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없는 중환자실 해법은 의료법 개정'
2009.04.22 00:41 댓글쓰기
올해 처음으로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가 무려 1040명이나 탄생했다. 400명에 웃도는 대한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 참석인원도 몇 해 전부터 관심이 높아져 작년에는 평소보다 두배 이상인 80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는 벌써 사전등록만 840명이다. 중환자의학회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학회는 오는 24일~25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제29차 대한중환자의학회 정기학술대회 및 제9차 한일중환자의학회 합동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그만큼 여느 때보다 더욱 의미 있는 학술대회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회 고윤석 회장은 개선돼야 할 중환자실 환경을 매섭게 비판했다. “의료계에서 우리 모두 함께 사기가 진작돼 있을 때, 바로 지금이 한국 중환자의학을 개선할 수 있는 적기”라며 정부 당국의 개선 의지 필요성을 피력했다.[편집자주]

“성인중환자실에 반드시 전문의를 배치해야 함에도 현 의료법에는 ‘둘 수 있다’로 규정돼 있어 인턴, 레지던트라도 상관없는 환경이다. 모든 중환자실에 전문의 배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면 적어도 1, 2등급 중환자실만이라도 전문의를 배치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대한중환자의학회 고윤석 회장[사진](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은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경우 중환자는 중환자 전문의가 봐야하고, 병상 : 간호사 비율이 1 : 2를 넘지 않는다고 간단히 명시돼 있다”면서 국내 중환자실 인적시스템 등 구조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난 200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중환자의학회가 중환자실 사망률 실태조사를 한 결과 2003년 1월~3월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가 사망한 비율이 11.9%를 기록했다. 고 회장에 따르면 이는 너무 높은 수치라는 것.

고윤석 회장은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사망률은 연 평균 5% 미만이며, 1일만에 사망한 환자는 18.6%, 1달만에 사망한 환자는 23% 정도”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 보다 안전하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환자실에는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해 있지 않다. 전담 의사 부재로 인턴, 레지던트가 순환 근무를 서게 되고, 그 과정 중 환자를 담당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현장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고윤석 회장은 “응급실에서 잘 조치돼 중환자실로 옮겨오는 환자들이 전문의가 아닌 인턴, 레지던트에게 맡겨져서는 되겠느냐”면서 “이런 상황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에도 쉽게 법 개정이 되지 않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에서는 중환자실에 상주하는 전문의를 두는 것이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일례로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은 1병상 당 8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전체 173병상을 놓고 보면 1년에 120억원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에서 고 회장은 “모든 중환자실을 대상으로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1, 2등급 중환자실에는 전문의가 반드시 배치되도록 하고, 병상료가 현실화 돼 원가 보존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환자실 원가를 계산해보면 수익을 보장하지 않더라도 원가만이라도 보장하기 위해서는 1:2.5 1등급 병상료 수가를 현재 13만원에서 최소 28만5000원정도 돼야 한다는 게 중환자의학회의 요구다.

또한 학회는 올해 첫 세부 전문의로 중환자의학회 전문의 1040명을 배출, 체계적인 교육을통해 질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고 회장은 “세부전문의를 취득한 후에도 5년마다 자격 갱신을 해야 한다”며 “연수평점 총점이 100점 이상 되지 않으면 자격 갱신을 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올해 9월부터 미국중환자의학회와 합동으로 세부전문의들을 대상으로 3일간 리뷰 코스를 연다”며 “5년 중 반드시 이 코스를 이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올해 학술대회가 여러모로 의미도 깊고 중요하다”며 “국내 중환자의학 진료를 향상시키고, 보다 안전하게 제대로 치료받아 진료성적이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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