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전담전문의 본사업 실시 1년···절반의 '성과'
'코로나19 장기화되면서 입원전담전문의 역할 더 중요해지고 확대 전망'
2021.12.30 16:4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지난 2017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뒤 금년 1월부터 본사업으로 전환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어느덧 시행 1년째를 맞았다. 
 
입원전담전문의란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진료를 책임지고 전담하는 전문의로 특히 수술 후 환자 예후를 살피는 치료를 중점적으로 수행한다. 
 
그렇다면 본사업 진입 이후 그동안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본격적인 정착의 실마리를 잡는 데 성공했을까. 데일리메디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했다.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평가는 긍정적 50%, 아쉬움 50%

의료계에 따르면 입원전담전문의 본사업 진입 이후 정착에 대한 평가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입원전담전문의에 관한 인식은 분명 이전보다 개선됐지만, 오히려 시범사업 때보다도 아쉬운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연구회의 정보공개 청구로 보건복지부가 제공한 ‘국내 입원전문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입원전담전문의 운영기관은 50곳이었다. 
 
지난해 5월 기준 45곳보다는 늘었지만, 3월과 6월 52곳, 54곳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다.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의존도 역시 올라갔다. 운영기관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5월에는 상급종합병원 25곳과 종합병원 20곳이었다. 하지만 올해 9월에는 상급종합병원은 31곳으로 늘어난 반면 종합병원은 오히려 19곳으로 감소했다.
 
병동 수를 살펴보면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5월 기준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병동전체 90개 중 상급종합병원이 61개(68%), 종합병원이 29개(32%)였지만, 올해 9월에는 상급종합병원 107개(74%), 종합병원 38개(26%)로 상급종합병원 비중이 커졌다.
 
문제는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249명을 기록했던 입원전담전문의 수는 3월 260명, 6월 276명까지 늘었다가 9월에는 270명으로 6명 감소했다. 비록 많은 수가 이탈한 것은 아니지만, 제도 초기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조기 인력 누수는 좋은 평을 받기 어렵다.
 
이에 따라 병동 당 입원전담전문의 수도 줄어드는 모양새를 보였다. 지난해 5월에는 병동당 2.77명을 기록했지만, 올해 9월에는 1.86명으로 약 3분의 2로 줄어들었다.
 
지역별 편차는 악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의 경우 지난해 5월 서울 16곳(36%), 서울 외 지역 29곳(64%)을 기록했고, 9월에는 서울 18곳(36%), 서울 외 지역 32곳(64%)으로 비율 면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병동 수의 경우에도 지난해 5월 서울 46개(51%), 서울 외 44개(49%)를 기록한 데 이어, 9월에는 서울과 서울 외 지역에서 각각 74개(51%), 71개(49%)를 기록해 같은 비율을 유지했다. 
 
입원전담전문의를 맡고 있는 정윤빈 서울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시범사업 당시부터 서울 쏠림현상은 있었지만, ‘빅5’를 비롯한 상급종합병원이 서울에 몰려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편중도 면에서는 비교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과계’ 주도하는 한국형 입원전담전문의

다만 현장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호평이 많았다. 통계적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일단 현장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오승종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전 세계적으로 병원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입원전단전문의 필요성은 더욱 중요해졌다”며 “입원전담전문의는 현장에서 수술 전후를 담당하면서 진료 지속성을 유지하는 관제탑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계에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윤진 연세대 간호학과 겸임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상주하면서 고위험군과 응급환자에 더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며 “진료를 직접 할 수 없는 간호사 입장에서, 입원전담전문의는 전반적인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환자를 돌보는데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적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임경 신촌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외과 전공의에 대한 주 80시간 제한이 시행되면서 수술실에서 경험을 쌓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며 “입원전담전문의는 현장 전문의 역할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 전공의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수술 전후에 대한 경험을 쌓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과계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주목하는 모양새다. 현재 당장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확장성 측면에서 외과계가 주도하는 ‘한국형 입원전담전문의’ 시대를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다.

현재 입원전담전문의를 분과별로 살펴보면 내과가 109명(40.4%)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외과 42명(15.6%), 소아청소년과 40명(14.8%), 가정의학과 39명(14.4%), 신경과 17명(6.3%) 등이 잇는다.
 
정은주 신촌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연구회 회장)는 “현재 외과 출신 입원전담전문의가 내과보다 적지만, 우리나라는 그래도 외과 계열 전문의들의 입원전담전문의 참여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의 활성화를 외과계가 주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는 수술 전후 예후를 관찰하고 돌발 상황에 즉각 대처 가능해 집도의가 수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또한 수술 상황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다른 분과보다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외과 전문의 진로 트랙 중 하나로 입원전담전문의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오승종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전 세계적으로 병원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입원전단전문의 필요성은 더더욱 중요해졌다”며 “입원전담전문의는 현장에서 수술 전후를 담당하면서 진료 연속성을 유지하는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PA(진료보조인력) 문제 해결 도움 가능성 속 ‘에이전트’ 방식 검토 필요
 
한편, 의료계는 입원전담전문의가 활성화되면 향후 진료보조인력(PA)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A는 의료현장에서 의사 외에 의사로서 가능한 업무 일부를 위임받아 진료보조를 수행하는 인력을 말한다.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기는 하지만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해 불가피인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보건의료계에서는 PA 문제가 수년간 뜨거운 감자로 쟁점화된 상황이다. 최근에는 간호법 제정을 놓고 의료계와 간호계 간 갈등이 첨예하다. 특히 의료계는 간호법이 PA 합법화의 명분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간호법 제정에 반대 입장로 맞서고 있다.
 
PA 문제는 비단 수술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술 전후 치료를 담당하는 입원실 병동에서도 인력 부족으로 인한 PA 문제가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정윤빈 교수는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고 수련기간이 단축되면서 병동 내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입원실에서도 간호사가 처치를 맡는 경우가 흔하다”며 “간호사들은 의사 지도 없이는 의료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설령 PA가 합법화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면허 규정상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이나 외래진료로 병동에 상주하기 어려운 교수들이 감독을 맡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병동에 입원전담전문의가 상주하게 된다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지도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만약 제도가 더욱 활성화된다면 병동 PA가 존재할 이유도 없어지겠지만, 인건비 문제로 여기까지 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향후 PA 합법화 시 일정 자격을 갖춘 간호사들이 입원전담전문의 지도하에 드레싱 및 배액관 제거, 봉합사 제거 등 간단한 침습적 시술을 맡게 될 것”이라며 “PA 제도가 정착된다면 입원전담전문의는 향후 PA 현장 교육의 주체도 맡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차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보완책이 필요할까. 의료계에서는 해외에서 운영 중인 ‘에이전트’ 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오승종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입원전담전문의가 병원 소속이 아닌 회사 소속으로 돼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병동에 환자가 늘면 병원이 입원전담전문의를 보유한 회사에 파견을 요청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력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인건비 문제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참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병원들이 많다. 사실상 상급종합병원이나 규모가 있는 종합병원이 아니면 그럴 수밖에 없다. 현행 방식만으로는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하지만 에이전트 식으로 회사에서 병원으로 입원전담전문의를 파견할 수 있게 된다면, 병원 입장에서는 병동 상황에 따라 입원전담전문의를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다만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 특성상 당장 이 방식을 도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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