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뿌리 '기초의학' 의사들 외면 어디까지
2010.07.07 03:22 댓글쓰기
[심층취재]굴곡진 현대사를 뒤로하고 눈부신 성장을 이뤄낸 우리나라 경제를 흔히 한강의 기적이란 말로 표현하고 한다. 의학 역시 마찬가지다. 100년 전, 놀라움과 두려움 섞인 시선으로 과학으로서의 의학을 받아들인 우리나라는 분단의 아픔 속에서도 ‘기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달콤한 열매는 오롯이 임상현장에서 활동 중인 의사들에게로만 집중됐을 뿐, 의학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기초의학은 홀대와 외면 속에 더딘 발걸음만 간신히 옮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모두들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기초의학. 가뜩이나 어려운 여건 속에 지방이라 더욱 서러움을 몸소 느껴야 하는 지방의대의 기초의학교실을 데일리메디가 찾아봤다.[편집자주]

초여름 날씨가 한껏 맹위를 떨치던 어느 날, 지방의 기초의학교실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영남대학교를 찾았다. 영남대학교 기초의과학연구센터장(MRC)으로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의 김재룡 교수[사진]는 대뜸 이 말부터 꺼냈다. 기초의학이란 외로운 길속에 지방이라 더 어려운 심정을 아느냐고.

지방이라 더 서러운 기초의학교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 지원 속에 사정이 비교적 나은 편이라고 하는 MRC 소속 석·박사 과정의 조교 숫자만 봐도 의사출신은 56명인데 반해 타 과 출신 조교들은 102명으로 2배 가까이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2007년도 국회 제출 자료)

이러한 사정은 영남대학교 기초의학교실에도 고스란히 이어져 김 교수가 맡고 있는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도 기초의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의사는 단 한 명도 없다. 영남대학교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만이 학교에 남아 기초의학자로서의 삶을 선택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현하자, 김 교수는 오히려 이것이 요즘의 현실로 거스르기 힘든 흐름인 냥 무덤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기초의학교실에 대한 선호도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죠. 모두들 임상의학에 뜻을 두고 있다 보니 한 해 졸업생 중 그나마 전공자를 찾는 곳은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을 정도죠. 그나마 서울의 유명 대학, 큰 병원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기초의학을 어렵싸리 선택을 했다 하더라도 젊은 학자들이 모두들 서울로 발길을 돌리기 일쑤입니다.”

‘정부가 당초 의학전문대학원을 추진할 당시만 해도 기초의학 전공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완전한 실패”라는 설명도 김 교수는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고 있는 영남대 역시 이러한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며 의전원 체제 속에서 기초의학이 더욱 외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의대와 의전원 학생이 한 데 섞여 교과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영남대의 한 강의실. 미리 양해를 구하고 들어간 기초과목 수업에는 얼핏 보기에는 많은 학생들이 집중하고 있는 듯해도 딴청을 피우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안내를 자처한 김 교수는 “임상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수업이 아니라면 학생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학생 때의 이러한 분위기는 의대졸업 후 진로를 결정할 때도 고스란히 이어지는 게 당연지사”라며 허탈한 웃음을 내보였다.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있기는 하지만 뚜렷한 답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교과부 박항식 기초연구정책관은 최근 열린 기초의학학술대회 자리에서 “기초의과학 전공 실적이 저조하다. 양성된 신진 기초의과학자의 진로 및 연구력 강화를 위한 지원도 열악하다”며 개인연구비 확대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지만, 김 교수의 이날 설명을 듣다 보면 이 역시 턱없이 부족한 지원일 수밖에 없다. 기초의학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걷어내기에는 충분치 않은 것이다.

병리 전공의들 “우리는 임상과”

강의실 밖으로 나와 이번에는 영남대에서 귀하디 귀한 의사 출신 기초의학 전공자들을 만나기 위해 병리학 교실로 발길을 이어갔다. 대다수가 걷지 않으려는 기초의학을, 그것도 지방이란 이중고를 넘기고 있는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서였다. 그러나 그들과의 대화는 우리나라 기초의학의, 지방의 기초의학교실의 희망 보다는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위기에 봉착했음을 알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병리학교실을 굳이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임상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병원에서 병리학 전공의들에게 요구하는 바도 그렇고 저희 생각도 임상의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고 봅니다.”

영남대의대 병리학교실에는 현재 3명의 전공의가 수련을 받고 있다. 위로부터 4년차 1명, 3년차 1명과 올해 들어온 1년차 1명이 전부다. 그나마 2년차는 전공의가 없어 이들 3명이 병원에서 의뢰하는 병리학적 검사를 모두 도맡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남대 직제상 병리학교실이 기초의학교실로 분류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임상의’로 소개하는데 거리낌 없는 모습이었다.

한 전공의는 “병리학 교실을 지원한 것도 기초의학자로서의 미래보다는 임상의로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들어온 것”이라며 “지금도 기초의학자로서의 어려움보다는 수가와 같이 임상의들에게 민감한 부분이 현실적으로 더 와 닿는 문제”라고 말했다.

애초 기초의학이 아닌 임상과로 병리학교실로 택했다는 말로, 최근 젊은 의사들에게 있어 기초의학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그나마 지금과 같이 병리학 교실에 전공의가 있는 것만 해도 지난 2005년 이전 10년간 단 한명의 전공의도 없을 때와 비교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무엇이 문제였을까. 가상이긴 하지만 연구원으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학교에 남아 안정적인 삶의 기회가 제공된다면 기초의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까 물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기초의학의 매력은 크지 않다는 것.

전문의 자격을 따고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전임의는 “의대에 진학 전 대부분이 임상의사로서의 삶을 꿈꾸고 들어와 대학에서 ‘특별한’ 계기가 있는 소수만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게 현실”이라며 “조건이 달라진다고 해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공의 역시 기초의학의 미래와 같이 거대 담론을 차치하고, 단순히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면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게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임상과 기초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선택의 폭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임상을 전공한 사람은 앞으로 대학에 남아 연구를 하든, 개원을 하든 여러 삶의 경로를 선택할 수 있지만 기초를 전공하면 연구원 이외의 다른 삶이 존재하지 않지 않느냐”고 오히려 기자에게 되물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고 해도 자신의 미래를 확정짓기에는 아직은 배울 것도, 경험할 것도 많은데다, 이후 연구자로서의 삶을 선택해도 늦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다시 김재룡 교수를 찾아 학생들이, 전공의들이 ‘기초의학’에서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말을 전했다. 해법은 없을까. 김 교수는 “학문에서 있어서도 유행이란 게 있어 어느 때는 이쪽이 바람을 일으키다, 다음에는 저쪽이 일어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그러한 바람을 일으킬만한 요소가 없다는 게 문제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기초의학자로서 삶도 매력 있음을 제시해야"

결국엔 기초의학자로서의 삶이 임상의학자로서의 삶과는 다른 매력을 충분히 제시하고, 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게 급선무라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정부와 병원, 대학의 절대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 그는 “우선 정부가 기초의과학자 양성의 중요성을 좀 더 인식했으면 한다”며 지원을 부탁했다.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진로에 대한 고민이라면, 이들이 대학에서 교수로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재정적 지원책이 제도로 남는 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학과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봤다. 지방이라면 더더욱 기초의학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란다. 그는 “기초와 임상을 전공하는 의사들 간의 대우 차이를 줄이기 위해선 대학과 병원이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이 거둔 의학적 성과가 곧 우수 인재 확보와 지방병원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들, 비단 영남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금도 의대 졸업생의 99%가 임상과를 지원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나마 남은 1%도 서울로 몰리고 있는 일들이 지방에서는 계속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러한 고민들을 안고 가야하는 것일까. 김 교수가 말하는 ‘바람’이 불면서 우리의학의 백년대계를 다시 그려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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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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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인 07.31 08:28
    의대--->기초의학자  의전대--->임상 및 수술전문의사
  • ㅉ ㅉ 07.09 13:53
    의대생들은 의전생에 대한 심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듯 괜실히 잘났다고 착각하는자신들의 존재감이 협소해 질까 두려워 하는것 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렇게도 의전원을  미운 오리 새끼처럼 못살게 구는걸까 결국 미운오리는 백조란게 나중에야 밝혀진다는것을 모르는가 백조에게 의전충이란말을 하다니 말조심 하길 부모님이나 스승님을 욕되게 할뿐인걸 알길 바람 기초의학자도 능력인정받고 임상의처럼 돈벌수 있고 타국처럼 다양한 연구처 많고 프로젝트지원 빵빵하고등등되면 너나 나나 기초의학연구의 될것이다  기초의학 부실을 의전원으로 탓을 돌리는것은 여지없는 억측에 불과한것 임을 의대생은 알아야 할것 이다 어떨땐 알면서 모르는척 하는것이 더 얇밉다
  • 쯧쯧 07.08 15:09
    이제 폐기물 처리장의 쓰레기 신세가 된 의전이야기는 그만 꺼내라..<br />어차피 없어질 제도인데, 왈가왈부할 것이 무엇 있나?<br />죽은 시체 불X 만지는 것도 아니고..
  • 선배충고 07.07 16:58
    예과2년+본과4년 마치고 기초의학하려면 학부 생화학, 화학, 생물학 졸업한 사람들한테 많이 밀릴거다. 공부 열심히 해라~ 예과학생들아~. 너무 엠티, 술, 노는거 좋아하지 말고~ 허접한 의대 예과에서 기초과학 배우는거랑 명문대에서 4년동안 공부하고 학위받은거랑 공부의 양과 질, 교수님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니..
  • 자숙좀.. 07.07 16:45
    기초의학을 지원해보겠다고 의대없애고 의전으로 바꾸려고 했다고 스스로 알고있는 사람이 자숙하기는 커녕 의전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군..<br />의대에서 얼마나 기초를 안하면 의전으로 바꾸려고 했겠냐??<br />의전에서도 기초안하는거면 의전 문제겠냐? 아님 기초선택한 후의 진로가 난감해서겠냐? <br />이제 의대로 바꾸면 기초 많~이 하겠네 ㅎㅎㅎ<br />의대생들 기초 너무 안한다고 10년 후에 다시 의전으로 바꾼다는 말 안나오게 신경좀 쓰고 ㅎㅎ
  • ㅎㅎ 07.07 13:01
    의전원이 의사를 만드는 교육기관이 아니라니 그럼 어<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의전원이 의사를 배출하는 교육기관이 아니면 어떤 인재를 배출하려고 만든기관인가 엄연히 의사(임상의 연구의 등등)를 배출하는 이름 그대로 의학전문대학원이다<br />의전원을 선택해서 의사를 배출하는 나라는 병신인가 의전원은 분명 의사를 양성 배출하는 교육기관임을 정확히 알아야 할것이다 아이고 아직도 의전원의 성격 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니 다른나라 사람이 알면 챙피한 노릇인거 아닌가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지경이 되었나 의대생들은 기초의학자 안되고싶은지 기초의학자는 의전생의 전유물인양    의전이건 의대건 기초의학 선택은 본인 당사자 혹은 사회의 흐름 정부정책등등인거라고 생각된다  허나 의대생들은 기본적인 심성조차 꼬여있는듯하여 보인다  이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머리가 갸우뚱 해진다
  • 답답하네 07.07 12:23
    이해가 안되는가? 의전의 도입취지가 기초의학을 살리자는 부분이 컸는데 살리기는 커녕 악화되고 있다는것이 어찌 의전의 문제점이 아니라는거냐;;<br /><br />정말 탁상공론 정책때문에 의사가 되서는 안될 애들이 의사가 될 기회를 얻어서 이 난리가;;
  • 파파7 07.07 10:17
    기초의학부실의 책임을 의전탓을 하는것은 제삼자가 보아도 의대생의 자기도취적 이기심으로 보일뿐 타국에 비해 기초의학자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은 현교육현실을 탓하는거이 맞는 말 일거란 생각이 든다 나라에서 우대하고 의학자의 임상의와 대등하고 합당한 대우를 보장한다면 의전이건 의대건 문제될일이 없다고 본다 의전이고 의대고 서로 화합할수 있도록 어른된기득권자들의 정책의 책임감 있는 세심한조처로  더이상의 억울함으로 남지 않도록 되길 바래본다
  • 파파7 07.07 10:17
    기초의학부실의 책임을 의전탓을 하는것은 제삼자가 보아도 의대생의 자기도취적 이기심으로 보일뿐 타국에 비해 기초의학자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은 현교육현실을 탓하는거이 맞는 말 일거란 생각이 든다 나라에서 우대하고 의학자의 임상의와 대등하고 합당한 대우를 보장한다면 의전이건 의대건 문제될일이 없다고 본다 의전이고 의대고 서로 화합할수 있도록 어른된기득권자들의 정책의 책임감 있는 세심한조처로  더이상의 억울함으로 남지 않도록 되길 바래본다
  • 의새들아 07.07 09:09
    의새들아! 의전생들 까지말구 의새 니들이 솔선수범해서 기초의학 지원점 해봐라! 니들두 하기싫어하는걸 딴넘한데 요구하는건 점 그렇지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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