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뽑으면 나가는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위기감'
교수들 "1차의료 수련 활성화 위해 교육기관 정책적·제도적 지원 보완 필요"
2023.09.20 05:25 댓글쓰기



"1차의료를 책임지는 가정의학과 의사 역할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전공의 기피현상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1차의료 수련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과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19일 국회에서 '고령화 시대 1차의료 강화, 가정의학과 역할과 미래는?'이라는 주제로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13개 대학, 15명의 가정의학과 교수가 참석해 가정의학과 전공의 지원 현황 및 미래 방향 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는 "병원 내에서 가정의학과는 살아남기 급급하다. 그동안 티오(TO·정원)를 채워오다 이번에 1년 차 2명, 2년 차 1명이 나갔다. 최악의 경우 내년에는 티오의 반도 채워지지 않을까 봐 많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선현 교수는 "우리 병원은 티오가 2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가 보충돼 2명이 됐다. 레지던트는 2년 차 1명이 있다"며 "아무리 전공의가 부족해도 열심히 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와야 장기적으로 존속이 가능한데, 수련 과정 실기시험 감독을 하다 보면 몇 년 전보다 퀄리티가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가정의학과가 살아남으려면 제도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정하 교수도 공감했다. 김 교수는 "우리 병원은 티오를 채워왔지만 정원 확보가 수련의 질과 관련이 있느냐는 별개 문제다"며 "올해는 1년 차 3명을 뽑았는데 두 달 만에 2명이 사직했다. 9월에는 뽑은 지 하루만에 사직했다. 들어왔다 중간에 나가는 것보다 정원을 못 채우는 게 나은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1차의료 효용성 검증할 수 있는 시범사업 가정의학과 주도 추진·분석"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최환석 교수는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최 교수는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외래는 1차의료 교육 측면에서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람이다. 가정의학과 외래를 통해 지도전문의 진료를 참관하고, 의과대학생과 전공의들이 1차의료를 접하고 교육받는 창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신현영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37개 대학(92.5%)에서 가정의학 과목이 개설돼 학생들에게 1차의료를 가르치고 있다. 의대생에게 1차의료를 가르치는 전임강사 이상 가정의학 교수 211명 중 125명(59%)은 상급종합병원, 86명(41%)은 종합병원과 병원에 소속돼 있다.


최 교수는 "미국의 경우 1차의료기관을 의원만으로 제한하지 않으며 교육 수련을 담당하는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외래도 1차의료기관 인증을 통과하면 1차의료기관으로 분류돼 보험사, 정부와 계약을 맺고 관련 수가와 인센티브를 적용받고 있으며, 학생과 전공의를 위한 1차의료 교육과 수련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1차의료 교육기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3차의료기관 가정의학과의 진료의뢰서 예외조항은 양질의 1차의료 전문의 양성과 배출을 위해 현행대로 유지돼야 하고, 상급종합병원평가 기준에서 경증(의원 중점 외래질병) 환자 비율 계산 시 가정의학과 환자는 제외해야 한다"며 "가정의학 관련 규제 완화 및 1차의료 인센티브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차의료 수련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최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들이 1차진료에서 경험해야 하는 환자들을 직접 만나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지원 필요하다"며 "병원평가 및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 1차진료 교육 운영 점수 가산 및 합당한 보상이 지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가 제안한 전공의 수련지원과 지원 장려 정책으로는 ▲전공의 수련과 수련담당 지도전문의 인력 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 ▲가정의학에 지원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보상 체계 개발 및 1차 진료 수가 정상화 ▲전공의 임금 지원과 보조인력 비용 지원 등이 있다.


최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1차의료 효용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가정의학과 주도로 추진하고, 시범사업 결과를 분석해 본 사업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의학에 대한 인식 전환 노력 필요"


대한가정의학회 수련위원회 박연철 수련 간사는 전공의 지원 대책 및 수련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밝혔다.


박 간사가 공개한 연도별 가정의학과 전공의 충원율(정규+별도)을 보면 2018년 98.4%에서 2022년 66.7%, 2023년 53.3%로 감소했다. 수도권지역은 99.5%에서 58.5%, 비수도권지역에서는 96.1%에서 42.4%로 줄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68.1%, 인천·경기 36.5%, 강원 42.9%, 광주·전북·전남 62.5%, 대구·경북 35.0%, 대전·세종·중북·중남 31.8%, 부산·울산·경남 44.1% 지원율을 기록했다.


박 간사는 "가정의학과 전공의 수련 불투명한 전망과 상대적으로 줄어든 혜택 탓에 전공의 지원이 줄었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인 요인으로 ▲내과 수련 3년제로 변경되면서 가장의학과 3년제 수련의 없어짐 ▲전공의 특별법으로 인한 타과 대비 수련 강도 표준화 ▲가정의학과 수련 이후 비전 수립 어려움 ▲일부 병원 등에서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단순한 노동 인력으로 소모되는 것에 대한 자괴감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파견수련에서 교육을 잘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을 꼽았다.


낮은 1차의료 관련 수가도 가정의학과 전공의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박 간사는 "2021년도 '4만3900원-4만6110원'으로 인상된 만성질환관리 수가는 가정의학과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요양수가는 최근 가산되기는 했으나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간사는 가정의학과 수련 활성화 방안으로 체계적인 펀딩 시스템 구축을 꼽았다. 그는 "민관 협력 모델을 기획하고 다양한 워크숍 및 세미나를 진행해야 한다"며 "가정의학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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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의학 09.30 15:05
    그냥 일반의 느낌이 나므로 아래 댓글과 같이 우선 가정을 빼고 과명을 바꿔야 한다. 가정에서 해결하지 왜 병원 가느냐는 느낌이다. 방사선과에서 영상의학과, 비뇨기과에서 비뇨의학과, 정신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등은 성공적으로 이름을 바꿨다
  • 가짜판사 09.21 07:31
    보통 일반사람들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라 하면 가정에 다니며 진료하나 이러고 전문의 취득해도 취업이나 개업이 어렵고 그래서 피부미용으로 많이 나가는데 그를바에 차라리 중포하고 미용한다. 가정의학과를 종합의학과로 바꾸면 그래도 일반인의 인식이 다를 수도 있다. 가정이 뭐고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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