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대신 희생 강요 한국 의료환경, 지속 불가능'
대한뇌졸중학회 나정호 이사장
2018.04.14 06:45 댓글쓰기
"뇌졸중 전용 치료센터 인증사업 필요"

우리나라 뇌졸중 진료 성과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45세 이상 허혈성 뇌졸중 입원환자의 30일 내 사망률이 3.9%로 OECD 회원국 평균인 8.2%에 비해 현저히 낮다. 연구도 국제 무대에서 학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대한뇌졸중학회가 발간하는 학회지 톰슨로이터스사 인용지수(impact factor, IF)는 5점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으며, 일본과 호주 등 해외 학회와의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실에 비해 뇌졸중 치료에 힘쓰고 있는 의료현장을 위한 개선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뇌졸중학회 나정호 신임 이사장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 최근 골든타임 기준 재정립 등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뇌졸중 연구에서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게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가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용해술이다. 최근 의료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다양한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 또 과거에는 혈관이 막힌 상태에서 혈전용해제를 투여해도 의미가 없다는 시각이 다수였지만 요즘에는 빠른 혈전용해제 투여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두 번째는 미세먼지와 뇌질환 인과관계 규명이다. 미세먼지가 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중이다. 어떤 기전인지가 아직 규명돼지 않아 이를 밝히면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골든타임과 관련해서는 국제학회 가이드라인이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혈전제거술 가능 시간을 6시간 내에서 24시간으로 늘린 것을 들 수 있지만 모든 환자의 골든타임이 연장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통 6시간 이후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지지만 자기공명영상 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적극적 치료를 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다양해진 것이고, 또 이게 가능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영상기법을 보유한 의료기관이 많아야 한다.
 
- 그렇다면 여전히 신속한 환자이송이 중요한 과제로 남는 건가
 
그렇다. 응급의료전달체계도 뇌졸중 치료환경에 있어 중요하다. 구급대원들이 뇌졸중 환자를 신속하게 판단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송해 줘야 한다. 뇌졸중을 판별할 수 있는 점수체계가 이미 여러 국가에서 개발됐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의무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소방본부와 협업이 잘 된 몇몇 의료기관만 개별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수준이다. 모든 구급대원들이 뇌졸중 판별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아쉽다. 환자를 보낼 곳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고 혈전제거술을 시행하는 등 초급성기 치료를 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보건복지부에서 권역심혈관센터지정사업을 통해 의료기관 14곳을 센터로 지정하고 있지만 심혈관센터가 아우르는 범위가 너무 넓은데다 숫자도 적다. 소위 뇌졸중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뼈대뿐만 아니라 촘촘한 그물망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회에서는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 구축을 제안하고 있다.

- 기존 집중치료실(Stroke Unit)로는 부족한가
 
집중치료실은 병실 개념이기 때문에 회복을 포함해 수술 등 급성기 치료까지 가능한 센터의 개념을 제안하는 것이다. 3차병원 및 중소병원 가운데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 백여 군데를 인증하고 여기에서 뇌졸중 환자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자료도 웬만큼 갖춰졌고 인증 후 평가나 진료지침 준수 확인 여부 등 사후 관리 계획도 마련하고 있지만 정부와의 협상이 여의치 않아 제자리걸음이다. 뇌졸중 관련 진료수가와 교육수가가 전혀 없다는 것도 안타까운 점 중 하나다. 집중치료실은 수가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중환자실 7등급과 비슷한 수준이라 차라리 간호간병통합병동으로 신청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다.

또 뇌졸중은 80~90%가 예방 가능한 질병이라 예방지침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 뇌졸중 발병 시 흔한 증상이나 대처 요령과 같은 사항이 집중적으로 교육돼야 한다. 혈전 제거와 같은 초급성기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부터 의료진이 대기하고, 최단시간 내 영상을 촬영한 뒤 환자를 면밀하게 살피는 등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진료수가나 행위수가가 없으니 뇌졸중 전담의들은 대가 없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 때문에 뇌졸중 전문인력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전공의 부족에 대한 위기감은

학회 존속을 위해서는 사람이 계속 들어와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걱정이다. 현장에서도 이런 사태가 계속되다가는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물론 사명감과 자부심은 있지만 의사 몇 명의 개별적인 희생만으로 의료체계가 유지될 수는 없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속가능한 진료환경 구축이다. 국내 뇌졸중 치료 성과가 높지만 동시에 뇌졸중은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때문에 앞으로도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진료 받을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고,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인력 투입에 대한 의지도 있어야 한다. 보상 없는 의료환경에서는 의사들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전공의 수를 늘려서라도 악순환을 막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정책 반영에 대한 가능성은 


2016년에 심뇌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심뇌혈관질환 예방과 응급대응, 조기재활 등을 위해 마련된 법안인데 여기에 뇌졸중안전망 구축을 위한 방안들이 좀 더 마련됐으면 한다. 법률 시행과 함께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지금은 뇌졸중 진료환경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개선해야 하는 시점이다. 학회에서도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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