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폐지하고 군의관 '민간병원 통폐합' 운영
군(軍) 의료 절체절명 위기, 해법은 '선택과 집중'…"국방부 폐쇄적 관행도 병폐"
2023.11.16 05:52 댓글쓰기

[서동준·임수민 기자]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정전 중인 분단국가임에도 총상 등을 다루는 군(軍)의학 발전은 더디게 진행됐다. 열악한 인프라는 군(軍)의료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정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군의료 개혁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고, 최근에는 의료인력난까지 겹치면서 우려감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11월 15일 2023년 특별기획으로 각계 전문가 및 국회, 주무부처 실무 책임자 등 관계자들을 초청해 군(軍)의료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열악한 인프라와 의료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데 인식하고 이를 위한 실천 방안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편집자주]


이번 좌담회에는 △서울대병원 박중신 진료부원장(좌장) △울산의대 박인숙 명예교수 △고려의대 안덕선 명예교수 △연세의대 유대현 전(前) 학장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관 △보건복지부 김지연 공공의료과장이 참석했다.


“공보의 폐지하고 군의관으로 통합 일원화”


의사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박인숙 명예교수는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없애고 군의관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박인숙 명예교수는 "1970년대 도입된 공보의 제도는 수명을 다했다"며 "공보의에 의존하는 공공의료는 명맥을 잃고 있다. 과감하게 군의관 체제로 통폐합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공보의 빈자리는 은퇴한 의사 등 민간영역에서 담당토록 해야 한다"며 "더 이상 늦춰지면 공공의료와 군의료 모두 붕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기 군의료 시스템 개선책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웬만한 질병과 부상은 근거리 민간병원에 위탁해야 한다. 현재 모든 군병원 운영을 고집하지 말고 우수한 군병원에 인력과 시설 등 집중하고, 수송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의사들, 군의관 복무 시간 낭비로 인식 확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안덕선 명예교수는 젊은 의료인들에게 있어 중요한 시기에 교육, 처우 등 어느 측면서도 이득이 없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안 교수는 “급여가 적어도 의사로서 좋은 경험과 경력을 쌓을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의관 복무기간 3년 동안 임상 경험은 민간병원 생활 1~2개월 정도의 경험치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취약지 복무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조사해서 인근에 의료기관이 있는 곳은 통폐합하는 등 규모 축소를 신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의관 사기 저하 심각, 지원자 수 절반 이하 줄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유대현 전(前) 학장은 "군의관들 사기 저하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체계적 시스템과 소통창구 부재 등의 이유로 군의료는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학교육협의회 설문조사 결과 군의관에 지원하겠다는 남자 의대생이 37%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반 사병이나 카투사 등으로 복무하겠다고 답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군 복무를 위해 휴학하는 의대생 숫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군병원과 민간병원 간 소통 부재로 전쟁 발발 시 부상자 치료 가이드라인이 없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유 전 학장은 "전시 상황에서 군의료체계는 모든 환자를 감당할 역량을 갖추지 못해 민간병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정작 민간병원은 그러한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군이 일방적으로 의료체계를 결정, 통보하기 때문이다. 전쟁 발생시 민간병원으로의 환자 이송과 부상자 수용 등에 대해 민간병원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의료, 적시성 떨어지고 질(質) 낮아"


집단생활이라는 특성상 군대는 감염에 취약하고 훈련으로 인한 사고·부상 위험, 고립된 환경 속 PTSD 발생 가능성 등으로 의료 수요가 높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군대 내 의료 수요는 높지만 군의료 만족도 조사결과를 보면 적시성이 떨어지고 의료 질이 낮다는 이유로 민간병원을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의료는 좋은 인력에서 시작되는데 군의관은 사병에 비해 긴 복무기간과 열악한 처우 등으로 젊은의사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군의료사령부 산하 12개 병원 대부분이 오지에 위치해 있는 것도 문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군병원 의료질과 접근성 등을 민간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의료와 공공의료 발생하는 문제점 유사"


보건복지부 김지연 공공의료과장은 "군의료 문제점은 공공의료나 의료취약지역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민간영역과 마찬가지로 군의료 역시 1차, 2차, 3차 등 모든 곳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1차 기관은 경직적 계급문화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2차는 소규모 병원 특유의 열악함 등을 갖고 있으며 3차 기관은 잘못된 역할 분담으로 쏠림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병원과 협력체계가 부족한 점 역시 문제"라며 "전시상황은 물론 평시에도 군인이 부상당했을 때 환자를 어디로 보내고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혼란이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지연 과장은 "인력확보 문제는 필수의료나 공공의료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며 "인력난으로 업무 부담이 높아지고 근무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댓글 9
답변 글쓰기
0 / 2000
  • 소백산님 11.20 11:43
    사병월급과 군의관 월급이 거의 같은데 복무기간이 2배라면, 군의관 가는게 이상한 사람인 상황입니다.
  • 보석 11.19 09:24
    정부나 국방부 국회 한심하다. 군의관안가는 추세가 심화되는데 뒷짐만 지고 있다. 군의관의 메리트가  없는 상황에서 누가 군의관가겠나. 과감히 복무기간 단축을 해야한다. 24개월로 단축해도 현역보다 6개월 더 근무하는거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비란다. 당장 의대생전공의들  여론조사해서 복무기간을 어느정도로 단축했을시 군의관으로 근무할지 여론조사해서 반영해야 한다.
  • 어차피의료파탄 11.16 18:46
    지금 좁디좁은 이땅에 남발된 수많은 권역외상센터를 3-4개 군의료기관으로구성하고 민간 의료까지 담당하게 했어야 했다. 대학들한테 나눠주기 하느라 제대로 구성도 안되고 그만큼 인력확보도 안되었다. 그리고 군의관들이 주로 배치되는 사단 의무대는 존재 이유가 거의 없다. 어차피 체력검정 소견서 같은거나 떼어주는 정도로만 쓰지 검사가 가능한게 없고 어차피 민간병원 보내달라고만 한다.  진짜 응급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정도의 기능만 남기고 다 없애야 한다. 이건 전투병과 이외의 모든 군 조직도 마찬가지다. 너무 쓸데없는 부서가 많다.
  • 보복부? 11.16 10:44
    보복부 과장은 괜히 공공의료랑 끼워맞추려고 되도않는소리를 하시네.. 각종 전문의가 강제차출되어 강제분배되는 환경이 어떻게 현 공공의료랑 같습니까. 인력난 업무부담 이런소리 하는것만 봐도 실질적인 고민 없이 현 보복부 스탠스에 끼워맞추기 하려는게 부끄러울정도로 보이는 발언이네요.
  • ㅋㅋㅋ 11.16 10:34
    발상은 좋은데 군 의료 얘기하는데 국방부 관계자는 한 명도 없네요. 이게 맞는건가요?
  • 박대진 11.16 11:33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국방부에 수 차례 요청을 했음에도 최종 불참 의사를 전해와서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나온 제언들이 큰 울림이 되길 기대합니다.
  • ㅇㅇ 11.16 09:59
    공중보건의 폐지 좋다. 시대착오적 포퓰리즘 정책 이제 중단할 때가 됐다.
  • 과객 11.16 09:43
    우리나라 의료의 전체적인 문제와 군 의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참 좋은 선제적 현상이고 이런 자리를 마련한 언론사의 예지력에 동의한다. 모두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군의료 만족도 조사결과를 보면 적시성이 떨어지고 의료 질이 낮다는 이유로 민간병원을 선호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선듯 동의하기 힘들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때 군의료의 질적, 양적 발전은 대단하다. 이 점을 간과하고 과거의 시각에 고착되어 있는 것은 곤란하다. 현역 군인이 민간 병원을 이용하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다. 긍적적인 측면에서는 현역 군인들의 진료 선택권 및 치료 시기의 적절성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공여를 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 군의료에 대한 불신도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왜곡과 편향된 시각 그리고 의료과소비라는 사회적인 큰 문제에 따른 일이기 때문에 군의료의 전반적이고 일반화된 문제로 적시하는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여하튼 이번 기회와 같이 좋은 의견을 개진하는 계기와 솔로몬의 지혜를 구할 수 있는 일은 우리나라 의료계의 발전적인 시스템 구축과 군 의료체계의 발전에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현실 11.16 07:52
    주변에 사병으로 입대할려고 휴학하는 의대생 선후배들이 많아졌다.

    복무기간도 거의 반이나 짧고 월급도 많이 올라서 장교라도 군의관 매력이 사라졌다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