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 AZ 코로나19 백신 접종 중단을 보면서
김재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前 부회장(경희의대 본과 4학년)
2021.04.20 10:45 댓글쓰기
① AZ 백신 접종 중단 결정이 없었다면 의대생들은
 
대부분의 의과대학 ·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실습 중인 의대생들에게 AZ 백신 1차 접종을 했거나 혹은 접종을 할 계획 중이었던 것으로 안다. 본인도 재학 중인 학교에서 접종 희망자 조사를 했었고, 희망 입장을 표했었다. 다만 접종을 희망한다는 응답이 과반수를 넘지 않아서, 본인이 재학 중인 학교 조사 결과만으로 의대생 전반에 대한 일반화를 할 수는 없겠지만 전국 의대생 전반이 AZ 백신 접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② AZ 백신 접종 중단 결정이 없었다면 의대생은 접종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나

본인에게는 본인 접종 여부에 대한 결정권만이 있고, 그러한 권리만을 행사하는 입장에서 접종을 받는 것이 본인과 주위 인물들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타 의대생이 접종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불합리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COVID-19와 관련된 연구 자료들은 말 그대로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왔고, 그러한 정보의 바닷속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란 세계적인 석학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 사료되는데, 하물며 의대생은 말하여 무엇할까.
올 초 발표된 스코틀랜드에서의 AZ 백신 접종 결과, 그리고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 3상 시험 결과 등 AZ 백신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자료와 발표들이 있었다. 반면, 유럽의약품청(EMA)에서 AZ 백신의 혈전증 발생과 관련해 발표한 어찌 보면 모호할 수 있는 입장 등 AZ 백신의 부정적, 혹은 우려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는 자료와 발표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쐐기라도 박듯, 그 계산 과정 중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대에 AZ 백신 접종을 진행할 시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이득/위험 편익이 높지 않다는 자료까지 정부는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대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많은 의대생이 AZ 백신 접종을 희망하지 않는 것이 불합리한 선택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백신 접종 시 전파의 정도 감소가 있다는 전제하에, 의대생이기에 환자 안위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의료인들이 접종 대상자 중 우선순위가 된 것은 의료인 개개인의 안위를 위한다는 의도도 있으나, 다치고 병든 이들에게 의료인들이 감염 매개체가 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임상 실습 중에는 의료인 못지않게 의대생들도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점에서 의무는 아닐지라도 의대생으로서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요약하자면, 본인은 백신 접종을 하는 게 하지 않는 것보다 본인 스스로에게도 편익이 더 큰 결정이라고 생각했고, 의대생으로서도 더 합당한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모든 의대생이 동의해야만 하는 진리가 아닌, 각자가 하는 가치 판단의 영역이다.
 
③ AZ 백신 접종 중단이 의대생과 환자에 미치는 파장

역시나 교육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 의료인들이 접종 대상자 중 우선순위가 된 것은 의료인들이 감염의 매개체가 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의대생들이 우선접종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는 점은 결국 여러 임상실습 과정 중 의대생들을 배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을 거라는 점이다. 실제로 중환자실에는 현재 의대생 출입이 불가하도록 지침을 내린 병원들이 존재하는 등 교육에 여러 어려움이 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 사태 중 임상 실습을 진행한 세대가 받은 교육의 질은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년보다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접종 계획이 여전히 없다고 한다. 내년까지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코로나19 사태의 일선에 당장 내년부터 배출될 의료인들 교육에 정부는 관심이 없다는 의미로 비치는 것 같아 정말이지 참담하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다고 해도 모든 의대생 교육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의대생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병원이라면 외래 진료, 회진, 수술 등 의사가 하는 모든 일에 의대생은 소극적으로나마 참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인 지금 임상 실습 과정 중 만나는 환자와 의대생은 서로가 서로에게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신 접종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의대생과 그 교육에 대한 고려가 없음을 넘어 환자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이다. 전국 의대생 숫자는 약 2만 명이고, 분명 대한민국 국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면 소수다. 그러니 고려 대상을 설정할 때 잘 보이지 않을 수 있고, 여러 정책과 입법 과정 중 고려되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 그로 인한 여러 설움도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 중 의대생 교육과 안위가 의대생 개개인의 교육과 안위 이상 의미를 지님에도 여전히 찬밥 신세임을 보면 정말 답답하다. 
 
④ 의대생을 넘어 30대 미만 전 국민 AZ 백신 접종 중단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앞서 ②에 묘사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백신 접종은 개인이 하는 선택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접종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은 아쉽다고 생각한다. 1차 데이터를 보고 결정을 내릴 시간과 역량이 모두에게는 없는 만큼, 개개인이 결정을 내리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이해하기 쉬운 2차 데이터와 부연 설명 자료들을 정부가 많이 발표해주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여러 개인과 기관들로부터 수많은 2차 데이터들도 쏟아지고 있으나, 해당 개인과 기관의 확증 편향을 강화(reinforce)하는 형태로 가공된 자료들도 다수 존재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근거 자료들도 여럿 존재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백신에 대한 합리적이지 못한 불신이 팽배해지는 경향도 분명 존재한다.
정부가 정치적, 행정적 의도 없이 객관적인 자료들만 발표한다는 전제하에 백신 접종 중단이 아니라 선택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많이 배포하는 형식을 택했더라면, 분명 본인처럼 접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소위 '더 권위적인 기관'이 발표한 접종 중단 결정에도 불구하고 접종을 계속 진행했더라면 일반인들 사이에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더 증폭됐을 수도 있고, 이는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해당 기관들이 속한 국가는 대체 백신들을 확보한 반면 대한민국은 지금 당장 그렇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면 더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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