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 더 큰 의약계 ‘온라인 세미나’
코로나19 장기화로 활성화 추세···업계 “초기 적응 어려움 있다”
2020.12.31 12:5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올 한해 내내 코로나19에 시달리고 있는 의료계에서 온라인 세미나가 비대면 마케팅 방안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각 분야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비대면 세미나와 전시회가 더 이상 생소한 플랫폼은 아니지만, 비용과 효율성 문제 등에서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대면보다 효과 높아” 온라인 토론회 인기
 
학술대회·심포지엄·세미나 등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강연과 토론회의 경우 비대면 형식보다 평가가 좋다.
 
최근 온라인 연수강좌를 진행한 A학회 관계자는 “행사가 주로 수도권에서 개최되다 보니 그동안 지역 회원들은 참여가 어렵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온라인 개최는 확실히 참가자가 많다”고 답했다.

이어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녹화나 생중계 영상은 강의 품질이 장소와 관계없이 동일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회원들의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스트리밍 형식으로 강연을 진행할 경우 실시간 질의응답이 오프라인에서 할 때보다 많이 접수된다”며 “아직 참가자들이 어색해하는 점은 있지만 우려했던 것만큼의 불만은 적다”고 답했다.

학회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및 산하 공공기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서 개최하는 정책설명회 및 공청회 등도 올해는 거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진행됐다.

이처럼 온라인 강좌가 활성화된 것은 대한의사협회가 사이버연수교육 연간 이수평점 상한을 한시적으로 인상한 영향이 크다.

의협은 지난 7월 연수교육 시행·평가단 운영위원회를 통해 사이버연수교육 연간 이수평점 상한을 8점으로 올렸다.

그전까지는 온라인으로 학술대회를 진행하려 해도 연수평점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불만이 많았지만 정책이 개선됨에 따라 온라인 세미나도 활성화된 것이다.
 
‘비대면 전시회’ 효과 갸우뚱
 
학회뿐만 아니라 의료산업 관련 전시회 가운데서도 온라인 개최를 결정한 곳이 있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지난 10월 강원의료기기전시회(GMES 2020)의 온라인 개최를 결정했다.

주최측은 "코로나19 시대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현하면서 온라인으로 특화된 수출상담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회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대신 기타 부대행사를 대폭 감축하고, 기업들이 수출 계약에 매진할 수 있도록 사전 매칭 및 상담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기획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해외 바이어를 발굴하고 국내 의료기기기업체와 사전매칭 및 1:1 화상상담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후 수출 상담 2000여만달러, 계약 추진 500여만달러의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바이오헬스 월드와이드 온라인 2020 전시회를 개최했다.

방역제품을 비롯해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헬스케어, 건강기능식품 등 관련 기업 400여곳이 참가했다.

국내 전시회뿐 아니라 독일 의료기기전시회(MEDICA) 및 미국 영상의학회(RSNA)등도 온라인 개최를 결정한 곳이다.

그러나 업체들은 온라인 전시회는 오프라인과 달리 효과를 크게 느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B의료기기업체는 “올해 의료기기 전시회가 여러 군데 취소돼온라인 전시회라도 참가하기 위해 부스를 신청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는 오프라인 전시회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몇몇 온라인 전시회에 참가해 봤지만 얼마나 많은 인원이 우리 제품을 소개한 페이지를 열람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 불편하고 전시회를 구현한 웹페이지의 수준도 주최측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시회 대행 업체 관계자도 “이름만 온라인 전시회로 내걸었을 뿐, 기존 전시 참가 업체 소개 페이지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곳도 많다”며 “업체들도 온라인 전시회의 경우에는 만족도가 높지 않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는 등의 혁신적인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프라인보다 비싼 온라인 부스…재사용도 불가
 
가격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불편함이 많다. C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학회나 심포지엄에서 온라인 전시회를 진행할 경우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부스 신청을 받는다”며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 상위에 큰 이미지를 노출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부스 한 칸의 가격을 5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업체들의 경우 대략 2~3칸을 신청한다. 대형 장비를 전시해야 하는 업체들은 10~20부스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에서도 참가자들이 많이 볼 수 있는 부분에 큰 배너를 걸기 위해서는 이 같은 가격 조건이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C업체 관계자는 “전시회마다 부스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한 번 전시품을 일괄적으로 갖추고 나면 여러 전시회에 이를 재사용할 수 있었는데 온라인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든다”고 밝혔다.

D업체 관계자도 “온라인이라고 해서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닌데, 전시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보니 적극적인 참여가 망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의 변화 주기를 예측할 수 없어 오프라인만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없다”며 “온라인 마케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에는 의학회에서 온라인 선거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는 등 의료계 또한 전반적으로 온라인 방식의 소통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만큼, 업체 입장에서도 적응을 모색할 때다.

최근 온라인 학술대회를 진행한 E학회 이사장은 “온라인 학회가 오프라인 개최 때 보다 열 배 가까이 많은 등록자를 기록했다. 시스템적인 문제만 개선되면 앞으로도 오프라인 학회와 상호 보완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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