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돌리는 방안을 시사하자 의료계는 "의대교육 마스터 플랜 제시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주호 부총리의 비공식 제안에 대해 "의대 정원 규모 논의는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의대생 복귀 조건은 이전과 동일하다"고 26일 밝혔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의대 정원 논의는 현재 멈춰 있다. 교육부에 정원이 아닌 우선 의대교육 마스터 플랜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을 이전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해서 의협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며 "원칙에 입각해서 움직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이 부총리는 의대생 3월 복귀를 위해 내년도 의대 증원 '3058명' 안을 제시하고 의료계와 물밑협상에 나섰다고 알려졌다.
복지부는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내년도 의대 정원을 정하기 어려우면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방침이 확정되면 각 대학의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는 최소 0명(신입생 3058명)에서 최대 2000명(5058명) 사이에서 결정된다.
이에 같은 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각 대학 총장들에게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2024학년도 정원인 3058명으로 재설정하자"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의대 학장들의 '0명 증원' 요청을 수용한다면 의정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부총리는 의협 측에 비공식으로 '0명 증원' 안을 수용하자고 제안을 했다.
실제 지난 24일 의대 학장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도 이 부총리는 '3058명' 안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대신 의대 학장들이 의대생들의 복귀를 책임지고 설득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증원 동결을 옹호하고 있는 것과 달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학부모·수험생, 정책 갈팡지팡 정부 '비판'
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이 같이 협상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일부 시민단체들은 '밀실협약'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실련,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환자단체연합 등이 속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의협과 밀실협상을 도모하려는 자를 의사 기득권 수호 세력으로 규정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1년을 넘게 환자와 국민들이 고통스럽게 참아 왔고, 국회에서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논의와 검토를 거쳤다"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교육부가 이를 한 번에 무용하게 돌려서는 안된다"며 "밀실협상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서 내년 증원 동결 카드는 또 다른 벽에 직면했다.
고3 수험생 및 학부모들 혼란도 커지는 상황이다. 의대입시 지각 변동에 수험생과 학부모도 유례없는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는 내년 의대 정원을 정할 '골든타임'은 2월까지라고 밝혀왔지만, 아직 정해진 게 없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대입계획 변경 수정 시점까지 정해지지 않아 대학가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한 학부모는 "정부가 일관성을 갖고 뚝심 있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아니고 의료계와 계속 교착 국면에 처해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