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식 변신 ‘무죄’···시대따라 무한 ‘진화’
암환자 맞춤형 식사부터 외국인환자 식단 등 다양
2017.01.07 06:05 댓글쓰기

환자식은 흔히 맛이 없다는 편견이 있다. 건강 상태가 완전히 개선되지 않아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음식이 가진 향미를 최소화시킨 환자식이 최근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암 환자 대상 맞춤형 치료식부터 외국인을 위한 환자식까지 맞춤형 식단을 선보이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환자식의 세계에 대해 조명해봤다.
 

서울아산┃암환자 맞춤 식단부터 중동식까지 제공
서울아산병원은 일반 환자들을 위한 일반식 이외에 치료식의 경우 환자 개별적 특성에 맞게 제공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윤소윤 영양팀장은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필요한 영양소 등을 고려해 진료과와 상의한 후 환자에게 개별식단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 환자 맞춤 식단의 경우 콩, 두부 등의 제품이 매일 1회 정도 제공되고 고기 대신 등푸른 생선 등 오메가 3가 풍부한 식단이 마련된다.

윤소윤 영양팀장은 “암 환자 맞춤 식단으로 제철음식은 물론 육류를 제한해 하루에 한 번 제공하고 두부 및 생선은 횟수를 늘려 식단에 포함한다”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의 암 환자 맞춤 식단 중 ‘후두암식’의 경우 음식을 삼키기 좋은 형태를 띠며 현재 ‘두경부수술 후 식사’라는 이름으로 환자들에게 제공된다.

‘후두암’의 경우 수분이 기도로 잘못 들어가게 되면 위험하므로 수분을 제한하고 부족한 열량은 중간 중간 간식을 통해 보충하도록 하고 있다.

‘유방 수술 후 식사’의 경우는 수술 후 체중 증가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이를 위해 유방암 수술을 한 환자들의 열량을 조절하기 위해 야채, 과일, 견과류 위주로 식사가 제공되고 있다.
증가 추세에 있는 외국인 환자를 위한 식단도 환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15년 한 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만 5000여 명이고 최근 카자흐스탄과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환자도 증가 추세에 있다. 아랍에미리트 환자는 2011년 18명에서 2015년 1464명으로 무려 8배나 증가했다.

윤 팀장은 “모든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국제진료센터의 통역사, 영양사가 일차 면담을 진행해 개별식단을 구성한 후 전문적인 조리를 거쳐 배식이 되고 있다”며 “중동식 같은 경우는 병원 자체 레시피를 개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영양사 및 조리사 같은 경우는 직접 현지에서 환자들을 어떻게 케어하고 치료하는 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조성했다”고 덧붙였다.
 

강남세브란스┃세밀한 맞춤식과 쿠킹클래스 선봬
강남세브란스병원 환자식의 가장 차별화된 요소는 가급적 환자 상태에 따른 세밀한 맞춤 식사라는 점이다. 

2016년 췌담도 외과 의료진의 요청에 의해 개발된 췌담도식은 환자의 식사 섭취량을 증진시켰으며 영양상태 호전 효과까지 입증한 논문이 미국 비경구(非經口) 경장(經腸) 영양학회(ASPEN) 학회에서 구연 발표를 통해 채택됐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김형미 영양팀장은 “환자식의 경우 영양 섭취 위주로 구성되며 최근 표준화, 고급화되고 있는 양상”이라며 “췌담도식은 양은 줄이고 영양도는 높이는 방식으로 개선해 환자들이 먹기 좋게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연하장애식, 항암치료식, 소아식 등이 새롭게 리뉴얼됐다. 뿐만 아니라 환자식에 대한 연구 활동도 활발하다.

병원은 최근 3년간 국책과제에 속하는 미래 식량인 식용 곤충의 환자식 개발 연구를 통해 곤충의 풍부한 단백질을 이용한 다양한 환자식 메뉴 개발 및 효과 연구를 수행했다.

병원은 지난 1997년부터 관을 통해 위장으로 영양을 공급받는 장관영양(Enteral Nutrition) 환자, 혈관으로 영양을 공급받는 정맥영양(Parenteral Nutrition) 환자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영양관리를 시행해오고 있다.

이는 병원 내 영양집중지원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의료진(마취통증의학과, 외과,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임상영양사, 약사, 간호사로 구성돼 있다.

영양집중 치료는 중환자실을 중심으로 활발히 운영돼 왔으며 지난 2009년부터 신경외과 중환자실 및 일반 병실 입원환자까지 업무 영역을 넓혔다.

병원은 이외에도 개별적으로 쿠킹클래스를 기획, 마련해 환자들에게 음식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형미 영양팀장은 “쿠킹클래스를 통해 환자식의 새로운 메뉴개발과 암 환자 교육프로그램에 접목시켜 환자가 음식을 직접 체험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팀장은 “매일 수행되는 입원 환자의 검색 프로그램과 의료진의 환자 영양관리 요청에 의해 면밀하게 영양관리가 수행되고 있으며 이에 근거해 맞춤형 식사 구성 및 환자 섭취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환자 입맛 우선 고려한 식단 제공
건국대병원 영양팀의 비전은 ‘환자 맞춤식’이다. 환자가 고기를 선호하지 않으면 생선과 두부, 계란으로 대체해 단백질을 보충하는 등 환자 개별 선호에 맞춰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항암식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암 환자의 경우 백혈구 수치 등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상태가 대다수인데 영양팀은 항암식에 ‘보양식’을 결합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고 있다.

유정아 영양팀장은 “암환자 식 중 환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항암식을 따로 마련했다”며 “한 번 수술받고 퇴원하는 것이 아니기에 보양식을 포함해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팀장은 “암 환자는 백혈구 수치가 낮은 상태인데 보양식을 제공했을 경우 백혈구 수치가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건국대병원은 지난 5월 80세 이상 노인 환자가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시니어 친화 병원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환자식의 경우 ‘시니어 친화 병원 시스템’ 도입 이전부터 고령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식단을 마련해왔다.

유정아 팀장은 “시니어 친화병원 이전부터 ‘다진식’, ‘갈은식’ 등과 같은 식단을 제공했다”며 “고령 환자 대부분이 치아 건강이 좋지 못해 나물도 다 잘라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팀장은 “고령환자의 경우 흡인성 폐렴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래가 걸리곤 한다”며 “농후제를 통해 흡인성 폐렴 발생 비율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은 지난 2010년 국제진료소 개소 후 매년 외국인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러시아권 환자가 많이 찾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에는 러시아 의료관광 에이전시 관계자와 환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환자식 품평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유정아 팀장은 “러시아 음식에 대해 가장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며 “환자들에게 조사표를 주고 전시회 등을 열었으며 직접 메뉴 개발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팀장은 “아무리 영양사가 신경 써서 식사 칼로리, 영양가 등을 다 맞춰도 환자의 섭취 비율이 낮으면 환자식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며 “어떻게 하면 환자가 음식을 잘 섭취할지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지병원┃맞춤형 러시아·몽고 환자식 제공
명지병원은 지난 2014년 법무부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외국인 환자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로 인해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인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식단 개발에 열성이다.

지난 2012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극동러시아 진출해 병원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몽골 환자를 초청해 무료 수술을 시행하기도 했다.

명지병원 하지민 영양팀장은 “서양인과 동양인이 필요로 하는 칼로리에 차이가 있다”며 “그 기준에 맞춰 음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환자를 위한 식단으로 조식, 중식, 석식을 차별화해서 배식하고 있다.

하지민 영양팀장은 “조식은 평준화된 서양식이며 점심 같은 경우는 한식 중에서 러시아 환자들의 식성에 잘 맞는 갈비탕과 같은 진한 고기 국물, 불고기, 만두 요리 등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어 하 팀장은 “석식은 최대한 러시아식에 맞춰 배식한다”며 “맞춤형 식단 제공을 위해 이태원 및 동대문 등지 러시아 식당을 가서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환자들의 공통된 식성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하 팀장은 “의외로 러시아 환자들이 짜게 먹는 습관이 있다”며 “그런 것들을 반영해 나름대로 표준화된 식단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환자가 아닌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을 위한 식단 마련에 대해서도 운을 뗐다.

하 팀장은 “간이식 수술을 받은 몽골 환자가 있었는데 ‘고기국물만 끓여 추가적인 향신료를 넣지 않고 파만 얹혀서 달라’고 해 맞춤형 식사를 제공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코디네이터와 환자 그리고 보호자와의 소통을 통해 최대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힘찬병원, 하루 세 번 개별상담 통해 식단 꾸려
최근 특정분야에서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전문병원 사이에서 해외 환자 유치 열풍이 일고 있다.

관절전문 부산힘찬병원은 부산 시내 대표적인 의료관광 중심병원으로 손꼽힌다. 병원은 최근 부산시와 러시아 환자 초청 무료 수술을 선보였으며 지난 9월 카자흐스탄 현지 의료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병원 영양팀 관계자는 “러시아 환자 등 외국인 환자가 방문하면 아침, 점심, 저녁 하루에 세 번 개별 면담을 진행해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해외 환자 출신 국가별로 일괄적으로 동일한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개별 식성을 파악하고 있다.
병원 영양팀 관계자는 “해외 환자를 위해 일부는 현지 식단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경우 도시별로도 식성이 모두 다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 환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첫 날은 볶음밥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며 현지 음식 문화에 맞게 흰 죽 대신 타락죽을 변형시킨 형태를 준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병원은 외국인 환자가 식사를 마친 후 남긴 음식의 종류 및 양을 파악해 다음 식사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식자재 선택 시 외국인 환자들이 선호하는 한국 음식 재료를 분석해 구매한 후 식단을 구성한다.

병원 영양팀 관계자는 “국내 야채를 선호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선호하더라도 나물은 싫어하기도 한다”며 환자의 개별 식성을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소스류의 경우 마요네즈와 간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식단을 구성할 때 반영하고 있다”며 “한식 중에서도 외국인 환자가 선호하는 음식을 식단에 포함시킨다”고 전했다.

러시아 환자 뿐 아니라 영국식 환자를 위해서는 단맛을 최소화시킨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병원 영양팀 관계자는 “영국 환자의 경우 단맛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단맛을 최소화한 불고기, 커틀렛, 샐러드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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