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 성큼 다가온 원격의료 시대
의료계, 2014년 “절대 불가”→2021년 “제한적 수용” 기류 변화
2021.12.28 12:1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최대 화두는 원격의료였다.
 
2020년 2월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 및 처방(비대면 진료) 건수가 올해 8월까지 ‘265만건’에 달하고, 진료를 받은 인원도 ‘132만명’에 육박했다. 원격의료 수혜를 받은 사람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용호 의원(국민의힘)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가 시작된 지난해 2월 24일부터 올해 8월까지 진료건수는 총 264만7967건이었다. 진료 인원은 131만8585명이었고, 총 진료비는 409억원이었다.
 
비대면 진료를 실시한 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 7만969곳 중 1만1687곳(16.5%) 이었는데, 의료기관 6곳 중 1곳은 비대면 진료를 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감염병을 계기로 원격의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의료계 시선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3월 10일 집단휴진의 도화선이 됐던 원격의료에 대해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대면진료 및 보완 의원급 의료기관 한정, 책임소재 명확화 등을 관철시킬 경우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4년 ‘절대 불가’에서 2021년 ‘제한적 수용’으로 완화된 셈이다. 이의 근저에는 좋든 싫든 원격의료가 성큼 다가왔다는 인식이 있다. 
 
대세론을 거스를 수 없다는 현실론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국정감사에서 언급되고 법안으로 발의되고
 
금년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는 원격의료가 수차례 언급됐다. 코로나19 감염병 시대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와 강원도에서 진행 중인 원격의료 실증사업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의료 실증사업에 대해 평가한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권 장관은 지난 10월 7일 국감에서 강원도 원주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에 입주한 심전도 모니터링 기업인 ㈜메쥬의 원격 모니터링 사업에 대해 “모니터링은 굉장히 효과가 있었다”며 “초진 환자가 진단을 받고, 치료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통해 관찰을 받고, 의원을 방문하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만성질환의 경우 상담 중심의 수가를 탑재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기기 안전성”이라며 “유효성이 확보되고 제도가 중요하다. 규제특구 등 제한적으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감기간 중에는 원격의료모니터링法도 나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국감 중 위드코로나 전환 시기를 특정하면서,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단계에서 시행됐던 비대면 진료가 단계 조정으로 시행 근거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 나온 차원이었다.
 
강병원·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기간 동안 ‘원격의료 모니터링’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특히 최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계 입장을 십분 반영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를 대면진료 보완으로 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섬·벽지에 사는 사람 등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환자에 대해서만 시행하며, 의료인의 책임소재에 대해서도 명확히 규정했다.
 
나아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상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강 의원 안도 최혜영 의원과 대동소이하다. 그가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참여기관을 의원급으로 한정하고, 고혈압·당뇨·부정맥 등 만성질환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환자가 의료인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장비 결함 등으로 인한 사고 시 의료인 책임을 면하도록 한 것도 비슷하다.
 
지난 2014년 3월 10일, 집단휴진 이후 의료계가 주장했던 내용이 상당히 많이 포함된 셈이다.
 
서울시의사회 회원 87% “원격의료 확대 전망”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시행된 비대면 진료로 의료계 입장도 과거보다 많이 누그러졌다. 
 
지난해 2월 24일부터 올해 8월까지 비대면 진료 건수 총 264만7967건 중,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190만2230건(약70%)이 이뤄졌다.
 
원격의료 시행 시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림이 더욱 가속화돼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한 의료계 주장이 다소 무색해졌다.
 
최근 의료계는 원격의료를 반대하기보다 원격의료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총대는 서울시의사회가 멨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 간 원격의료 관련 설문조사(회원 총 675명 참여)를 실시했는데, 약 87%에 달하는 의사들이 원격의료 수요 증가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봤다. 
 
‘매우 증가한다’ 159명(23.6%), ‘증가한다’ 426명(63.1%) 등 원격의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원격의료 수요 증가 이유(중복 응답 포함)로 국민 편의성과 건강관리에 대한 요구 증가(551명·81.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원격의료 도입을 대비(중복 응답 포함)하기 위해서는 법적 책임의 명확한 규정(585명·86.6%)을 꼽은 답변이 제일 많았다. 비대면 진료수가 확립(465명·68.8%), 원격의료 대상 범위 제한(342명·50.7%) 등을 언급한 회원도 적잖았다. 
 
이외에도 환자정보 관리 문제 해결(248명·36.8%), 필수 IT기기 등 지원책(176명·26%) 등도 있었다.
 
물론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와 관련, 결사 반대(160명·23.7%), 반대(270명·39.9%) 등 63.6%가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 및 처방에 대해서도 적극 반대한다(184명·27.3%), 적당하지 않다(204명·30.1%), 그저 그렇다(179명·26.6%) 등으로 부정 의견이 84%로 절대적이었다.
 
아울러 원격의료 시행 시 해결할 문제(중복 응답 포함)에 대해 현실적이고 명확한 제도 마련(608명·90.1%), 의료전달체계 내 조화(357명·53%), 과학적 근거 및 안정성·유효성 확립(351명·51.9%), 개인정보 관리(254명·37.7%), IT 장비 보급 관련 정부 지원(200명·29.5%) 등으로 집계됐다.
 
내년 대선 후 본격화 전망…의협, 원격의료TF 구성
 
물론 정기국회 내 강·최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가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 회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의협 입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단 코로나19 국면이 안정 단계로 들어가거나 감염병 위기 대응단계 조정으로 인해 비대면 진료가 종료될 상황에 처해지면 논의는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
 
강 의원은 “감염병 위기대응 단계가 낮아지면 비대면 진료가 중단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원격모니터링이 가능한 법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내년 3월 9일 대선 이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원격의료의 경우 9·4 의정합의는 물론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대선 이후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된다면 관련 논의도 재개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잠행을 거듭하던 의협도 11월 4일 상임이사회에서 ‘원격의료대응TF’ 구성을 의결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해당 TF는 원격의료 관련 의료계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TF는 공동위원장 박명하(서울시의사회장)·이정근(의협 상근부회장), 간사 박용언(의협 기획이사), 위원 선재명(전라남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이승주(충청남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박보연(충청남도의사회 회장), 김봉천(의협 부회장), 유인상(대한개원의협의회 정책부회장), 이영화(대개협 의무부회장), 이현미(의협 총무이사), 박준일(의협 보험이사), 우봉식(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문석균(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김성현(의협 기획자문위원) 등으로 구성됐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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