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등 후유증 마취사고 92.8%→'非마취과 의사'
학회 "무분별한 수술실 마취 환자안전 위협, 인증병원·마취실명제 등 추진"
2023.04.24 12:24 댓글쓰기

[기획 上] 매년 마취 관련 의료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열악한 환경을 견디지 못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이 응급·중증 등 필수의료 수술실을 떠나고 있다. 이로 인해 특히 응급 수술이 잦은 산부인과와 고도의 마취술이 필요한 소아청소년과 수술실의 환자 안전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마취과 전문의들은 이 같은 문제 원인으로 마취과 전문의에게만 마취를 맡기지 않는 현실과 이를 고착화시키는 현행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지목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최근 데일리메디와 공동 주최한 ‘수술실 마취환자 안전대책 정책간담회’에서 이 같은 현실을 성토했다. 구승우 환자안전이사·박성용 보험이사·한동우 기획이사는 수술실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요인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학회 추진 계획, 필수의료 관련 대정부 요구안을 공개했다. 데일리메디가 2회에 걸쳐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주장을 전한다. [편집자주]


[上] “무분별한 수술실 마취, 환자안전 위협” 

[下] “마취과 의사들, 필수의료 수술실 떠난다”


약은 약사, 진료는 의사, '마취는 마취전문의'


향정신성 의약품, 마취제 등의 남용·부작용 및 의료사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시술·수술 과정에서 보다 안전하게 마취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다. 


구승우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환자안전이사는 "마취에 대한 국민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맹장수술을 내과·정형외과 의사에 맡기지 않는 것처럼 진정·마취를 마취 전문의가 아닌 다른 의사에게 맡기는 것은 환자안전 측면에서 매우 위험하고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마취 과정은 생명과 직결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 관심은 시술·수술 자체에 집중돼 있고, 그 전에 이뤄지는 마취에 대한 관심은 낮은 실정이다. 


구승우 이사는 “전신마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수술 중 혈압과 호흡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생명과 직결된다”며 “마취 중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표준마취안전기준 제정·인증기관제도 운영  


특히 진정·전신마취 관련 의료사고 및 합병증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만 현재 마취 관련 적정 최소기준은 제시돼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마취통증학회가 나서기로 했다. 


환자안전위원회를 구성해 전신마취·수술을 위한 마취 과정에서 갖춰야 할 시설·약제·인력 등 의료기관 규모에 맞는 최소기준을 제시하고 향후 학회 차원의 정기적 인증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구승우 환자안전이사 

비록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마취 적정성평가 등 관련 기준이 있지만 이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료기관평가 인증은 상급종합병원·전문병원·요양병원·정신병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종합병원·개인병원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돼 있고 조사항목도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어 “심평원 마취 적정성평가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결과에 따라 지원금을 배분하지만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만 대상으로 한다”면서 “안전에 취약할 수 있는 의원은 제외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학회가 한국표준마취안전기준을 제작, 이를 충족하는 의료기관에게 ‘마취안전병원’ 인증을 부여하고 2~4년 주기로 재인증 절차를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상급종합병원부터 소규모 개인의원까지 마취를 실시하는 모든 의료기관 현실을 반영해서 규모에 적합한 공간·장비·인력·교육이수 등 세부 항목을 정할 예정이다. 


"마취과 의사와 非마취과 의사, 수가 차등화 절실"


마취통증의학회가 마취 관련 의료사고를 분석한 결과, 내시경·성형·피부 시술 등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정맥마취 관련 사망·영구장애 등 후유증을 유발한 의료사고의 92.8%는 非마취과 의사에 의해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심각하지만 非마취과 의사에 의해 마취가 행해지는 일을 현실적으로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는 점을 학회도 인지하고 있다.


이에 학회는 마취과 의사와 타 진료과 의사의 마취수가 차등화를 주장하고 있다. 


학회는 의무기록 작성 및 보험청구 과정에서 마취를 시행한 의사의 면허를 반드시 기입토록 하는 실제적인 ‘마취실명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취과 전문의가 마취를 전담으로 시행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수가를 차등으로 적용하고,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수술에서도 마취료를 별도로 산정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승우 이사는 “요양급여에서 수술하는 집도의가 마취의를 고용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마취를 시행하더라도, 마취의를 고용해서 마취를 시행한 경우와 동일한 마취수가가 지급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행 포괄수가제는 마취료를 별도로 산정하고 있지 않아 병원들이 마취 전문의와 회복실 담당 간호사 등 마취분야 인력을 고용하는 것과 시설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집도의가 수술과 마취를 동시에 시행하면 환자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일각에서는 간호사에게 불법으로 마취를 지시하고 동일한 수가를 받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