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유독 폐(肺) 많이 전이되는 이유 왜?
서울아산병원 김헌식 교수팀, 특정 단백질 결핍시 폐암 전이 동물실험 성공
2020.11.09 14:1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여러 장기 중 유독 폐에서 암 전이 확률이 높은 원인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김헌식·최은영 교수팀은 "흑색종 쥐 모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폐의 특정 단백질이 결핍되면 폐 염증반응을 활성화시켜 암 전이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암세포 주변의 염증 등 미세환경이 암 전이 형성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어떤 기전으로 폐와 같은 특정 장기에서 암 전이가 많이 진행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다.


이들 교수는 연세의대 해부학교실 현영민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흑색종을 유도한 쥐 모델의 폐 혈관내피세포에서 주로 발현하는 특정 단백질 DEL-1이 악성종양의 전이를 억제하는 중요한 인자임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DEL-1단백질을 결핍시킨 쥐의 꼬리정맥으로 흑색종을 주입했다. 그 결과 쥐의 폐로 선천 면역 역할을 담당하는 세포인 호중구 유입을 촉진시켜 폐전이 병소에 염증반응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자연살해세포 매개(NK cell) 항암면역반응이 결함돼 악성종양 성장과 전이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역으로 활용, DEL-1단백질이 결핍된 쥐 모델의 호중구 세포를 인위적으로 결핍시키거나, 외부에서 조합한 DEL-1단백질을 주입했을 경우 항암면역반응 결핍 반응이 효과적으로 회복되는 것도 밝혀냈다.


DEL-1 단백질은 흑색종 원발암의 생성이나 전체적인 항암면역반응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해 암 전이와 관련된 국소적인 항암면역반응만을 조절했다.
 

김헌식 교수는 “이번 연구로 염증에 의한 악성종양 폐 전이를 억제하는 단백질을 발견한 게 가장 큰 성과이며, 이 단백질로 왜 폐가 다른 장기에 비해 전이에 취약한지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DEL-1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폐뿐만 아니라 뇌 등 전이된 악성종양에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과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1월호에 게재됐으며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에 선정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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