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치면서 국내 대동맥판막삽입술 '위태'
저수가에 의사 부족 등 피해 우려···심혈관중재학회 "환자 결정권도 침해"
2023.06.26 05:02 댓글쓰기

대한심혈관중재학회가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I)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상대가치점수와 저수가, 여기에 시술 전문의 부족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진료 현장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 배장환 보험이사(충북대병원)는 6월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TAVI 통합진료팀과 상대가치점수, 저수가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은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핵심 치료로 풍선을 대퇴부 혈관을 따라 판막까지 도달한 후 좁아진 판막 사이에 풍선을 위치시켜 그물망을 대동맥 판막에 고정하는 시술이다.


배장환 보험이사(충북대병원 심장내과)는 “10년 전부터 대동맥판 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 SAVR) 대신 TAVI가 도입돼 고령 환자와 개심 수술 위험성이 높은 환자에게 새로운 대안이 됐지만, 저수가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TAVI, 환자가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실정인가?


먼저 학회는 TAVI 시술 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핵심은 심장통합진료팀의 치료법 결정에 전문의 논의만 존재하고, 환자나 보호자 의견 개진은 전혀 없다는 대목이다. 


현재 TAVI는 순환기내과(중재전문의 1인, 심장초음파 전문의 1인), 흉부외과 (2인), 마취과(1인), 영상의학과 전문의(1인)로 구성된 심장통합진료팀에서 SAVR 혹은 TAVI 중 한 가지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고가 치료재료와 환자 중증도가 높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참여 전문의가 전원일치 합의를 하지 않으면 TAVI를 실시할 수 없다. 1차 회의에서 전원일치 판정 불발 시, 2차 회의에서 심초음파 전문의가 치료 방법을 직권 결정한다. 겉보기는 합리적이나 여러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는 사망률이 높은 질환임과 동시에 환자의 신체 일부를 훼손하는 중요한 수술이지만, 자신의 치료 결정 과정에 환자 의견이 반영하지 못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견해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심장통합진료팀의 운영원칙 중 하나는 SAVR와 TAVI의 장단점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환자의 결정을 존중 및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환자의 병원 전원의 문제, 의료소송 가능성 등을 내포해 전문의 전원일치 결정법은 변화가 팔요하다는 의견이다. 


7년째 고정된 저수가…인력‧수술 난이도 무시한 상대가치점수  


현재 TAVI에 대한 상대가치는 2015년에 고가의 치료재료에 대한 반작용으로 낮게 측정돼 7년 이상 고정된 상황이다. 난이도, 인력투입을 모두 무시한 현행 저수가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TAVI에 대한 상대가치점수는 5,641점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실시해도 수가는 52만원 수준에 그친다.  반면 TAVI는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 (15,972점)에 비해 2배 이상의 전문의 및 보조 의사 투입과 시간은 3배 이상, 위험도는 최대 5배 이상, 난이도 역시 3~4배에 이르는 시술이다. 


현재 경피적 폐동맥 판막 삽입술이 21,609점 등을 고려한다면 TAVI는 28,000점 정도의 상대가치가 부여가 꼭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또 TAVI 시술 시간 동안 흉부외과 전문의, 체외순환사 등의 대기로 수술장을 비워 두는 시행규칙까지 고려하면 실시기관에 대한 8,400점의 수가 보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은 TAVI를 시행하는 동안 흉부외과 수술장을 비우는 경우 120%의 가산 수가를 부여한다. 


심혈관 중재전문의사 노쇠‧번아웃…인력 유입 감소 ‘총체적 난국’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김석일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2023년도부터 이미 심장내과 전문의 부족이 시작됐다. 2012년 62명씩 배출되던 심장내과 분과전문의는 지감소해 22년 42명까지 줄었다. 


특히 문제는 심장내과 분과 중 고난도 시술은 물론 응급이나 당직이 많은 심혈관중재분야 전문의는 더욱 줄어 22년도 42명 중 28명에 그쳤다. 이 같은 추세라면 감소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영동지방 유일의 응급 시술 병원이던 강릉아산병원의 중재전문의 사임으로 영동지방 심근경색증 환자는 영서로 이송하는 일이 이미 올해 3월부터 시작됐다. 또 서울 노원구와 상계지역 병원도 인력 부족으로 문을 닫아 이송 사례가 늘고 있다.


심혈관중재의 부족 및 감소 원인은 ▲너무나 긴 근무시간(주당 80시간 이상 근무)로 인한 번-아웃 ▲잦은 소송 ▲당직비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낮은 급여에 의한 박탈감이라는 설명이다. 


배장환 보험이사는 “은퇴 의사보다 신규 인력의 진입이 부족해져 지방에서부터 심근경색증 응급 시술의 공백으로 사망률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되며 경인지역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의대정원 확대, 심혈관 중재전문의사 해결책 'NO'


학회는 "현재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주장하는 단순 의대 입학정원 증가로는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행 과로 요구 및 낮은 급여, 높은 소송률 등에 대한 근본적 해결이 없이는 실패한 의료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학회는 ▲심근경색증이나 판막질환 시술수가 인상 ▲당직 의료진은 최소 24시간 휴식 보장 ▲비상 대기 상태도 수당 지급이 가능한 보험급여정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최동훈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차세대 심혈관중재의사의 충분한 양성을 위해 학회는 학회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지원책을 개발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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