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데브레첸대, '교육·진료·연구’ 3박자 하모니
국내 의과대학 대비 질적·양적 수준 안뒤져···‘격(格)’ 다른 커리큘럼
2016.10.17 12:33 댓글쓰기

데브레첸 의과대학의 교과과정은 헝가리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수업, 실습, 세미나로 구성돼 있는 커리큘럼은 여느 대학과 다르지 않지만 교육방식과 내용은 천지 차다.

우선 데브레첸 의과대학은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World Federation of Medical Education)에 가입, 그 기준에 부합하는 교과과정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는 아직 세계의학교육연합회에 가입된 의과대학이 없다.
의학교육과 관련한 단순 수치 비교만으로도 데브레첸은 국내 의과대학에서 행해지고 있는 교육 대비 월등함을 자랑한다.

데브레첸 의과대학의 총 교과과정 소요시간은 5565시간으로, 국내 상위 5개 의과대학 평균 4546시간 보다 1000시간 정도 많았다.

기초생의학 수업시간은 국내 대학들이 1313시간인 반면 데브레첸 의과대학은 2091시간으로 2배에 육박했다. 상대적으로 기초의학을 도외시하는 국내와는 판이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임상의학 비중이 적은 것도 아니다. 데브레첸의 임상의학 수업시간은 1177시간으로, 국내 대학 평균(1004시간)을 초과했다.

임상 실습기간 역시 데브레첸 의과대학이 1950시간으로, 국내 상위 5개 대학들의 평균 실습시간(1757시간) 보다 많았다.

특이한 점은 국내의 경우 주로 3~4학년에 임상실습이 집중돼 있는 반면 이 대학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지속적으로 임상실습이 이뤄진다.

기초의학 교수진 270명, 임상의학 교수진 481명 등 800명에 가까운 교수들이 6년 동안 360학점을 취득하기까지 학생들과 밀착 교육을 실시한다.
 

임상+이론, 살아있는 의학교육
데브레첸 의과대학은 임상과 교육이 동일장소에서 이뤄진다. 강의실과 진료실이 별도 건물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완전 다른 구조다.

대형건물에 모든 진료과가 운집해 있는 한국식 대학병원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데브레첸은 널따란 캠퍼스 곳곳에 각 진료과 건물이 흩어져 있다.

교육 및 진료 관련 건물 수만 27개에 달한다. 면적으로는 진료시설이 3만3237평, 교육시설이 2만2484평, 실험실이 1234평을 차지한다.

진료과 간 이동시 환자들의 불편이 예상되지만 이 모든 건물들은 지하로 연결돼 있다. 유관 진료과를 근거리에 배치, 환자들의 동선 불편을 최소화 시켰다.

또한 혈액, 조직 등 각종 검사샘플은 무려 8.5km에 달하는 튜브 시스템(Tube System)을 통해 전송이 이뤄진다.
환자로부터 검사샘플 채취 후 별도의 캡슐에 넣어 튜브 시스템을 통해 분석실로 보내고, 첨단장비를 통해 최단시간에 해당 진료과에 검사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러한 구조가 수업을 받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교육의 질적 측면에서는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교수들은 한 공간에서 진료와 교육을 병행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보다 생생한 의학교육이 가능하다. 임상실습 비중이 높은 커리큘럼과도 맞아 떨어진다.

학생들은 이론수업 후 실제 임상현장에서 그 의학지식이 활용되는 모습을 곧바로 접하는 만큼 학습 효과의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졸업장, 하늘의 별따기
탄탄한 교과과정과 탁월한 교육환경을 자랑하는 데브레첸 의과대학은 그 명성 만큼이나 졸업장 취득이 녹록치 않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확실한 이론과 실력을 겸비하지 않으면 의사 자격을 부여할 수 없다는 데브레첸 의과대학의 교육철학에 기인한다.

시험방식에도 이 교육철학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데브레첸 의과대학은 여러 학생이 한 시험장에서 동일한 시험문제를 푸는 방식을 철저히 지양한다.

15주로 구성된 한 학기에 시험기간만 7주가 소요된다. 시험은 교수와 학생 1:1 구술 형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동일과목 당 3번까지 시험기회가 주어진다.

때문에 학생들은 시험기간이 되면 교수와 자신만의 시험날짜를 정하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자칫 게으름을 피우다 스케쥴을 잡지 못하면 과락을 면할 수 없게 된다.

학사관리도 철저하다. 과락된 과목이 있으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 없고, ‘과락’ 두 번이면 자동 퇴학 처리된다. 그럼에도 부지기수인 중도탈락자 중 한국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처럼 고된 교과과정을 거친 만큼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의사시험에 합격한다. 헝가리 의사면허는 유럽 모든 국가에서 통용되는 만큼 유럽 국가로 진출하는 경우가 적잖다.

외국인 학생들의 경우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미국행을 택한다. 한국학생들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데브레첸이 의사국시 응시자격을 부여받은 만큼 한국에서의 의사생활이 가능하다.

실제 현재 국내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는 데브레첸 의과대학 출신도 있으며 그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교과과정·교육환경, 만족감 충분”
데브레첸 의과대학 라슬로 마티우스(Laszlo Matyus) 학장

▶의학교육 지향점은
데브레첸 의과대학은 철저히 준비된 의사 육성을 지향한다. 이론은 물론 임상에 이르기까지 예비의사들이 배우고 익혀야할 모든 분야를 다룬다. 여기에 환자를 보듬어야 하는 직업인 만큼 인성과 윤리도 교과과정에 포함돼 있다.
 

▶기초의학 교육은
물론 임상교육에 버금가는 비중을 차지한다. 헝가리는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다. 기초의학의 중요성은 부연이 필요없다. 최근 일부 나라에서 기초의학을 소홀히 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적어도 데브레첸에서 기초의학은 매우 중요시 한다.
 

▶졸업이 상당히 어렵다는데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당연하다.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36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매 학기 평균 30학점이 필요하다. 시험은 구술과 필기가 병용된다. 의대생들이 향후 의사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졸업역량지표를 수립, 제시하고 있다.

▶한국 의학교육에 대한 견해는
한국은 의술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제 학술대회에 참가한 교수진들도 한국의료에 많은 관심을 나타낸다. 다만 의학교육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임상 보다는 이론에 편중돼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데브레첸 의과대학 자랑거리는
헝가리 교육부 의과대학평가 1위, EU로부터 780억원을 지원받는 흉부외과 특성화 대학으로 유명하다. 졸업 후 유럽 모든 국가에서 의사로 활동이 가능하다. 100% 영어수업이 이뤄지는 만큼 미국 의사면허시험에도 유리하다.
 

▶외국학생들에게 교육환경은
상당히 좋다고 자부한다. 데브레첸은 인구 20만명이 거주하는 소도시로, 생활비가 저렴하다.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은 ‘교육도시’로 불릴만하다. 만나는 한국 학부모들마다 교육환경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박대진(헝가리 데브레첸) 기자 (djpark@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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