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스세권 역학…유동인구·임대료 등 '일장일단'
"전공과목 따라 명당도 '흉지(胸肢)' 전락, 주변상권 등 다양한 요소 고려 필요"
2023.01.31 19:2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구교윤 기자/기획 하병원계에 ‘스세권(스타벅스 생활권)’ 바람이 거세다. 스세권은 전철역과 가까운 역세권에서 파생한 신조어로 인근에 스타벅스가 위치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위치를 뜻한다. 스타벅스를 선호하는 젊은층 유입으로 주변 건물들 역시 덩달아 활기를 띠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유동인구 증가 차원이 아닌 사회적 인식 척도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스타벅스가 입점하면 건물가치 상승 뿐 아니라 유동인구가 늘면서 상권이 살아나고 부동산 시세까지 들썩거리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역시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해 새로운 점포를 입점할 때 입지 상태 및 환경, 인구 규모, 수익성, 홍보성 등을 꼼꼼히 따진 뒤 가불가(可不可)를 결정한다. 이렇다 보니 병원에도 스타벅스 입점 여부가 소위 '자랑거리' 요인이 되고 있다. 까다로운 스타벅스가 선택한 병원이라는 자부심의 발로다. [편집자주]


최근 개원에 관심이 있는 의사들 사이에서 ‘스세권’이 관심거리다. ‘역세권’과 ‘숲세권’, ‘편(편의점)세권' 등에 이어 스세권 역시 젊은이들 사이에 상권을 분석하는 주요 가치 중 하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개원 입지를 선정하는 기준이 되는 이유는 바로 ‘부동산 가치’에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입점할 때 여러 가지 입지조건을 따져보기 때문에, 그 주변 상권이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타벅스는 유동인구와 접근성이 우수한 이른바 ‘명당(明堂)’에만 진입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병원뿐만 아니라 상권을 분석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건물주 사이에서 스타벅스 입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스타벅스를 입점시키고 건물을 통으로 매각해 수익을 챙기는 업자까지 생겼다는 후문이다. 


이렇다 보니 예비 개원의에게도 스타벅스가 개원 성공을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층에 스타벅스가 있는 수도권 건물에 재활의학과를 개원한 원장 A씨는 “스타벅스로 환자가 유인되는 등 직접적인 이득효과는 없지만 상권이나 유동인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일장일단이 있다”며 “상권이 너무 발달돼 경쟁이 치열할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임대료가 고가여서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시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개원한 원장 B씨는 입지를 정할 때 주변 상권뿐 아니라 진료과목 특성, 인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고 전했다.


B 원장은 “개원을 준비하면서 카페와 같은 주변 상권도 검토했지만 진료과목 특성에 맞는 입지를 선정했다”며 “특히 정신과이다 보니 번화한 곳보다 환자들이 차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조용한 장소를 염두에 두고 골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권 못지 않게 학연과 지연 등 ‘인맥’도 입지를 고를 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선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선후배 간 자연스럽게 개원 정보를 공유하는데 지방에서는 양도양수를 받아 개원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개원 컨설팅 업체 전문가들은 ‘스타벅스’의 존재가 어느정도 집객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개업 성패를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병의원 개원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병원을 개원할 때 가장 먼저 장소를 물색하게 되는데, 스타벅스가 있는 곳은 기본적으로 인구가 많다 보니 환자가 모이는 ‘집객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마트 등 대형 쇼핑몰에서 집객 효과를 위해 카페를 배치하는데, 병원 인근에 카페가 있다면 이점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스타벅스 개업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개원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제아무리 입지가 좋더라도 의료 상권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없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유동 인구가 많은 경우 그만큼 경쟁 병원도 많아질 수 있는 환경”이라면서 “병원을 개원할 때 유동 인구 뿐만 아니라 경쟁 구도, 인구 비중과 구조 등 의료 상권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역이 같더라도 ‘진료과목’에 따라 결과도 달라져야 한다는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는 소비층이 누구인지가 중요하다”면서 “전공과목에 따라 명당도 ‘흉지(胸肢)’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개원가 경쟁이 치열해지며 한 곳에서 오래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에 첫 개원 입지 선정에 있어 더욱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원가를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되며 힘든 실정이다.


“개원 후 한 곳에서 오래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 첫 입지 선정 신중”


김동석 회장은 “개원 입지를 정할 때 스타벅스 등 대형 프렌차이즈 입점 여부는 당연히 고려 요소가 된다”며 “하지만 스타벅스는 과거와 달리 최근 한 도로에 두세곳이 입점되는 등 점포가 늘면서 예전만큼 가치가 높다고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에 스타벅스 매장이 많지 않았을 때는 한 지역의 가장 중심지에 한 곳만 있는 경우가 많아 유동인구가 많고 가장 비싼 땅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하지만 스타벅스가 입점할 정도면 이미 주변 인프라가 모두 구성됐다는 뜻이기 때문에 임대료가 높아 미용이나 성형 분야 개원가가 주로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김동석 회장은 개원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첫 입지를 선정할 때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이나 스세권 등은 확실히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임대료가 비싸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단점이 있다”며 “국내 저수가 의료체계에서 초기 개원에 큰 투자비용을 들이면서 운영이 가능할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과거와 달리 요즘 젊은 의사들은 한 곳에 개원해도 오랜기간 유지하기 어렵다보니 지역의사회 가입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과거에는 의료기관 한 곳이 20~30년 유지되는 경우가 흔했는데 최근에는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보니 더욱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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