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전임의·지도전문의가 보는 '외과 3년제'
"현 시점서 평가 시기상조, 제도 취지 부합 위한 '교육 내실화·관리감독' 필요"
2022.05.31 05:47 댓글쓰기

지난 2019년 외과 전공의 수련 기간이 3년제로 단축됐으나 앞서 2017년 3년제로 전환한 내과와 비교해 전공의 충원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3년간 수련한 전공의와 이들을 가르치는 지도전문의들은 3년제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지난 28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 책임지도전문의 교육 세션에서는 외과 전공의·전임의·지도전문의 각각의 입장에서 3년제에 대한 다채로운 소신을 밝히고 평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에 더해 급변하는 수련환경 속에서 아쉬운 점과 바라는 점을 털어놓는 등 세대 간 소통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   


3년제 도입 시기 외과에 입국해 수련을 마친 이창신 전임의(고려의대)는 “인턴 당시 3년으로 줄면 좋은 게 아닐까, 4년제 선배들과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기대했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단순히 수련기간을 1년 단축했다고 해서 전공의 충원이 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창신 전임의는 “먼저 3년제로 전환한 내과와 외과의 전공의 충원 희비가 엇갈렸지 않나”며 “외과에 관심 없던 인턴이 단순하게 3년이라는 기간을 보고 지원하는 경우는 잘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또한 “단순히 3년만 수련하면 전문의가 될 수 있는 과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까. 바이탈을 볼지, 로컬에 나갈지, 수술을 할지를 보고 결정한다”면서도 “외과를 고려할 때 3년제는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3년제가 취지에 맞게 정착할 수 있길 기대하면서 학회 차원의 관리감독 및 기반 조성을 주문했다. 


이 전임의는 “대부분의 수련병원이 4년 과정을 3년 과정으로 압축해 교육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경우, 입소문을 통해 알음알음 충원하는 경우가 많아 고용안정성이 낮은 면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치료법 공부·자문 시간 늘었지만 수술 경험 줄어든건 아쉬워” 


현재 외과 3년차인 하동훈 전공의(경희의대)는 체감 중인 3년제 장점과 단점을 소개했다.   


하 전공의는 “수련 기간 중 전공의 개개인이 맡는 환자 수가 줄었고 일에 치이지 않으면서 질환과 치료법에 대해 고민하고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3년제 전공의 지원율 증가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외과를 지원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인턴이라면 3년제 전환은 분명 이를 장점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수술 경험이 줄어든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하 전공의는 “본격적으로 수술방에서 일한 건 1년 정도 된다”며 “2,3년차만으로는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경험 쌓기가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세부 분과수술이 많아 외과 필수수술 기회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임의 수련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3년제 취지와 맞지 않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전공의로서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는 “3년제, 주 80시간, 코로나19로 인한 파견기회 축소 환경에 놓여 있다”며 “스스로 복습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디까지 가르쳐줘야 하는지 고민···교육 내실화 중요”    


지도전문의인 백광열 교수(가톨릭의대)는 아직 3년제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교육 내실화는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백 교수는 “3년제 졸업자와 4년제 졸업자를 따로 교육시키는 게 어려웠고 이들을 함께 전문의로 합격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며 “수련 기간이 줄었으니 어디까지 가르쳐야 하는지 모르겠고 평가 지표는 확실한 건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또 과거 ‘병원에 살다시피 했던’ 본인 전공의 시절과 비교한 솔직한 의견도 내비쳤다. 


백 교수는 “주 80시간 준수를 위해 장시간 수술을 하다가 내보내는 경우도 많고 술기 뿐 아니라 태도를 기를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며 “새벽에 응급환자가 오면 힘들더라도 나가서 환자를 살려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1~4년차 전공의 간 다 ‘노티(Notify)’를 했었는데 힘들었지만 협업하고 소통하면서 배운게 많다”며 “지금은 노티를 해야 할 사람이 다 다르고 업무가 겹치는 것도 상당히 많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3년제 전환으로 인한 외과 전공의 수련 질 저하로 인한 수준 하락과 관련된 우려가 나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이를 장점으로 승화하기 위해 교육 내실화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 교수는 “전공의들 술기 능력 뿐 아니라 인지·소통 능력 등의 향상을 위해 지도자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1~2년 데이터로 3년제를 평면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전공의들이 어떤 역량을 갖추고 진료할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두고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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