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폐기능 상실 멕시코 교민, 서울아산병원 폐이식 '새 삶'
박승일 교수 집도, 지구 반대편 긴박한 상황 넘기며 9월 수술 후 회복 12월 퇴원 예정
2020.12.08 17:0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지구 반대편 멕시코에서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肺)가 망가져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던 50대 교민이 고국에서 폐이식 수술을 받고 새로운 삶을 얻었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지난 9월 코로나19 감염 완치 이후 발생한 폐섬유증으로 폐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인공호흡기와 에크모에 의존하며 실낱같은 생명을 이어가던 멕시코 교민 김충영씨(여, 55세)의 폐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8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6월 멕시코 거주 중 코로나19 양성 확진으로 멕시코시티 소재 ABC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3일 만에 폐렴이 악화돼 인공호흡기를 적용하고 패혈성 쇼크도 진단받았다.

이어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섬유증까지 발생해 폐기능을 거의 잃었고, 현지 의료진은 김씨 가족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전했다. 
 
절체절명 위기에 놓인 김씨를 살리기 위해 김씨 가족들은 7월 24일 ABC병원에서 에어엠뷸런스(환자전용 수송기)를 이용해 멕시코에서 유일하게 폐이식에 성공한 크리스터스 무구에르사(Chrirtus Muguerza)병원으로 김씨를 이송했다.

위기 넘겼지만 폐섬유화 폐기능 상실, 해결책은 폐이식 뿐 이었으나 현지서는 불가능

병원에 도착한 김씨는 에크모(ECMO, 인공심폐기) 적용으로 다행히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폐섬유화로 폐의 90% 이상이 딱딱하게 굳어 폐기능을 모두 상실한 김씨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폐이식 뿐이었다.
 
담당 의료진은 김씨 가족들에게 폐이식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멕시코는 폐이식 경험이 많지 않고 장기기증 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아 김씨의 폐이식 진행 가능성은 희박했다.
 
절망에 빠진 김씨의 아들 정재준(34세)씨는 마지막 희망으로 지구 반대편 고국에 있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폐이식으로 어머니를 살려달라는 한 통의 메일을 보냈다.

얘기를 전해 들은 멕시코 현지 의사도 서울아산병원은 간, 심장, 폐, 신·췌장 등 풍부한 장기이식 경험과 높은 이식 성공률로 많은 해외 의학자들 연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알고 추천했다.

김씨 가족 이야기를 들은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멕시코 현지 의료진과 연락해 환자 상태를 파악했다. 하지만 당시 환자 상태는 폐이식 진행 가능성과 수술 후 회복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지난 8월 초 폐이식팀 의료진들은 김씨 폐이식 진행 및 회복 가능성에 대해 수차례 논의했고, 폐이식 진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폐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의식도 없는 김씨를 장시간 안전하게 한국으로 이송할 수 있을지가 큰 난제였다.
 
결국 가족들의 노력으로 에어엠뷸런스를 이용한 전문업체를 이용해 김씨 이송을 준비할 수 있었고,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도움으로 이송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같은 시간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김씨의 신속한 입원수속을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에크모와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김씨는 크리스터스 무구에르사병원 소속 의료진(Dra.Gaby / ECMO전문의, Srta.Erika / 체외순환사) 2명과 함께 몬테레이공항을 출발해 캐나다 벤쿠버공항, 알래스카 앵커리지공항, 소련 캄차카공항을 거쳐 24시간 비행 끝에 입국했다. 김씨는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을 통해 내과계중환자실로 입원했고, 폐이식 대기자로 등록됐다. 
                             
계속되는 거부반응 결과에 폐이식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료진의 걱정도 있었지만, 마침내 9월 김씨에게 이식이 가능한 뇌사자 폐가 나왔다.     
 
9월 11일 오후 5시 서울아산병원 동관 3층 수술방에는 폐이식팀과 수술방 간호사 등 20여 명의 의료진들이 김씨 폐이식 수술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증자 폐가 도착하고 10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김씨의 폐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기증자 폐로 이식수술 성공했고 장기간 인공호흡기 등 의존, 고비 넘겨 현재 재활치료 중" 
 
김씨는 폐를 이식받은 후에도 오랫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했고, 폐기능이 예상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료진의 적절한 조치로 무사히 고비를 넘겼다. 김씨는 현재 재활치료를 받으며 오는 12월 퇴원을 준비 중이다.
 
김씨는 “멕시코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완치 이후 폐렴과 패혈증, 폐섬유증까지 생겨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막막한 상황에서 가족과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폐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감격과 가족과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한 생각 뿐이다”고 말했다.   
 
김씨 가족들은 “폐이식 진행이 불가능한 멕시코에서 다시는 어머니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매일이 지옥 같았다"며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보낸 한 통의 메일에 폐이식팀 모두가 움직였고, 다시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어머니를 보게 됐다"며 의료진들에게 감사 마음을 전했다.
   
수술을 집도한 박승일 흉부외과 교수는 “멕시코에서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재외국민을 고국에서 폐이식으로 살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의료진의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과 가족들의 강한 의지가 만나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홍상범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김씨는 이송 당시 워낙 위중한 상태였지만 폐이식 수술 후 환자와 모든 의료진들의 철저한 관리를 통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특히 폐이식 후 중환자실과 병동에서 모든 간호사들의 환자를 중심으로 한 팀워크가 있었기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폐이식팀은 팀워크와 유기적인 다학제 시스템 구축으로 폐이식 환자들의 질 높은 통합관리를 이어가며 생존율을 높여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2008~2019년 폐이식 환자 130명의 5년 생존율 62%를 기록했다. 1년, 3년 생존율도 각각 78%, 67%로 그동안 간이나 심장 등 타 장기에 비해 생존율이 낮아 이식수술을 망설였던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팀은 지난 2017년 국내 최초 생체 폐이식을 성공하면서 살아있는 사람의 폐도 이식받을 수 있게 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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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가은 08.20 22:35
    멕시코에서 한국까지 무사히 도착한 것도 기적인데 거부반응 없는 뇌사자분께서 나오셨군요. 뇌사자분과 그 가족들께 제가 다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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