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뇌졸중 재활치료 패러다임 변화 절실'
김양수 희연병원 원장 '퇴원 후 환자의 삶 매우 중요'
2020.05.04 05:24 댓글쓰기
[기고] 뇌졸중에 의한 후유증은 여러 변화를 가져온다. 마비가 생긴 팔과 다리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불편한 팔, 다리를 쓰려고 하지 않아 회복이 늦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뇌졸중 이후 재활치료는 발병 후 최대한 빠른 시점에 시작해 환자가 견뎌낼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을 투자하는 게 후유증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시대가 변하고 치료 기술 및 여러 보조기구들이 발전했지만 재활치료는 규제와 현실적 문제 등으로 1990년대와 견줘봤을 때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치료실에서만 시행되는 재활치료
 
현재 재활치료는 제도적 문제로 치료실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간병사나 이동 도우미에 의해 환자가 치료실에 옮겨지면 치료사는 침대에 눕혀 치료를 시작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환자가 입원기간 동안 주로 생활하는 곳은 병실과 병동이다. 치료용 침대에서 익힌 동작들을 과연 환자의 침상에서 응용할 수 있을까?
 
치료실과 병실의 환경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환자는 치료 후에 병실로 돌아왔을 때 여전히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환자가 스스로 하려는 의지를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재활치료는 환자의 침상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본인 침상에서 돌아눕고 앉는 연습을 비롯해 휠체어에 옮겨 타는 연습을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한다.
 
이후 휠체어 조작법을 익혀 스스로 침상 밖으로 나와 병동에서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회복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환자의 휠체어 조작이 원활해지거나 보행능력이 향상되는 경우 치료사의 감독 하에 치료실까지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자 재활의지를 높이고 회복을 촉진시킬 수 있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간병사나 이동 도우미가 환자를 침상에 그냥 눕히지 않고 치료사가 침상에 누울 수 있도록 자세를 교육하고 바른 자세를 만들어주는 게 이상적인 재활치료다.
 
병원 밖 생활에 대한 고려
 
뇌졸중 환자는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가정으로 복귀하는 게 목적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일단 병원 내부와 외부 환경 차이가 너무 크다.
 
병원의 평평한 바닥과 외부의 울퉁불퉁한 바닥, 휠체어용 세면대와 일반 세면대, 지지대가 있는 변기와 일반 변기 등 병원의 훈련 환경은 일반 가정과 많은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는 가정과 사회로 복귀하기 전(前) 외부환경에서의 재활치료가 필수적이지만 제도적 문제로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재활치료사와 함께 자택에서 생활을 연습해보거나 장을 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회생활을 연습해 볼 기회가 사실상 없는 것이다.
 
병원 재활치료가 종료되면 곧바로 혼자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것은 마치 따뜻한 온탕에서 냉탕으로 곧바로 뛰어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기 때문에 퇴원 전에 외부생활과 관련된 충분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퇴원 후에도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치료팀이 자택으로 방문해 독립생활에 어려운 부분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방문재활과 후유증을 고려해 주택환경을 개보수하는 제도 역시 꼭 필요하다.
 
치료 보조기구 급속히 발전
 
의학이 발전하는 속도도 경이롭지만 공학의 발전 속도 역시 매우 빠르며 이 두 요소가 융합돼 마비환자 재활치료 보조기구들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보행 치료용 로봇, 상지 재활용 로봇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재활치료용 기구들이 환자들 회복을 더욱 빠르게 도와주고 있으며,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실제 Lokomat과 같은 보행 치료용 로봇은 물리치료사 3명이 시행하는 치료의 양과 질을 상회하는 첨단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고가이고 건강보험 지원이 없어 아직 대중적으로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팔의 마비가 있는 환자들은 마비된 팔을 사용하지 않고 정상인 팔만 사용해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경향이 매우 큰데 이로 인해 회복이 더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현재 마비된 팔의 근력을 보조해주는 동시에 다양한 동작들을 가상현실로 구현하는 재활치료 기구들이 보급되고 있으나 역시 가격 문제로 보급에 한계가 있다.
 
이런 첨단 재활치료용 기구들을 적극 사용할 수 있다면 환자가 더 빨리 회복되고 더 적은 후유증을 갖게 되므로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의료진이 환자를 열심히 치료했고, 환자가 열심히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퇴원 후 삶이 독립적이지 못하고 누군가에 지속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면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게 된다.
 
재활치료 패러다임도 여기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 입원은 치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퇴원 후 삶을 준비하는 과정의 시작이며, 이에 맞도록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재활의 지향점은 환자가 익숙하고 정든 가정에서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이러한 재활의 방향을 위해 진중한 천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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