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초고도비만 환자, 단일공 로봇 자궁절제 성공
서울아산병원 이사라 교수팀 세계 최초…"UAE여성, 건강 회복 후 출국"
2024.05.28 15:42 댓글쓰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왼쪽)가 로봇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출산과 여러 번의 수술 후 심각한 골반통을 앓았지만 키 154cm, 체중 124kg으로 초고도비만인 탓에 더 이상 수술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아랍에미리트 여성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통증에서 해방됐다.

 

체질량지수(BMI)가 52에 달하고 이미 많은 수술로 유착이 생긴 고위험군 환자에게 단일공(SP·Single Port) 로봇으로 자궁을 절제한 건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지금까지 로봇 자궁절제 사례 중 가장 비만한 환자는 체질량지수가 41.5로 보고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팀은 아랍에미리트 자밀라(가명, 38세) 씨에게 다빈치 SP 시스템을 이용해 배꼽 안쪽만 절개한 후 자궁을 안전하게 절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자밀라 씨는 지난 2022년 본국 아랍에미리트에서 셋째, 넷째 아이인 쌍둥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그해 6월 시행한 초음파 검사에서 작은 자궁근종들과 심각한 골반유착, 그리고 나팔관 끝이 손상 또는 감염으로 막혀 나팔관에 물이 차는 난관수종이 발견됐다.

 

두 달 뒤인 8월에 복강경을 이용한 유착제거술과 난관절제술을 받았으나 넉 달이 지나도 골반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12월 미레나 시술을 추가로 받았다. 


지난해부터 통증클리닉을 다니며 증상 완화를 위해 애썼지만 증상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네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 자밀라 씨는 하루빨리 통증을 줄여줄 해외 병원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수술 한달만에 회복 후 귀국···흉터·통증 거의 없이 새 삶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보건청은 자밀라 씨를 수술할 수 있는 해외 병원을 수소문했고, 서울아산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원격진료자문 시스템을 통해 자밀라씨 수술 가능 여부를 검토했다.

 

자밀라 씨는 과거 수술의 영향으로 매우 심한 유착이 있었고 극심한 초고도비만 상태였기 때문에 개복 수술 시 절개 부위가 잘 아물지 않아 창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컸다.

 

이사라 교수는 절개 부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환자의 수술 후 회복에도 좋다는 판단에 따라 비록 고난도지만 개복 대신 로봇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사라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 치료인 천골질고정 로봇 수술의 경우 아시아 최초로 400례를 달성하는 등 산부인과 질환 로봇 수술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마침내 2024년 1월 자밀라 씨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고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했다. 


이후 2월 13일 이사라 교수는 로봇을 이용해 배꼽 안쪽 절개 한 군데만으로 자밀라 씨의 자궁을 성공적으로 절제해냈다.

 

수술 후 한 달간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인 자밀라 씨는 워낙 절개 부위가 작아 수술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았고, 지난 3월 11일 네 아이들이 기다리는 아랍에미리트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사라 교수는 "단일공 로봇 자궁절제술을 초고도비만 환자에게 시행한 사례 중 비만 지수가 가장 높았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쳐 수술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자밀라 씨는 최근 이사라 교수에게 보내온 감사 편지에서 “통증도 별로 없고 수술 자국도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 준 의료진 및 국제진료센터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의 계약 하에 해외 의학자 연수를 시행 중이며, 최근에는5월 사우디 교육부 장관이 방문해 이사라 교수의 다빈치 SP 수술을 참관한 바 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