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과 벌써 참담…옥죄기 정책 '전공의 확보' 요원
수술실 CCTV·의료인 면허취소 강화 등 악재 수두룩…당근책 효과 무색
2023.11.16 12:42 댓글쓰기



[기획 1] 전국 수련병원 '예비전공의 모집' 경쟁 후끈


[구교윤·최진호 기자/기획 2] 2024년도 전공의 모집 시즌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진료과목별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료인 면허 취소법 등 의료계 반감을 일으킨 법률이 등장하면서 기피과들은 일찍이 체념한 듯한 모습이었다.


특히 저출산, 저수가, 저충원 '3저(低)' 타격을 맞은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는 애당초 기대조차 않는 분위기다.


반면 소위 인기과로 불리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을 비롯해 정재영(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은 예년과 같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수술실 CCTV 등 의료계 옥죄는 규제…기피과는 당연한 수순


정부는 지난 9월 25일부터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수술실 CCTV 설치를 위무화 했다.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하며, 요청을 받은 의료기관 장은 법이 정한 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촬영해야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미리 환자나 보호자에게 사유를 설명하고, 이를 기록·보관해야 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기준 CCTV 의무화 대상 의료기관 2396개소 중 96.4%인 2310개소가 설치를 완료했다. 이들 의료기관이 보유한 수술실 총 7013개 중 6763개(96.4%)에 CCTV가 설치됐다.


문제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 되면서 기피과 심화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CCTV 설치 의무화는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를 부추기는 제도"라며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과거에는 학생들이 소신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필수의료를 하면 망한다'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산부인과라도 전공한다고 하면 가족들이 말리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CCTV 의무화는 당초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 방지 차원 시작됐지만 지금은 취지가 왜곡돼 의료 인프라 붕괴를 앞당기고 있다.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피과 의사들은 오는 11월 20일부터 시행을 앞둔 일명 '의사면허 취소법'을 두고도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특히 예년과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심리가 강하게 작용해 오히려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의료사고를 제외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면허를 취소토록 하는 의료법을 공포했다. 


기존 의료법에서는 의사면허 취소 사유를 '의료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법령에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 면허취소 사유가 된다.


범법을 저질러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이 면허를 재교부받기 위해서는 자비를 내고 사전 교육을 들어야 하며, 다시 면허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 권리 이해 등 관련 교육을 40시간 이상 받아야 한다.


시행은 오는 11월 20일부로 환자 본인 확인을 의무화하도록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도 1년의 유예기간 후 본격 시행된다.


오태윤 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강북삼성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은 "의대생이 의사를 하고싶어 하는 동기 자체를 박탈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의사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는 척결하는 게 마땅하지만 이를 선량한 의사에게 천편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지는 오래됐다.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많은 문제가 동시다발로 터지니 결국 의대 정원 확대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적책임 완화·적정보상 등 근본적 대책 필요


현재 정부도 필수의료를 포함해 비인과목 전공의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분만 의료에서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100% 보상토록 법률을 개정했다.


2013년부터 시행 중인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는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발생한 분만사고에 대해 최대 3000만원까지 보상하고, 그 재원은 국가와 의료기관이 7:3 비율로 분담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 5월 의료계 주장을 받아들여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가 100% 보상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최근에는 소아청소년 의료에도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 제도 적용을 검토 중이다. 현재 국회에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의료분쟁조정법'이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을 환영하면서도 전공의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소청과 전공의 절반 이상이 1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한다. 전공의들이 미래가 막막하다 보니 중도에 포기하거나 선택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적 부담 완화와 적정한 보상과 같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하지 않을 경우 전공의 기피 현상은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오태윤 전 이사장은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해 의료인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부과하지 않고 정부가 보상을 해준다면 기피과에 대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해당 법안이 소극적인 당근책에 그치지 않도록 소위 인기과보다 극명한 보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석 회장은 "전공의 기피 현상은 결국 의사들이 소신진료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해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데일리메디는 이번 2024년도 전공의 전형 역시 각 수련기관별 원서접수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보도는 원서접수 마감일인 12월 6일(레지던트) 오후 5시, 2022년 1월 26일(인턴) 오후 5시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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