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까지 논란 일으킨 댓글 조작 ‘드루킹’
의료계는 과연 자유롭나···성형·피부과 등 경쟁 치열 ‘부작용’ 만연
2018.10.30 19:28 댓글쓰기

온 나라가 연일 ‘드루킹’으로 들썩이고 있다. 특검까지 가동된 상황에서 인터넷 댓글로 여론을 주도한 이번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드루킹 사태는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해 불법 여론 조작을 벌인 사건이다. ‘드루킹’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김동원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핵심 인물로 지목됐다. 특검은 김 지사의 지시로 댓글 조작이 이뤄졌다고 결론을 내린 가운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물론 드루킹 사건은 정치계 이슈이지만 시선을 돌려 보면 의료계 역시 인터넷 댓글에 의한 여론 조작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쟁이 심한 성형외과, 피부과 등 일부 개원가를 중심으로 알바를 고용해 홈페이지와 SNS 등에 댓글을 올리는 행태가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의 댓글 공작. 그 실체를 해부한다.[편집자주]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하고 소통을 하기 위한 인터넷 공간은 이미 드루킹과 같은 정치적 목적은 물론 상업적 목적을 가진 세력에 의해 잠식당한지 오래다.

인터넷 댓글을 선점하면 세상 여론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지론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입소문을 통한 홍보활동을 뜻하는 ‘바이럴 마케팅’이 성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럴 마케팅은 전 산업에 걸쳐 일반화돼 있지만 특히 타인의 경험에 의존도가 높은 의료 분야는 그 정도가 심각 수준이다.

병원들 역시 이러한 의료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바이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욱이 의료기관들의 댓글 공작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진짜 강추에요”, “드라마틱한 효과를 봤어요”, “수술하길 잘한 것 같아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만족도 1000000000%”, “신뢰감 팍팍!!” 등···.

의료기관 관련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이러한 댓글 대부분은 바이럴 마케팅에 의해 올려진 경우다.

실제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회원 수 10만명 이상인 성형 분야 인터넷 카페 26곳의 게시물을 전수 분석한 결과, 31.6%가 거짓후기로 확인됐다.

유형도 다양했다. 해당 병원과 의사를 부각시키기 위해 ▲시술 만족도 과장 ▲의사에 대한 과장된 칭찬 ▲부작용 등 안전성 과장 ▲묶음상품 시술 유도 ▲저렴한 비용 강조 등이 가장 빈번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계에는 이미 바이럴 마케팅 시세까지 형성돼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성형외과, 피부과 등은 하루 방문자가 수 천명에 이르는 ‘파워 블로거’에게 무료 시술을 제공하는 대신 자신의 블로그에 후기를 올리도록 한다.

이 경우 건당 30만원의 수고비를 따로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모집한 전문 체험단의 경우 블로거에 비해 비용을 2배 이상 지불하는 대신 시술 전후 장면을 비디오, 사진 등 시각 자료로 활용한다.

최근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병원 전용 SNS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경우도 많은데, 이 때는 항목당 월 2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지급한다.

심지어 성형외과 원장이 직접 병원 홍보를 위한 광고대행사를 차리고 본인의 병원은 물론 다른 의사들이 운영하는 의료 기관의 불법 바이럴 마케팅을 대행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원장은 불법으로 270건의 포털 계정을 구입하고 직원들로 하여금 3개월 동안 130여 건의 거짓 성형후기를 작성하게 해 대형 포털사이트 등에 노출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원장은 불법 취득한 포털사이트 계정을 이용해 거짓 성형수술 후기를 작성,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다”며 “후기 글이 홍보 효과가 높은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거짓 댓글과의 전쟁 선포”

일선 병원들의 댓글 공작 수위가 도를 넘으면서 관계 당국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짓후기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2010년 초반부터 수술 전후 사진을 조작하고 가짜후기를 올려 소비자들을 기만한 병원들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단속을 이어오고 있다.

병원들이 블로그 등에 올린 시술후기 내용이 직접 체험한 게 아닌 광고 대행업체가 임의로 작성해 올린 사실이 공정위 단속을 통해 확인됐다.

현재까지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등 수 십개의 의료기관이 공정위 단속에 걸려 시정명령을 받거나 최대 1억원이 넘는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현행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기만적인 표시·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과징금 부과·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선 병원들의 거짓·과장 댓글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부당한 댓글조작 행위를 보다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도록 유관단체 등과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들의 댓글 조작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취하지 않던 보건복지부도 최근 태도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복지부는 몇 해 전부터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의료법상 금지된 치료경험담 광고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적발된 기관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렸다.

환자의 치료경험담을 인터넷 상 개방된 공간에 로그인 등 제한 절차없이 게시하는 것은 의료법상 의료광고 금지기준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최근 공개된 점검결과에 따르면 홈페이지, 카페, 블로그 등에 댓글을 가장한 불법 광고를 시행한 의료기관이 26.5%에 달했다.

성형외과가 32.8%로 가장 많았고, 비만클리닉 26.1%, 피부과 12%로 나타났다. 불법 치료경험담 광고의 노출 위치는 블로그 48%, 홈페이지 32%, 카페 20% 순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향후 불법광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발된 건에 대해서는 광고 차단, 관할 보건소로 행정처분 및 사법기관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협회와 협조해 국민들이 잘못된 의료광고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 모니터링 할 예정” 이라고 덧붙였다.

개미지옥 개원가, 생존 몸부림 안간힘

의료기관들의 댓글 조작은 ‘생존’에 기인한다. 치열한 개원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경쟁이 심한 서울 강남지역 개원가를 중심으로 댓글을 활용한 불법 바이럴 마케팅 유혹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복지부 단속결과, 성형·미용 분야에서 불법 의료광고를 게시한 의료기관 63%가 서울시 강남구에 소재했다.

일부 개원의는 이러한 세태에 염증을 느껴 문을 닫거나 지역을 옮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 피부과 원장은 “우리나라, 특히 강남에서 성형, 피부, 미용을 전문으로 하며 정상정인 마케팅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되는 일” 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병원들의 거짓후기와 허위광고 행태들은 모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며 “그 진흙탕에 섞이고 싶지 않아 다른 지역에서의 개원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오죽하면 비용을 지불하면서 댓글을 조작하겠냐”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인건비와 임대료 내기도 빠듯한 실정”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요즘은 거짓 시술후기, 검색순위 조작 등을 제안하는 업체들이 더 늘고 있다”며 “경영난에 고민하는 원장이라면 뿌리치기 쉽지 않은 유혹”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이유를 막론하고 댓글 조작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가짜 시술후기 등은 환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사회적으로 존경받아도 모자란 의사가 댓글 조작 이라는 사기행위를 지시하는 현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한 행위는 의료계의 적폐 중 적폐”라고 지적했다.

이어 “댓글 조작이나 가짜뉴스를 양산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하는 행태는 사정당국의 엄정한 법집행 대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원가 경영난이 결코 댓글 조작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이러한 행태는 고스란히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에게도 이러한 폐해를 널리 알려 의료기관 선택 시 댓글 등이 아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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