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만 설명하고 환자에겐 안한 대학병원 '패(敗)'
1심과 달리 항소심 유족측 손 들어줘, '2000만원 위자료 보상' 판결
2015.11.29 20:00 댓글쓰기

미세혈관 감압술을 받은 사경증 환자가 사망, 소송에 휘말렸다가 1심에서 이긴 대학교병원이 2심에서는 졌다.

 

항소심이 환자 보호자에게만 수술 위험성을 설명한 것은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부장판사 이창형)는 망인A씨의 유족이 H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일부 뒤집어 “피고는 원고에게 2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망인은 H대학교병원에서 신경외과 전문의 K교수로부터 연축성 사경증 진단을 받은 후 미세혈관 감압수술을 받았다가 사망했다. 

 

유족 측은 병원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총 3억5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1심인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부장판사 유승관)는 원고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도 병원 측의 과실은 없다고 봤다. 하지만 원심과 달리 병원이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망인에 대한 위자료는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수술에 관한 설명 및 동의를 망인이 아닌 보호자에게만 설명한 것이 병원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수술 전 K교수는 뇌 MRI 검사 결과 특별한 병변이 발견되지 않아 미세혈관 감압술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후 망인의 아버지에게 해당 수술의 방법 및 경과와 위험성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 뇌 척수액 유출과 이로 인한 뇌막염, 뇌실염 등의 치명적 감염 가능성까지 설명했다. 

 

2심은 “사건 수술 당시 망인은 31세의 성인으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의사 설명을 듣고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명을 들은 아버지로부터 다시 내용을 충실히 전해 듣고 자기 결정권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상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 대한 설명 의무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 의료진은 설명의무 위반과 망인에 대한 악 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에 관한 입증이 없더라도 망인은 의료진 설명 결여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며 “병원은 망인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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