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제안 ‘더 뉴 건강보험’ 관심 집중
“이제는 바꿔야 한다” 절박감 표출, 복지부 “검토 후 의료계와 논의 지속”
2018.07.18 11:1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승원기자/기획 4]대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에 제시한 일명 ‘더 뉴 건강보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취임 이후 재개된 의정협의체 회의에서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에 더 뉴 건강보험을 제시했다.

고질적인 3저(低) 문제(저부담-저급여-저수가)를 해결하고 국민건강보험만으로도 환자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 뉴 건강보험’이 과거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 뉴 건강보험’을 둘러싼 쟁점이 무엇인지,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과는 어떻게 다른지 짚어봤다.
더 뉴 건강보험, 어떻게 세상에 나왔나

더 뉴 건강보험은 의협 최대집 회장이 의정협의체 상견례에서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에게 제시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의협에 따르면, 더 뉴 건강보험은 크게 ▲정부의 재정 투입 확대 ▲국민이 체감하는 보장 확대로 분류된다.

‘정부 재정 투입 확대’의 구체적 방법으로는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 규모를 OECD 수준으로 상향 ▲건보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확대 ▲건강 유해요인에 건강부담금 신설 등이 포함된다.

이어 ‘국민이 체감하는 보장 확대’ 방법으로는 ▲의료비 대비 공공재원 비중 증대 ▲건보 역할 강화를 위한 민간의료보험 축소 등이 제시됐다.

골자는 결국 건보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을 확대해서, 실손의료 보험 역할까지 건강보험이 대체토록 한다는 것이다.

의협 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최근 10여 년 간 실손 보험이 많이 늘었는데 어떻게 국민 부담을 줄이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새로운 건보시스템을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 '더 뉴 건강보험'을 복지부에 제안했다”며 “올바른 의료환경을 정립하는 것이 이번 의정 협의의 핵심 의제다. 올바른 의료환경을 정립해 안정적이고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도 “건보 재정은 한정돼 있는데 높아진 국민의 수요를 감당하려니 일선 의료기관을 쥐어짜고 있다”며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금의 건보 제도가 1970년대에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와 지금의 경제상황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지적했다.

전(全)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시행된 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건보제도에 여전히 이전 상태로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방 부회장은 “땜질 처방에 급급하지 말고 이제는 건보제도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건강보험 하나로 보장성 강화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더 뉴 건강보험’이다. 이제 새로운 건강보험 제도 틀 안에서 국가가 국민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뉴 건강보험,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 제기

더 뉴 건강보험 발표 이후 의협 최대집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 뉴 건강보험이 과거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과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최 회장은 “더 뉴 건강보험을 문자 하나하나 말 그대로 축자적으로 해석해서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과 같거나 문재인 케어나 마찬가지라고 하는 것은 진위 왜곡”이라며 “더 뉴 건강보험과 건보 하나로 운동이 같다는 의견은 전혀 공부가 돼 있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보장성 확대 방법으로 건강보험 역할 강화를 위한 민영 의료보험 축소가 포함됐다는 점이 건보 하나로 운동과 비슷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실제로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과거 제안됐던 운동이다.
때문에 더 뉴 건강보험에서 제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은 물론 문재인케어와도 유사 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최대집 회장은 “건보 하나로 운동은 우리나라 의료가 사회주의나 전체주의로 가야한다는 망상적인 정책이자 실현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더 뉴 건강보험은 철저히 현실주의적 정책이다. 비급여 존재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보충형 민영의료 보험의 역할도 인정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더 뉴 건강보험은 건강보험이 국민 의료비 대부분을 책임지고 실손보험이 의학적 필요성을 인정하는 비급여에 대해 보장을 해주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더 뉴 건강보험이 보장성 강화를 위한 실손보험의 반사이익을 줄여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문재인케어가 시행돼 건강보험 보장성이 높아지면 민간보험의 지출이 3조800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최 회장은 “보충형 민영의료보험의 10%만이라도 건강보험 재정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5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이 건보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며 “더 뉴 건강보험은 건보의 내실화를 꾀하면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더 뉴 건강보험에 대한 비판은 이 뿐만 아니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에 실손보험까지 커버하는 건보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주장 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 회장이 더 뉴 건강보험을 복지부에 제안하기 전(前) 의료계 내부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협은 의견 수렴 부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더 뉴 건강보험의 방향성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대집 회장은 “재정 투입이 증가되면 수가 인상에 사용할 수도 있지만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내고 국고지원을 하는 등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데 의료계를 위해서만 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더 뉴 건강보험의 세부적인 내용인 수가체계 개편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의료전달체계 개편, 비급여의 인정 범위 문제, 건보와 실손의료보험의 관계 설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하고 내부적인 연구와 외부 전문가들을 동원한 연구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도 “내부적인 의견 합의 과정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앞두고 복지부와 의정 협의를 재개하게 돼 평소에 최대집 회장이 생각하고 있던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제안보다는 시스템을 올바르게 바꾸자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제부터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건보 보장성 강화 종합계획과 연계 방안 검토"

의료계로부터 더 뉴 건강보험을 제안받은 정부도 의협이 제시한 방안을 검토 한 뒤 논의를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종합계획에서 새로운 건강보험 제도를 구축할 수 있는 데 반영토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정윤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의정 협의에서 논의됐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심사체계 개편 등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970년대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 현 건강보험제도도 이제 40년이 지났다. 외국에서도 벤치마킹한다는 국민건강보험제도지만 저부담과 저수가 등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했다.

논의의 불씨는 당겨졌다. 의협은 복지부에 더 뉴 건강보험을 제시했다. 이름이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다. 이를 계기로 새로운 건보제도에 대한 논의가 가능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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