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보다 이익 좋았던 병원 내 카페·식당 '죽겠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내원객 줄면서 직격탄, 임대료 미납·폐업 '속출'
2021.03.30 05:07 댓글쓰기

지난해 서울 대학병원 내에 입점한 한 카페가 영업시간을 단축한 모습이다.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진료과 수익 웃도는 병원 카페”도 옛말이 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병원 내 부대시설 불황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병원 부대시설 어려움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 신종 감염병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병원을 이용하는 내원객들이 확 줄어들면서다. 

 

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은 폐업한 요식업업체로부터 받지 못한 1억원 가량의 임대료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해당 업체가 사실상 파산하면서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수도권 대학병원에선 임대계약 기간이 만료된 카페가 자리를 뺐다. 이 카페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점포였다. 손님이 급감하면서 수익이 떨어져 채산이 안맞어 문을 닫은 것이다.

 

경기도 소재 대학병원에서도 음료 전문점이 매물로 나왔다. "자리가 없어서 들어가지 못했던" 병원 내 상가 매물이 적잖이 보이고 있다.

 

병원 입점상가는 일반적으로 고수익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전문점 열풍이 불던 2000년대 초반에는 5~6% 수익률을 올릴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 그만큼 임대료 가격도 치솟았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인천공항 다음으로 임대료가 높은 곳이 서울 某대학병원 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게 병원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기관 내원객수가 줄어들면서 병원 부대시설도 적잖은 타격을 입은 것이다.

 

환자 보호자를 비롯해 제약회사 및 의료기기회사 영업사원 등의 원내 출입을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권고가 떨어지면서 식당과 카페 이용객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수도권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카페 내 취식이 제한되면서 더 큰 피해를 입은 실정이다.

 

지방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임대점주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내원객수는 회복되는 추세지만 그간 입은 손실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6시까지만’, ‘주 5일제’ 영업시간 단축 등 고육지책

 

폐업까진 이르지 않아도 매출 감소로 당장 위기를 맞이한 곳들도 많다. 실제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해 초 많은 점포들은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생존전략을 선택했다. 값비싼 임대료를 생각하면 업주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였다.

 

실제로 서울 소재 한 대형 상급종합병원 신관에 입점한 커피숍은 한동안 토요일 영업을 하지 않았다.

서울의 또 다른 종합병원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기존 평일 오후 10시까지였던 운영시간을 6시까지로 줄였다가 최근에서야 원상 복귀했다.

 

대학병원 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영업시간을 더 단축해 인건비라도 줄여야 할지 고민 중이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상급종합병원 내 편의점에서 일하는 B씨는 “평상시보단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기약과 같은 상비약을 찾는 손님들은 늘었지만, 일반 손님은 비교적 한산한 추세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내 음식점, 카페, 편의점 등 부대시설은 대부분 병원이 점주에 임대를 내주는 방식이다.

 

특수점으로 분류되는 병원점은 임대료가 비싼 대신 상주인구가 많고 또 단체주문 등 특수납품이 많아 일반적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한다.

 

하지만 주요 이용층인 면회객의 내원이 제한되고 병원을 드나드는 외래환자수가 줄어들면서 원내 상권 효과를 누리지 못한지 오래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인건비 비중이 크지 않은 1인 점포의 경우 요식업에 비해 타격이 크지는 않았다. 이미용시설이나 의료기기점 등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꾸준히 수요가 발생하는 곳들이다.

 

서울 한 종합병원서 의료기기점을 운영하는 C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병원에 환자 자체가 줄긴 했지만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방역 긴장감은 또 다른 부담이다. 

 

원내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D씨는 "손님들이 불안감을 느낄까봐 최대한 방역·소독작업을 하고 있다"며 "빨리 상황이 나아지길 바란다"고 한숨을 쉬었다.

 

부대시설 어려움 함께 나누자...‘착한 임대인’ 운동 확산

 

부대시설 임대인의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병원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모습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단국대병원, 경상대병원, 건양대병원 등 몇몇 대형병원들은 병원에 입점한 식당, 의료기 상사, 안경점, 커피숍, 제과점 등에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었다. 적게는 30%, 많게는 50% 가량 인하했다.

 

건양대병원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 병원에 입점한 임차인에게 임대료 30%를 인하한다.

 

최원준 의료원장은 “현재 병원에 입점한 식당, 의료기 상사, 안경점, 커피숍, 제과점 등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동참하게 됐다”며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내원 환자가 큰 폭으로 감소해 어려움이 있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만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서로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단국대병원 또한 지난해 3월 병원 입점 임차인에게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임대료의 50%를 인하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임대료 인하 혜택을 보는 매장은 병원 내 주차장, 편의점, 보호자식당, 카페테리아, 죽집, 자판기 등 8곳이다.

 

김재일 병원장은 “병원 이용객이 대폭 감소하면서 입점해 있는 임차인들의 매출이 평소보다 50% 이상 떨어졌고, 정상적인 영업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역시 내원환자가 크게 감소해 어려움이 있지만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함께 나누고 서로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병원 중에서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가장 빨리 참여한 경상대병원도 같은 시기 입점 임대료를 30% 할인해줬다.

 

윤철호 병원장은 “면회제한과 출입구 통제 등으로 이용객이 감소, 현재 병원 건물에 입점한 임차인들이 정상 영업하기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며 “고통 분담 차원에서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원장은 “지역민의 사랑에 힘입어 성장해온 공공의료기관인 경상대병원이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분담하고자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단국대병원의 경우 1년째 임대료를 절반만 받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본원의 경우 올해 들어 환자 수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감염병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임대료 인하 방침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의 경우 병원 주변 상가들의 타격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점심시간에도 원내 입점카페가 한산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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