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필수의료 의사들 새해 '희망 편지'
2024.01.02 05:43 댓글쓰기

[신년특집 上] 되짚어 보면 2023년 한 해 최대 화두는 단연 ‘필수의료’였다. 기형적 의료환경에 기인한 의료진의 필수의료 기피현상이 임계점에 다다르면서 사건, 사고가 잇따랐고 정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속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우려를 키웠다. 힘겹게 필수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숭고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2024년 갑진년(甲辰年)에는 대한민국 필수의료에 힘찬 기운이 작용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자 한다. 분초를 다투는 필수의료 현장 의료진이 전하는 새해 소망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보다 나아진 진료 환경을 기원한다. [편집자주] 


"생명의 잉태 비교할 수 없는 보람"

노원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곽재영 교수


산부인과 하면 대게 출산과 연관성만을 생각해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산모보다는 부인과 질환을 주로 마주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여성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산부인과 의사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오히려 출산이 늦어지면서 난임을 해결하려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고 여성 질병이 늘어나고 있음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새 생명을 잉태하는 것은 참으로 숭고한 일이지만 여성으로서 겪어야 하는 통증을 덜어주는 것도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특히 적절한 치료를 통해 질환을 치료하고 임신에 성공해 다시 마주하는 환자를 볼 때면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예전에는 산부인과는 성적이 좋아야 선택할 수 있는 과였다고 했지만 갈수록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으로 선택을 피하기보다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정신적 보상도 크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새해에는 더 많은 여성이 고통받지 않고 행복할 수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과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다시 태어나도 흉부외과 선택"

강북삼성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오태윤 교수 


87년 즉 정확하게 지금으로부터 36년전 필수중증의료에 자부심, 자긍심, 환희의 마음으로 투신한지 세번의 강산이 변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태어나도 흉부외과는 주저없는 선택지다.


필수의료 고사 위기 경고음은 지난 수십년간 꾸준히 울렸지만 이 또한 미리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탓에 결국은 여기저기 문제가 폭발하니 소위 '백가쟁명식 속성 해결책'이 난무하고, 일부는 첨예한 갈등의 소지가 됐다. 


필수의료 앞에 놓인 현재 보건의료 상황은 곳곳에 지뢰밭이 널려있다. 초고령 고난도 환자 급증, 수술실 CCTV, 치솟는 의료분쟁, 저수가 및 저인력, 번아웃 등 문제가 산적했다. 금년 4월에는 새롭게 제22대 국회도 개원하니 단기적으로는 필수중증의료 부양을 위한 특례법이 여야 합의로 제정되길 기대한다.


이름없이 빛도 없이 지금도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 비상대기 상황에서 전국 각처의 필수의료 센터를 지키는 필수의료인들이야말로 이시대의 영웅이다. 그들의 노고와 아픔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협력해 청용의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2024년은 응급의료 기초에 충실한 한 해 기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왕순주 교수 


2023년은 응급실 뺑뺑이, 여러 응급의료와 관련된 갈등 등으로 응급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도전이 심한 한 해였다. 응급의료는 공공의료 측면 뿐 아니라 국가안전망, 위기대응시스템 측면에서도 핵심 기반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응급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법적 문제에서 응급의료진의 사기가 저하되는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고, 의료환경 변화로 응급의료진의 부담이 가중돼 대국민 응급의료 제공에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가 많은 의료기반을 민간에 의존하며, 응급의료와 같은 공공적 성격의 핵심 의료기반에 공적인 투자가 미흡하다. 국민들의 응급의료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진 상황에서 선진국형 응급의료 도약의 중요 시점에 있다.


바라건대 내년에는 응급의료의 기초에 충실해지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국민들도 응급상황이 아니면 진짜로 위중한 환자에게 응급진료를 먼저 양보하고, 편의를 위해 119를 남용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응급의료진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부심을 느끼고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응급상황에서의 국민 생존과 일상적 응급의료 만족도의 두 가지를 다 잡을 수 있는 해가 되길 희망한다.이를 위해 응급의료진이 마음 놓고 진료할 수 있는 사회적, 법적 환경 조성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새해에는 자랑스러운 외과 의사들이 자부심 되찾길 기원”

한양대병원 외과 최동호 교수


외과의사를 선택한 지 올해 만 30년이 되는 해다. 초등학교부터 외과를 꿈꿔 아마도 외과에 관심을 가진 지 50년 가까이 된 것 같다.


그 사이 눈부신 경제발전, 그로 인한 소득의 향상, 국가 위상 상승 등 사회 제반 여건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느낀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기본 인프라인 필수의료에 속한 외과의사의 상황은 아마도 50년 전부터 서서히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물론 외과의사들 수술 술기나 지식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외과를 포함한 필수의료에 대한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금까지도 외과를 선택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지만, 요즘 후배의사들에게 외과의사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기가 참 어렵다.


부디 다가오는 새해에는 외과를 포함한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모든 의료진이 즐겁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1년 365일 24시간 불켜진 응급의학과 신뢰 부탁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


2023년을 돌아보면 응급의료 분야에서는 참으로 어둡고 답답한 한 해였다.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3년 여간 국민들이 고생했다. 하지만 의료현장으로 보자면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전공의, 간호사들은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다. 


‘응급실 뺑뺑이’라며 언론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고 그 와중에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피의자로 수사받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 10여년전 발생했던 대동맥 박리 환자 관련해 민사적 손해 배상을 완료했음에도 형사적 징역의 집행유예형이 대법원에서 선고됐다. 


참으로 말할 수 없이 안타까운 일들로 2024년 새해에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일선 응급의료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응급의료인력이 최선을 다해 응급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의료적 환경이 조성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결국 국민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그 순간, 24시간 365일 주말과 휴일, 야간과 새벽을 가리지 않고 응급실의 불을 밝힌 의사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전공의들이다. 국민들의 신뢰와 협조 속에서 최선 응급 의료를 행할 수 있을 때 우리나라는 더욱 안전해질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취직률 개선 시급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빈 교수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로 미래 대한민국이 존폐 위기에 서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 나갈 소아청소년 건강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필수의료, 특히 소아청소년과가 무너지는 이유는 전공의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인데, 코로나 이후 개원가 몰락과 아동병원 전문의 해고 여파가 제일 큰 이유로 생각된다.


전문의가 되면 대형병원에 취직할 수 있는 인원이 20~30%이고, 나머지 70~80%는 개원가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 이는 저수가에 의한 구조적 문제입니다.

 

개원가 소아진료에 대한 연령별 초재진 가산을 의료제도가 우리와 같은 일본처럼 수백% 증가시키거나, 전문의가 되면 모두 대형병원이나 대학어린이병원에 자동 취직이 될 수 있게 정책지원이 이뤄져 이 의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저수가의 어려운 의료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 건강을 위해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국 모든 소아청소년과 선생님들이 이 시대 진정한 허준이다. 여러분의 가정이 늘 평안하고, 새해에는 희망하는 것들이 모두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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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 01.02 09:24
    정말로 우리나라를 위해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이네요
  • 가짜판새 01.02 06:20
    의료정책의 문제 해결보다 1000명 이상 의대 증원을 해 필수과 낙수효과를 노리는 정부나 의사들 적폐로 모는 국민이나 똑 같다. 그리고 상기 비인과에 전공의 유인하려는 교수도 한심하다. 그래 비인과 열심히 해라. 전공의 지원 안 하니 당직 서고 하려니 힘들지 비인기 필수과 의사 10년 하면 10명 중에 2명은 감방 가고 배상하고 면허취소인데 누가 가겠나. 이제 모든 의사는 운전사고로 금고만 받아도 면허취소다. 의사들 이제 동네북이고 의사를 많이 때리는 쪽에서 국민 속풀이에 누가 더 열심히 하냐에 표는 더 얻는다. 그리고 대학에서도 증원을 요구하는 것은 주 88시간 노동과 월 350만원짜리 전공의 노동자를 원하겠지 다 는 아니지만 교수들도 마음이 그래서야 되겠나 단디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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