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후 '숨가빴던 7일'
의사회 백서 편찬 준비, 대학병원장·市 관계자 등 삼위일체 대응 긴박함
2020.04.26 19:2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4월 10일, 대구 지역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0명을 기록했다. 불과 두 달 전 하루 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믿어지기 어려울 만큼 상황이 빠르게 진정되는 모습이다. 물론 이지역 소상공인을 포함 지역해 경제가 입은 타격은 크지만 감염병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는 점차 진정되고 있다. 이같은 대구의 빠른 수복에는 혁신적이고 행동적인 의료인과 전문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 ‘이동식 검체채취’, ‘감염병 전담 거점병원’ 등 코로나19 사태에서 활약한 주요 공신들은 모두 대구에서 시작됐다.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들도 주목하고 있는 대구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대구시의사회는 백서를 만들 계획이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1주일, 긴박했던 대구의 당시 상황이 백서에 기록될 예정이다. 백서공개 전,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코로나19 대책본부장)의 일지를 바탕으로 대구의 긴박했던 1주일을 재구성해봤다. [편집자주]
 

2020년 2월 14일,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8명이었다.
 
신종 감염병 발생에 국민들도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위기감이 피부로 와닿진 않았다. 사흘 넘게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조기 종식에 성공한 것이 아니냐는 희망적인 분석까지 나왔다.


대구의 경우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한 달이 넘게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 등 해외 사례를 미뤄봤을 때 방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저녁 8시, 대구시 권영진 시장, 김재동 보건복지국장, 김미향 보건건강과장 등은 시청 청사에 모여 대책회의를 열였다.

지역 의사회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성구 회장을 포함한 대구시의사회 회장단은 보건건강과를 방문해 격려 인사를 전했다.

첫 확진자 발생하자 대구시 소재 주요 병원들 논의 착수


2월 18일, 대구시가 첫 코로나19 확진자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날 밤 사이 10명의 확진자가 추가됐다. 대구시청엔 비상이 걸렸다. 권 시장을 포함한 직원들이 새벽까지 상황 대처에 나섰다.


당시엔 확진자에 대한 대처법이 지금처럼 체계적이지 않았다. 대구시는 확진자 한 명, 한 명을 1인 1실 음압병상으로 입원시켰다. 이윽고 쏟아지는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이날 대구에선 31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사흘만에 30명의 추가 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확진자 이송에 비상이 걸리면서 가장 먼저 손을 걷어붙인건 대구시 주요 병원들이었다.

정호영 경북대학교병원장, 조치흠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장 등 의료기관장들이 ‘단톡방’에서 밤을 새우며 환자 입원과 이송을 의논하고 처리했다.


2월 19일, 대구시청 10층에 설치된 대책본부도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경수(영남대), 이중정(계명대), 김건엽(경북대), 황태윤(영남대), 홍남수(경북대), 황준현(대구가톨릭대), 감신(경북대) 예방의학과 교수들과 대구시 감염병관리 지원단 김신우 단장, 김종연 부단장 및 대구시의사회 이상호, 심삼도, 이용현, 손대호, 김영우, 권재은, 김경호, 김은용, 김용한, 김기둥, 김대현, 박원규, 김해수 대책본부위원 13명이 꾸려졌다.


사태 초기 '병상부족' 비상 사태로 국군병원 도움 요청

사태 초기, 대구의 주안점은 두 가지였다. 신천지를 타깃으로 봉쇄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것과 확진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을 확보하는 것.

병상을 미리 구비해두지 않으면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초래될 거라는 우려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높아졌다.
 

대책본부가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받은 곳은 국군대구병원이었다.
 

2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틀 후 대구시의사회 등 대책위원들은 안종성 前 국군의무사령관을 통해 김동기 국군대구병원장에게 연락해 "최대한 병상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국군대구병원은 24개 병실만 운영 중이었다. 이후 국군대구병원은 6일 만에 음압병상 303개를 만들며 환자수용에 나섰지만, 당장 환자를 받아야하는 당시에는 여의치 않았다.
 

이에 대책위는 이재혁 국군대전병원장에게 24개 음압 병실과 64개 격리병실을 협조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럼에도 병상 부족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대구시 안에서 병상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다.
 

국군대구병원은 경북 경산시에 소재해 있었고, 거점병원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대구의료원 병상으로는 충분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구 소재 병원들이 당장 병상을 비우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태 중기, 지역 거점병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중요한 역활 수행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대책위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성서로 이전한 계명대 동산병원에 미인가(未認可) 병상 129개가 있다는 것이었다.
 

같은 날 오전 민복기 부회장 등 대책위는 김권배 동산의료원장에게 미인가 병상을 활용해 병상수를 확보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계명대가 흔쾌히 승낙하자마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병상의 빠른 허가를 부탁했다.
 

언론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며 대구에 의료인프라 지원을 촉구했다. 군의관, 간호장교, 공중보건의 등 군인력 차출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의 감염병 거점병원 지정 등 보건당국이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들이 많았다.
 

곧 계명대 동산병원의 미인가 129병상이 확보됐다. 거점병원으로 운영하는 것이 결정 된 직후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은 모두 성서에 있는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전원시켜 병원 전체를 비웠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 코로나19 전용 병원으로 기능하면서 대구는 한 숨을 돌리게 됐다. 대구동산병원은 초기 248병상에서 현재 400병상까지 늘려 코로나 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사태 후기, 확진자 폭증 대처 방식 일환 '드라이브스루 검사법' 최초 실시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상을 확보했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확진자가 폭증함에 따라 신속한 검사체계 도입이 급해졌다. 대구에서 ‘드라이브스루 검사법’이 탄생한 계기였다
 

2월 21일, 칠곡경북대병원의 손진호 병원장과 권기태 교수가 드라이브스루 검사를 제안했다. 22일 대구시청 회의를 거쳐 23일 칠곡경북대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시행됐다. 이후 영남대의료원이 더욱 발전시켰다.
 

의사로 구성된 260여 명의 대구시의사회 소속 의료봉사단이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처방을 하는 ‘전화 모니터링’도 곧 활성화됐다.
 

그러나 곧 의료인력이 부족해졌다. 정작 검사를 실시하고 환자를 돌볼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

"의료인, 마스크, 음압장비 등 절대 부족" 호소
 

2월 22일, 대구시의사회관에서 열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대책본부는 의료인 부족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의료기관 폐쇄와 의료의 자가격리 조치로 현장 인력이 너무나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 장유석 경북의사회장, 고삼규 대구경북 병원협회장, 정호영 경북대병원장, 중수본에서는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 본부장, 이기일 관계기관지원반장, 김현준 현장지원1반장 등이 참석한 자리였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구·경북 행정구역 제한으로 선별진료소가 부족한 곳이 있고, 환자를 전원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어 선별진료소 추가설치가 필요하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음압 이송 장비 대여방안과 마스크 또는 장비 구매의 어려움도 해결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위험을 무릅쓰고 진료하는 의사회원에 대한 최소한의 구제 방법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감염병원으로 지정된 대구동산병원에는 의료인력 및 보호장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도 장관에게 부탁했다.
 

4월 23일 현재 대구시 확진자는 4명이다. 지난 2월 25일 500명이 넘었던 확진자는 불과 두 달만에 한자릿수로 줄어들었다.
 

물론 대구 지역 의료진 등 전문가들은 “아직 방심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에서 대구가 보여준 대처능력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찬사와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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