 피해와 희생이 있었음에도 전문직을 대하는 위정자의 비교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며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지배를 받는 것”이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현재 충청남도 의사회에는 보건소장 의사 출신 임명, 세종시 보건지소 운영 등 행정당국과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 실제 천안시는 보건소장에 의사가 진출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추진 중이다.
박상문 회장은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는 세종시에도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또한 천안시가 최근 ‘의사를 보건소장으로 임명했을 때 단점’들을 담은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행정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표적 규정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충남의사회는 천안시의사회의 법적 대응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천안시의사회가 외양간을 고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내년 4월 지방선거까지 의료계는 힘을 모을 것”이라며 “의사들이 두 눈 부릅뜨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의료계의 분노감 표출에 공감을 표하며 향후 대선 참여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양승조 의원은 “의사단체는 물론이고 어느 단체도 본인의 직역에 대해 함부로 대하는 정치인과 정당을 뽑는 것은 맞지 않다”며 “지난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에서도 전문가들에게 해준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 직역을 함부로 하고 소홀히 하는 정치인을 뽑아준다면 푸대접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그동안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을 보면 직역 간 싸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적잖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방향이 의료계가 선정한 대선 아젠다와도 부합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양 의원은 “일차의료 육성,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은 의료계와 함께 호흡을 맞춰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또한 대통령 후보 공약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충남의사회는 2017년 예산안으로 2억6352만8127원을 확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