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양성…'과기의전원' 설립 붐
카이스트·포스텍·유니스트·지스트·디지스트 경쟁···"단순 의대 아닌 새 모델"
2023.12.29 18:01 댓글쓰기



[기획 3] 기존 의과대학보다 후순위로 밀렸음에도 신설 의지가 뜨거운 것은 비단 지방자치단체 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무조건 안 된다”고 선을 긋지 않고 신설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과학기술특성화대학들도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이라는 새로운 의사 양성기관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가 과학기술의전원 설립에 박차를 가하며 의료계와 논의를 시작한 상황에서 올해 말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대구과학기술원(디지스트)도 대열에 합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년 10월 19일 충북대학교에서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회의를 주재,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달궈졌다.


윤 대통령은 “임상의사 뿐 아니라 관련 의과학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의료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스트는 10월 19일, 유니스트는 11월 2일, 디지스트는 11월 9일 이 같은 계획을 밝혔으며 지스트·포스텍·카이스트는 각각 50명, 유니스트는 40명 정원을 구상 중이다. 이들 희망 정원만 합쳐도 190명이다. 


과학기술특성화대학들의 자신감은 교원 창업 성과 및 우수한 연구 인프라 등에 기반한다. 


지스트·유니스트·디지스트 “지역 교육·연구 인프라 활용 차별화”


우선 지스트는 30~50명 정원 과기의전원을 설립할 계획인데, 학사 학위 소지자를 선발해 의무 석사과정을 거쳐 의사자격(MD)을 취득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의생명공학과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실적을 바탕으로 의사과학자를 키운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설립된 의생명공학과 박사 졸업생 67명 중 의사과학자는 20명이며 현재 졸업생 95%가 대학병원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교원 창업 성과는 박한수 교수가 지난 2015년 창업한 코스닥 상장사 지놈앤컴퍼니가 대표적이다. 


임기철 지스트 총장은 “고령화와 함께 팬데믹 사태 재발 예방에 대한 국제사회 협력은 결국 국가 차원 의사과학자 양성이 수반돼야 한다”며 “이들 양성에 요구되는 역량과 기반을 모두 갖춘 지스트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의대와 학술교류 협정을 맺고 의과학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오던 유니스트도 뛰어들었다. 


유니스트는 4년 동안 MD 교육으로 의사 자격을 취득한 뒤, 3년 동안 융합 의학 연구를 수행해 공학박사 학위(PhD)를 받는 7년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기존 임상 중심 교육이 아닌 의과학·의공학 과목 중심으로 운영한다. 


교원과 시설 확보에도 나선다. 부산 소재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협력하고, 울산시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트 구축에 나서면서 기초·임상전임 교원과 임상 교육 시설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용훈 유니스트 총장은 “공학을 아는 의사, 의학을 아는 공학자를 육성하면 바이오·게놈 분야에서 선도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스트도 지역 차별화 전략을 꺼내들었다. 디지스트는 “우수한 대구·경북 지역 인프라와 긴밀히 연계해 첨단바이오산업을 견인할 특성화 분야 의사과학자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차별화 전략은 현재 보유 중인 연구·교육 인프라다. 이에 과기의전원을 설립하면 이 인프라와 연계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대구·경북 지역에는 경북대·영남대·대구가톨릭대·계명대 등 4개의 의과대학과 대구대 한의과대학이 있다. 


한국한의약연구원·경북대 등과 공동연구·기술이전·심포지엄 개최 등의 형태로 의학 분야에서 협력해왔으며 한국뇌연구원을 부설연구기관으로 두고 있다.


국양 디지스트 총장은 “기존에 보여준 생명과학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이학·인공지능(AI)·로봇 등 공학 연구 분야 간 다학제적 접근으로 융합적 사고를 지닌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카이스트·포스텍 “의학·공학 교육 처음부터 병행해 의공학자 배출”


이들 학교보다 추진이 앞선 것은 카이스트와 포스텍이다.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학과장과 김철홍 포스텍 의과학대학원 책임교수는 금년 11월 데일리메디가 주최한 ‘의사과학자 양성 모색 정책좌담회’에서 청사진을 다시 피력했다. 


이들은 “의대생에게 처음부터 공학 분야가 강화된 교육을 시키는 실험을 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의대 중심 의사과학자 배출이 아닌 새로운 의학+공학 커리큘럼 도입 당위성을 주장했다. 


세계적으로도 의학과 공학의 융합 교육을 위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이들 학교가 총대를 메고 실험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MD-PhD 융합과정으로 운영되는 과기의전원을 2026년 개원코자 하는 카이스트 로드맵은 이미 구체화된 상태였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 발표 이전에는 금년 하반기 정원 배정 및 설립 인가를 받고 2024년 예비인증, 2025년 신입생 모집 등의 단계를 구상했지만 다소 밀리게 됐다. 


카이스트는 앞서 의료계와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 및 임상의사 복귀 방지책 등과 관련해 토론회를 주최해오다 금년 9월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의사공학자’ 양성 의지를 피력했다. 


과학과 공학을 기반으로 한 의학적 소양을 갖춘 자가 카이스트 과기의전원이 배출코자 하는 인재상이다.


카이스트는 “바이오의료는 더이상 제약사나 대형병원 전담분야가 아니다”며 “디지털의료라는 바이오의료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주축은 애플, 구글, IBM 아마존 등 빅테크다. 우리나라는 의사과학자와 의사공학자가 부족해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2009년 개원한 의과학대학원 역시 현재 18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소바젠·지놈인사이트테크놀로지·제이디바이오사이언스·티쎌로지·토르테라퓨틱스·온코크로스 등 교원 및 졸업생이 창업한 기업 성과도 두드러지는 점이 자신감의 기반이다. 


포스텍은 지자체·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 방문을 이끌어낼 뿐 아니라 지역 의료계와도 긴밀히 협의하면서 800병상 규모 스마트병원 및 과기의전원 설립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미 금년 2월 의과학대학원이 개원했고, 2028년까지 입학정원 50명 규모 8년 과정의 연구중심의대인 과기의전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김무환 前 포스텍 총장이 “정부 지원이 없어도 되니 허가만 해달라”는 의지를 피력한 점에서 적극성을 엿볼 수 있다.


포항시와 시민단체 역시 최근 의대 증원 기류에 맞춰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데, 근래 포항시민 1000여명과 지역구 의원이 모여 의대 설립 인가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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