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 학계서 제기되는 '낙태죄 폐지 찬성'
전반적인 반대 속 윤리·철학·신학 연구자연대 “현실과 법의 괴리” 지적
2017.12.17 19:13 댓글쓰기

지난 9월30일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린다’는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이후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통상 생명윤리를 논하는 학계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은 연구자들도 의견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5일 낙태죄 폐지를 바라는 생명윤리학·철학·신학 연구자 연대(이하 연대)는 “생명윤리계 의견은 일방적이지 않다. 우리는 낙태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 이번 기회에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결론이 내려지기를 소망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연대에 따르면,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과거의 엄격한 낙태 규제법을 다양한 규정과 제도를 가지고 대체해 왔던 반면 우리나라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의 낙태 금지조항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973년 정부 주도 가족계획 정책의 일환으로 몇몇 제한된 경우에 한해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규정을 모자보건법에 두기는 했으나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해 대부분의 낙태시술이 불법으로 규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연대는 “이러한 현실과 법의 괴리는 당사자인 여성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을 뿐 아니라 의료인의 전문직 윤리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사실 생명윤리학계에서는 서구에서 등장한 다양한 이론들과 더불어 우리나라 고유 전통과 사상에 입각, 적지 않은 연구자들이 낙태에 대해 전향적인 견해를 표명해 왔다.


물론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생명윤리론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며, 또한 하나의 학문적 견해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연대는 “낙태가 생명윤리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이를 국가의 법률 조항에 넣어서 모든 낙태를 일괄적으로 규제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이들의 주장이 전체 생명윤리학계 입장을 반영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낙태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보다 성숙해지고 제도적인 개선의 결실로 이어져야 한다. 이로 인해 커다란 심신의 고통을 겪은 수많은 여성들이 처벌 공포와 죄의식이라는 이중, 삼중의 굴레에서 해방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낙태죄 폐지를 바라는 생명윤리학·철학·신학 연구자 연대에는 권복규 이대 의료윤리학 교수를 비롯해 100명이 넘는 교수 및 강사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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