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지지하는 시민단체 '보험사 위한 악법'
참여연대·무상의료운동본부 등 비난 성명, '개정안 즉각 폐기' 촉구
2019.10.29 05:4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건강보험 정책을 놓고 매번 대립각을 세우던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최근 국회에서 추진 중인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는 물론 시민단체들도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즉각적인 법안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고용진, 전재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의료기관이 보험회사에 진료내역을 전송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실손보험금 청구 시 직접 서류를 발급받아 이메일, 어플 등을 통해 제출해야 하지만 개정안대로라면 진료비 결제 즉시 의료기관이 전자서류 형태로 보험사에 전송토록 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통해 그동안 소비자들이 겪어왔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법안 발의 취지였다.


이에 대해 의료계와 병원계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손보험은 개인과 보험사의 사적계약으로 청구 간소화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보험사라는 지적이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편익의 최대 수혜자는 보험회사”라며 “행정비용이 감소하고, 청구 데이터 누적으로 보험료율에도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개기관 활용에 대해서도 “공적자산을 민간보험사 편익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보험사 입장에서는 청구 간소화가 되면 의료기관으로부터 원하는 환자의 건강과 질병 정보를 마음껏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차적으로는 환자가 보험금을 신속하게 수령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를 바탕으로 계약 갱신을 거부하거나 진료비 지급을 보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 역시 이러한 의료계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가입자 편의성을 핑계로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는 의도라고 맹비난했다.


먼저 참여연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역행하는 보험업법 개정 논의를 당장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사적 계약에 의해 운영되는 민간실손보험을 강화하는 개정안은 공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이 민간실손보험 청구를 수행할 의무는 없다”며 “보편적 의료 이용을 위해 국가가 책임지는 건강보험 강화에나 힘쓰라”고 일침했다.


이어 “심평원이 실손보험 중개기관 역할을 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본질에 반하는 것인 만큼 용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개정안은 실손보험을 건강보험의 보완재 내지 대체재로 간주하고 있다”며 “이는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약속을 파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힐난했다.


2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무상의료운동본부 역시 비난 성명을 내놓고 해당 개정안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의료기관의 진료정보 제공 의무화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실손보험과 관련해 계약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를 수행할 의무는 전혀 없고,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제공하는 것 자체가 의료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측은 “실손보험 계약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에 청구 업무를 강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전문중계기관의 자료요청 권한도 인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진료내역 등이 포함된 자료는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만큼 전자적 전송에서 배제돼야 한다”며 “개정안에는 이러한 위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개정안은 겉으로 보험가입자 편의성을 앞세우지만 보험업계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법안”이라며 “국민과 환자를 위해서는 개정안이 폐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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