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醫師환자도 사전 설명 충실히 해야'
2001.11.02 02:17 댓글쓰기
"환자가 의사인 경우 수술에 앞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면 처벌받게 되는가?"

"보호자의 동의없이 응급수술을 한 뒤 보호자가 수술비 납부를 거부한다면?"

전자의 법률적 해석은 '예'이지만 후자는 '대책없음'이다.

1일 열린 대한외과학회 추계 통합학술대회에서 눈길을 끄는 심층토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노승무 충남의대 외과교수, 신현호 변호사,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실장, 이성주 동아일보 기자 등이 참석해 응급의료에서 의사들이 부딪치게 되는 '사전설명 의무'와 '보호자 동의문제'에 대해 사례별로 토론을 벌였다.

먼저 노 교수는 45세의 외과의사가 추간판 수핵탈출증으로 동료의사에게 응급수술을 권유받은 뒤, 대학병원에서 수술할 것을 고집하다 수술시기를 놓쳐 양하지가 마비된 사례를 제시했다.

이 사례에 대해 김 실장 등은 "환자의 직업이 의사인 특수관계를 미뤄볼 때 충분한 신뢰와 지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의사가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 변호사는 "법원은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설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병원에 배상판결을 냈다"며 판례를 소개했다.

너무 현실에 동떨어진 판결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신 변호사는 "예측이 불가능하거나 발생가능성이 드문 경우에는 의사가 처벌받지 않는다"면서도 "10분안에 모든 부작용을 다 설명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며 법적용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어 노 교수는 56세의 남성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보호자 동의없이 비장적출 수술을 한 뒤, 보호자가 수술비 납부를 거부하고 사라진 사례를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런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며 병원의 경제적 부담을 덜면서도 인도적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 기자는 "미국 동부지역의 경우 3~5%의 세제혜택을 줘서 이런 경우에 대비하도록 하고 있다"며 제도적 장치를 강조했다.

노 교수 역시 "중환자실 공간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시립·국립병원으로 옮길 수 있는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신 변호사는 "현행법상 행려병자만 시립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며 "보호자가 거부한 환자를 전화박스에 내려놓고 파출소에 신고해 행려병자로 입원시키는 헤프닝이 벌어지기까지 한다"고 실상을 소개해 참가자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보호자 동의없이 수술할 수 있는 응급상황은 의사가 정의하는 것 아니냐는 한 방청객의 지적에, 토론자들은 의사의 전문지식이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토대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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