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정원이 10% 이상 증원된 의대들이 보다 강화된 인증평가를 매년 받게되자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지난 7월 30일 '주요변화평가계획 설명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의대 평가에 착수하자, 대학가에서 "계획 제출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표출된 것이다.
이에 대해 다시 의대 교수들은 "최소한의 검증도 거부하겠다는 것이냐. 졸속 증원임을 인정하는 것이냐"며 맞섰다.
발단은 31일 홍원화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경북대 총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요변화계획서 제출은 의대생들 복귀 후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의평원의 평가 일정에 따르면 평가대상인 30개 의대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주요변화계획서를 의평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홍 회장은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돌아온 뒤에 계획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판단이다.
또 홍 회장은 다른 의대 보유 대학 총장들에게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평원 인증 평가는 정상교육 가능한지 살피는 최소한의 점검"
이 같은 홍 회장 발언에 대해 의대 교수들은 아연실색하는 반응을 보였다.
학생·교원 수, 시설, 재정 조달 등을 확인하는 의평원의 인증평가는 의대 증원 시 온전한 교육이 가능한지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이라는 것이다.
이날 가톨릭대·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 6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의대생들이 교실을 떠난 상황과 의평원 평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학생이 돌아온 후에나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건 억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구체적인 투자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증원하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의대 교수들이 수차례 말했다"며 "이제서야 준비 없는 증원이 얼마나 무모한지 깨달았나"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이러한 홍 회장 뜻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는 반응도 나왔다. 대학이 의평원 인증평가에 응하지 않으면 인증이 취소되고, 신입생을 못 받아 정부 의대증원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원화 경북대 총장의 구국의 결단에 감사하다"며 "계획서를 의평원에 제출하지 않으면 의대생 신입생 모집이 정지된다"고 밝혔다.
이어 "의학 교육 질(質)을 담보하기 위한 홍 총장의 교육자로서의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 역시 국회의원 감이다"고 비꼬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의평원이 주요변화평가를 실시하면서 의대 증원 수요조사, 학칙 개정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을 빚어온 대학본부와 의대 교수들이 향후 또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평원 설명회에서 대학본부 관계자들은 행정절차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토했지만, 평가를 실시하는 의대 교수들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정책인지 여실히 보여주기 위해 평가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안덕선 의평원장은 "주요변화평가 취지는 의대들이 내년부터 신입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확인해 의학교육 질(質) 저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지, 어려워진 의대 운영 상황을 더 악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