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전공의 피의자 소환 조사···의료계 반감 확산
대전협 단체행동 예고 이어 신생아학회도 '인력 연쇄 이탈 우려'
2018.02.08 07:20 댓글쓰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4명 사망 사건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치의, 전공의 및 간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수사가 진행되자 의료계 내 반감이 확산되는 추세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안치현)가 보건당국이 전공의에게 불합리한 감염관리 책임을 전가하면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데 이어 대한신생아학회(회장 김기수)도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대한신생아학회는 6일 “지질 주사제 오염에 인한 패혈증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오염 경로가 역학적으로 확인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기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의료진은 범죄자로 간주된 채 조사를 받고 있다”고 운을 뗐다.
 

학회는 “지질 주사제 오염의 역학적 경로가 의료진 과실로 확인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주치의, 전공의 및 간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수사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이 의료진의 법적 처벌로 이어진다면 중환자 진료 전문인력의 연쇄적 이탈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학회는 “국내 중환자 진료 근간의 붕괴라는 국가적 재난 사태로 파급될 수 있다”며 “반드시 배후에 얽혀 있던 중환자실 진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신생아 중환자 진료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신생아 전문의와 경력 간호사 등 전문 의료인력의 양적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실제로 의료인력을 둘러싼 현장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전했다.


학회는 “전문의에 합격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신생아 전임의 원서 접수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생아 중환자실 전임의가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대형 대학병원이라면 버틸만 하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씁쓸해 했다.


이어 “그러다가도 ‘신생아 전문의가 1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 어떨까’,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
가 정착되면 작은 규모 병원에서는 훨씬 힘들어지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초기, 적절한 사전 조치도 없이 마치 범죄의 현장인 양 수사팀의 강제 수색이 진행된 것은 신성한 진료권에 대한 침범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쾌한 심경을 내비쳤다.


학회는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 경로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대목동 사건의 감염 경로가 지질 주사제 소분 과정의 의료진 과실이라는 주장은 아직까지 추정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환자 유가족에 대한 보상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신생아 중환실의 감염관리 시스템을 보완하고 안전과 직결되는 특화된 의료 기기 및 약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라는 제안도 나왔다.


학회는 “감염 경로를 명백히 밝히고 이번 사건 이후 제안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귀담아 보다 향상된 중환자 진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중환자 의료시스템의 총체적 문제와 진료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공의협의회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정부, 경찰, 병원 등이 사태의 책임을 의료진에게 전가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단 남의 일이 아니다. NICU 근무 거부, 집단 파업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협의회는 "지금 병원은 스스로의 책임은 감추고 환아를 살리기에 여념이 없던 전공의와 주치의 교수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경찰이 막중한 책무를 잊고 전공의와 담당 교수를 과실치사 피의자로 가정하고 혹독하게 조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리 감독 권한조차 없는 전공의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지만 실질적인 원인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했다며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들 기관을 검찰에 고발한 상황이다.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우리나라는 평균적으로 2명의 전문의가 30명의 미숙아를 365일 돌보는 무리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간호사 1명이 미숙아 중환자 4명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만든 제도 설계자의 탓이 크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피고발인들이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들에게 15개의 병상을 1명의 전문의가 담당해야 겨우 적자를 면할 수 있는 수가 밖에 인정하지 않도록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해 온 것이 가장 큰 사건 발생의 이유"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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