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내과 전공의 공백···전문의 경쟁 치열
레지던트 3~4년차 동시 전문의시험 응시, 병원들 준비 매우 미흡
2019.07.18 11:3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기획 2] 혼란의 시기가 찾아왔다. 올 연말부터 임상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 2017년 내과 수련과정이 4년에서 3년제로 바뀌면서 동시에 수련병원을 빠져나가는 전공의들 때문이다. 물론 전문의 배출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일차원적인 수요와 공급 원칙이 어긋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수련병원은 인력 공백이 가중되고 많아진 내과 전문의들의 경쟁은 심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올 연말부터 불거질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또 대안은 마련됐는지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2020년 1월 내과 전문의 시험은 현재 레지던트 3, 4년차가 동시에 치른다. 이는 전문의 시험을 치고 수련병원을 떠나는 전공의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4년차의 공백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수련병원 입장은 난처함의 연속이다.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인해 수련시간이 주 80시간으로 제한되면서 각 수련 병원의 전공의 대체인력 부족현상이 심화되는 상황 속 인력 공백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줄어든 인력으로 교수 등 의료진의 업무로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예외 업종으로 지정되긴 했지만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시행으로 근무시간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문재인케어 시행으로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의 총 진료비 증가율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지표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상급종합병원은 전년 대비 25% 넘게 올랐다.

즉, 작년보다 올해 수련병원 업무량이 많아졌고 이러한 흐름은 내년에 더 극심한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러한 상황 속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5월 29곳의 수련병원 내과 수석 전공의를 대상으로 시행한 ‘내과 3년제 전환 후 인력 공백에 따른 병원별 실태조사’를 벌였다.

실태조사에서 ‘현재 정규 업무, 당직 업무가 전공의 인력만 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62.07%가 ‘아니오’라고 답했으며, 이들 중 절반이 부족한 인력에 따른 업무는 ‘입원전담전문의’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2개 년차 동시 전문의 배출 이후 인력 공백에 따른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됐냐는 질문에 ‘논의는 되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이 없다’라는 응답이 41.38%로 가장 많았다.

‘전혀 진행된 바 없다'’와 ‘추가인력을 고용할 계획이다’라는 답변이 20.69%, ‘기존의 전공의 인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가 10.34%를 차지해 그 뒤를 이었다.

결국 수련병원 차원에서는 전공의 공백에 따른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전공의 공백이 발생했을 때 저년차 전공의 및 남아 있는 인력들을 대안으로 봐서는 안된다. 병원 차원의 재원을 투입해 부족하면 정부에 합당한 요구를 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서울소재 A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문제는 물리적 으로 숫자가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문화 자체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인력 공백을 희생의 가치로 메꿀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다. 문화적 차이가 어쩌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적 해결 방안 전무한 상태

논란의 여지는 없다. 분명히 내과 전공의 인력 공백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예견됐음에도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대한내과학회 측은 3년간 수련을 마친 전공의에게 일종의 ‘준면허(eligible license)’를 주고 전문의 자격시험은 수련 종료 후 일정기간 지나면 치르는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을 정부 측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전공의 수련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수용이 불가한 상황이다.

엄중식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는 “단기적 공백이 발생하면 전임의나 주니어 교수들이 진료 공백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조차 불가능하다. 병원들이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나 기본 조건들을 아직 갖추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료체계 공백 등을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전공의 수련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수련병원도 정부도 그리고 학회 차원에서도 인력 공백이라는 매듭을 풀어내지 못하고 방관하고 있는 모양새다.

1100명 나오는 내과 전문의

내과 전공의 수련과정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됨에 따라 내년 내과 전문의 시험 응시자는 약 11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평균 600~700명 정도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다.

전공의도 문제지만 내과 전문의 수가 많아지면서 현실적으로 개원의부터 봉직의, 펠로우나 호스피탈리스트까지 각 분야에서 경쟁 양상을 띠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선택지 중 하나인 동네의원 개원은 사실상 녹록지 않은 현실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문재인케어가 시행되면서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림현상이 도드라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2020년 내과 개원가 시장 내에서의 경쟁은 쉽지 않다.

사실 갓 전문의 시험을 치른 상황에서 곧바로 봉직의로 노선을 정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세부 전문의 자격조건으로 경력이 수반돼야 하는데 이 역시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종적으로 내년 초에는 펠로우 전쟁으로 구직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소재 상급종합병원 4년차 내과 전공의는 “여러 노선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 영역에서 뚜렷한 길이 그려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아마도 대다수는 펠로우를 거쳐 봉직의로 넘어가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호스피탈리스트로의 전환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현실 상 매력적인 선택은 아니라는 인식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내과 전문의가 예년보다 2배 이상 많아지면서 임상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급여화 진입은 물론 기본 진단기로 자리잡은 초음파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다.

1000명이 넘는 내과 전문의가 나오게 되면 초음파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초음파관련학회는 물론 내과학회나 소화기학회에서도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공간적 제한과 재정적 문제도 걸려있다.

이와 관련, 이준성 대한임상초음파학회 이사장은 “3년차 전공의 교육에는 초음파가 필수적으로 들어가기에 급박한 상황임에도 수련병원에서는 이를 교육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다. 임상초음파학회 차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획득한 이들에게 실질적 교육을 진행해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2017년부터 상설 초음파 교육센터를 운영해 초음파 교육을 원하는 전공의부터 개원의까지 언제든지 편한 시일에 교육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지만 소요되는 재정이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패러다임 변화가 극심해지는 내년 초 전공의 인력 공백과 전문의 과다 배출은 내과계 임상현장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할 전망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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