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진입 걸림돌 '신의료기술평가제' 합리화 시급
'先(선) 시행 後(후) 평가' 등 혁신적 개선 필요성 제기…중복규제 완화도 필요
2023.06.20 05:55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기획 하] 신의료기술평가제의 가장 큰 맹점은 새롭게 개발된 기술의 시장 진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하고 결과를 받기까지 평균 226일이 소요되는 탓에 글로벌 경쟁에서 선점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임상문헌 상 근거가 부족해 연구단계 기술로 평가되는 경우 아예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실제 제도에 발목을 잡혀 사장된 기술이 부지기수다.


결국 신의료기술평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으로 여겨지면서 ‘중복규제’라는 지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 선진국들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신의료기술평가 여부가 선택사항인 반면, 우리나라는 필수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의료기술평가 결과를 활용하는 방식도 상이하다. 선진국들은 평가결과를 시장진입 자체가 아닌 ‘보험 적용’의 척도로 활용하는 반면 한국은 ‘시장진입 조건’으로 이용된다.


때문에 의료계와 산업계에서는 의료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제의 혁신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의료기술평가가 시진진입 자체를 막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고 건강보험 등재 여부 판단을 위한 참고자료 형태로 활용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의료기기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경우 일단 시장에 진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중복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후 비급여로 사용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한 시점에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제언이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인체 위해성 기준 단계적 완화


급진적 개선이 어렵다면 단계적 변화라도 모색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모든 신의료기술에 대한 시장 선진입이 부담이라면 인체 위해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자는 주장이다.


실제 현행 법령상으로는 인체에 대한 직접적인 작용이 없거나 위해도가 낮아 1, 2등급으로 분류된 의료기기들 조차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낮은 등급의 의료기기는 제품 자체의 안전성과 유효성 외에 해당 기기를 사용하는 의료기술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별도로 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인체 이식 등과 같이 인체에 영향이 큰 행위가 수반되지 않는 의료기술 먼저 시장 선진입을 허용하고, 그 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신의료기술 대부분 새로운 의료기기가 전제돼 있는 만큼 그에 대한 검증은 마땅하지만 그 기기를 활용하는 의료기술까지 평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의료기술 평가유예, 혁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임상 및 산업현장의 불만 해소는 역부족이다.


신의료기술평가 통과 전 중간단계로 이용할 수 있는 평가유예의 경우 그 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제도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평가유예 기간이 2년에 불과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임상논문 등 근거를 창출해 내기에는 지나치게 부족한 시간이라는 불만이다.


혁신의료기술평가제 역시 실시기관 개별로 임상시험 참가자를 등록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상당한 제한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평가유예‧혁신기술 등 순기능 발현시켜야


결국 신의료기술평가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도입한 이들 제도가 제효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유예기간 확대, 혁신의료기술평가 제한사항 폐지 등의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료계와 산업계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기간을 최대 5년으로 확대하거나 2년 내에 일정 조건을 만족했을 경우 기간 연장을 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실질적인 임상근거 창출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연구계획 수립, 생명윤리위원회 심의, 연구참여자 모집, 연구결과 분석 등을 거쳐 임상논문을 내놓기에는 현행 2년은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미국 FDA의 경우 혁신적인 의료기기가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임상시험에 대해 평균 3년 5개월, 최장 7년까지 기간을 보장해 주고 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수의 임상논문이 필수적인데, 이를 준비하는데 2년은 매우 제한적인 기간”이라고 말했다.


생명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위원회 승인을 받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승인이 필요한 혁신의료기술평가제 역시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생명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 대부분은 상급종합병원 및 대형 종합병원에 한정돼 있어 의원이나 병원급 의료기관의 혁신의료기술평가제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혁신의료기술 실시기관에 대한 규제를 없애 다양한 형태의 임상근거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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