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사 지휘 개정안 놓고 의료기사들 이견
이종걸 의원, 대표 발의…전의총 '의사 지도 아래서만 가능' 주장
2013.06.24 12:00 댓글쓰기

의사의 지도가 아닌 처방에 따라 의료기사가 해당 업무를 할 수 있게 한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 뿐만 아니라 의료기사들 간에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 개정을 통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의료기사가 사실상 한정돼 있고, 영향을 받지 않는 의료기사는 오히려 이 법으로 의료기사와 의사 간 갈등이 촉발되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의료기사가 의사의 지도 또는 감독이 아닌 처방에 따라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의료기사는 이 법 이외의 다른 법률에 따른 업무시설이나 가정 등에서 의사나 치과의사가 발행한 처방에 따라 해당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의료계는 개정안이 의료기사들이 단독개원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여겨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법안 추진을 도운 일부 의료기사협회와 이종걸 의원은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 개정 주도한 협회에 물어야”

 

지금까지 이 법은 의료기사-의사 간 갈등 양상으로 비춰졌으나 의료기사 내부적으로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기사와 의사 간 대립 구조가 형성되니 오히려 이 법안 추진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사 관련 협회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법안 추진에 참여하지 않은 한 협회 관계자는 “그 법안을 추진한 곳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우리는 그 법과 큰 관련이 없다”며 입장 표명 자체를 피했다.

 

또 다른 협회 관계자는 “법안 자체가 우리와 큰 관련이 없다. 또 법안을 발의하려면 서로 협의가 있어야 하고 공청회 등도 해야 하는데 이러한 면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원치 않게 갈등에 휩싸인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누구나 권리 주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직역의 권리·권한까지 침해하면서까지 본인의 것을 취하려들면 결국 싸움이 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갈등사항으로 이어진다면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이다”라며 사실상 발의 법안에 대한 부정적 뜻을 내비췄다.

 

의사단체 "국민건강권 심각히 훼손하는 잘못된 입법행위"

 

이 가운데 전국의사총연합은 24일 성명을 통해 “이종걸 의원은 의료인의 입장을 부정, 제한된 범위를 의료기사의 배타적업무영역이라 왜곡 확대 주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본적으로 의료기사는 의료인이 아니며, 의사의 지도아래 대통령령이 정한 범위 내에서만 업무가 가능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전의총은 “의료기사 법령에 환자의 채혈이 명시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기사의 배타적 업무라고 설정, 정작 의료인인 의사, 간호사는 채혈을 하지 못하게 강요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의료인이 아닌 임상병리사가 채혈이 가능한 이유는 환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의사의 지도가 있기에, 필요한 만큼의 채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의총은 “단지 의료기사의 업무수행을 위해 발의된 개정안은 의료인인 의사에게 당연하게 부여된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의 과정을 방해한다”며 “의사의 진료권과 국민의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를 주는 입법행위”라고 강조했다.
 
전의총은 의료기사 독립영업권을 인정할 경우, 현실적으로 치료의 결과를 더 알 수 없게 만들어 환자들의 진료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전의총은 “지난 2010년 의료기사 법 개정을 실패한 이종걸 의원은 누구보다도 이 같은 진실을 잘 알 것”이라며 “특정 직종만을 위해 다시 이런 무리수를 두는 저의가 궁금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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