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편의적 진료권 설정으로 울산 의료전달체계 붕괴'
정융기 울산대병원장
2019.08.12 05:2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지도를 놓고 자세히 들여다보자. 오히려 상급종합병원 제도가 지방 중증환자의 서울과 수도권 쏠림을 부추기고 있다. 지방에서는 경증환자만 진료하라는 의미와도 같다.”
 

전국 7대 주요도시 중 유일하게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울산광역시. 그로 인해 120만 울산 시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울산대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울산대병원 정융기 원장은 지난 10일 데일리메디와 인터뷰에서 “지난 3주기 평가 당시 상급종합병원에서 제외된 후 우려했던 지역 내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지역환자의 역외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지금도 지역 병의원 간 경쟁이 심화되는 등 부작용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2011년 도입한 상급종합병원 제도는 의료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환자 진료비 부담을 경감시키고자 경증환자는 1, 2차 병의원,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제도는 또한 해당 진료권역에 지역거점병원을 육성해 지방환자의 서울과 수도권 쏠림을 막기 위한 의미도 담고 있다.


정융기 원장은 “중증환자의 원정 진료에 따른 불편과 경제적 손실 등 그 피해를 환자와 가족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울산시의사회와 지역의료계가 힘을 모으기로 했다.


오는 2020년 있을 4주기 평가에서 울산시에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될 수 있도록 정부와 울산시가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해결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다.


정 원장은 “연구책임을 맡은 서울대학교 김윤 교수팀은 의료 생활권을 무시한 진료권역 배분과 중증도의 변별력이 떨어진 현행 평가기준이 상급종합병원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복지부는 연구결과를 반
영하지 않고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4주기 평가 공정 절실, 상급종병 제도가 환자쏠림 부추겨"
"현행 제도로는 울산시에 상급종합병원 유치 사실상 불가능"


현재 상급종합병원은 10개 진료권역에 42개 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그 중 절반인 21곳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다.


서울과 수도권이 아니더라도 상급종합병원이 대도시에 집중되면서 문제를 낳고 있다. 경북권 사례를 보면 5개 병원이 모두 대구광역시에 모여 있다.


정 원장은 “경남권에서 부산 4곳, 경남 2곳이 지정되면서 울산지역은 상급종합병원 부재로 중증환자의 타 지역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유출되는 중증환자 대부분이 서울로 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 원장은 “정부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의료생활권을 무시한 행정 편의적인 진료권역 설정이 상급종합병원 제도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진료권역 조정 없이 울산에 상급종합병원 유치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 원장은 “정부가 만약 3주기와 마찬가지로 4주기 평가에서 진료권역 세분화 및 확대 조정 없이 현 평가기준을 유지한다면 울산시는 향후 상급종합병원 유치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울산대병원이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는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는 “울산대병원은 지난 3주기 상급종합병원 평가결과 수도권 일부 병원과 다른 진료권역의 지방병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100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고도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권역 내에서 탈락했다”고 짚었다.


원인은 의사인력과 전공의 수급 어려움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병원 대부분이 의사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에 의대가 없고 보건복지부로부터 배정된 전공의 수도 인구 1만명당 0.57명으로 서울 2.47명, 전국평균 1.27명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면서 울산광역시의 진료권역을 경남권과 분리하는 것만이 상급종합병원 유치가 가능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정 원장은 “울산광역시는 정부의 보건정책에 있어 경남권에 묶여 항상 불이익을 받아 왔다”며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국립대병원은 고사하고 공립병원 하나 없는 곳은 울산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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