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정신병원 중 절반 이상이 부채가 늘고, 10개소 중 7개소가 적자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입원실 개선 비용과 인건비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신동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23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와 공동으로 ‘정신병원 경영실태분석 보고서’를 냈다고 15일 밝혔다.
보고서에는 34개 정신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가 담겼다.
설문에서 병원의 재무상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25개 병원(73.5%)이 ‘적자 상태’라고 응답했다. 흑자인 병원은 6개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의 급여도 외부에서 끌어다 쓰고 있다. 설문에서 34개 병원 중 4개 병원은 올해 1~8월 인건비를 전부 외부에서 차입해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월 중 한 번이라도 외부 자금을 차입한 병원은 16개에 달했다.
거듭되는 운영 악화에 병원들은 폐원을 염려하고 있다. 설문 중 ‘향후 얼마동안 병원을 운영할 수 있을지?’라는 질문에 41.2%에 이르는 14개 병원이 ‘3년 이내’라고 답했다. 5개 병원은 ‘5년 이내’라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국내 243개 정신병원 중 약 41%가 3년 이내에 문을 닫는다면 117개 병원이 폐원하고, 2만2734병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최근 정신병원의 경영난에는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따른 입원실 축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1년 3월과 2023년 1월에 걸쳐 ‘정신병원 시설기준’을 개정해 입원실을 기존 10인실에서 6인실로 축소했다.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에 따르면 각 정신병원은 6인실 교체를 위한 시설개선 공사에 평균 9억원을 사용했다.
이번 설문에서도 절반 이상인 18개 병원이 6인실 교체 과정에서 부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신병원들의 부채는 지난 2년 동안 평균 33%, 병원당 약 11억3000만원 증가했다. 최근 대출 이자율의 증가도 병원의 부담을 가중했다.
반면 인건비 지출은 증가했다. 환자가 줄면서 의사는 줄었지만 병실수가 증가하면서 간호사를 포함한 병원 운영 인력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인건비는 2년 동안 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이외에도 재료비, 전기세, 난방비 등 병원 운영경비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정신병원의 적자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
실제 대구 소재의 제2미주병원은 이같은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난 5월 3일 폐원했다. 제2미주병원은 2년 전 299병상을 운영했으나 시설개선에 따라 179병상으로 줄면서 수입이 4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의료급여환자와 건강보험환자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의료급여환자가 정액수가제를 적용받고 있어서 그 외 행위별수가제를 적용받는 환자와 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정신병원에 입원한 의료급여환자에 대한 소극적 진료가 우려됐다.
의료급여환자는 정부의 지원 정책에서도 차별받고 있다. 정신병원의 입원실 축소에 따른 복지부의 손실 보전에서 정신병원의 폐쇄병동집중관리료와 격리보호료를 건강보험환자에게만 적용하고, 의료급여환자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의료급여환자에도 두 항목을 적용해 주는 것이 ‘의료차별’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의료급여환자에 대한 폐쇄병동집중관리료와 격리보호료 예산으로 약 1900억원 규모를 편성”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