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의사들이 꼽은 공통적 어려움 '법적분쟁'
의대생들은 이런 고충 어떻게 생각하며 또한 감내하고 '필수의료' 선택할까
2024.02.04 15:05 댓글쓰기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외과는 매년 저조한 전공의 충원율이 시사하는 일명 ‘기피과’이자 필수의료과다. 그렇다면 예비 의사인 의대생들 입장은 어떨까? 2월 3일 전국 의대생 50여명이 새학기를 앞두고 자신들 미래를 선명히 들여다보기 위해 모였다. 의대생 단체 투비닥터(To Be Doctor)는 서울 세바시X데마코홀에서 ‘필수의료 진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의대생들은 필수의료과 의사로서의 보람 및 어려움,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급여, 선택 계기 등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대한민국 필수의료 살리기라는 공동 목표를 두고 의료계·정부·정치권·시민사회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의 열정으로 반짝거렸던 현장을 데일리메디가 담아봤다. [편집자주]


김경훈 투비닥터 대표(서울아산병원 전공의)는 “필수의료 회생과 의대 증원 등 학업·의술에 헌신하는 우리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의대생들은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길을 먼저 걸어간 분들의 경험을 듣는 것”이라고 행사 개최 취지를 밝혔다.  


이날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외과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 의사들은 공통적인 어려움으로 ‘법적 분쟁 우려’를 꼽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다고 소개했다. 


소아 치료만이 주는 기쁨···한국은 소아과 의사가 더 필요해진다


2024년 전공의 충원율이 26%에 그치며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는 소아청소년과 세션에서 선배들은 되레 “전망이 밝다”고 다독였다. 


학생들은 보호자와 의견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법, 소아과 선택 계기, 소아과를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이를 좋아할수록 소아청소년과를 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의 진실 등에 대해 질문했다. 


이혜진 서울성모병원 조교수는 “생장력은 다른 과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소아청소년과만의 기쁨이다. 조금만 잘 치료해도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는 걸 보는 행복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과거 대비 전공의와 교수 간극을 메워줄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인력이 생겨났고, 비록 저출산 시대라도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하는 분위기 상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파도 활기찬 아이들 모습이 좋아서 소아과를 택한 양임용 아산키즈소아청소년과의원 대표원장은 “큰 사고가 적더라도 현장에선 사소한 부분이 법적 분쟁까지 번진다”며 “소아과 소생은 결국 정책이 핵심인데, 의료정책 하나하나에 학생들도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비난 화살 집중 응급실, 시험 문제 풀듯 즉각 처치·워라밸 공존 


근래들어 폭행사고 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와 함께 법적 책임소재 문제가 번번이 불거지는 응급의학과 근무환경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학생들은 응급실 현장 개선점,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적합한 성격, 이성을 잃은 환자를 대할 때, 환자와의 ‘라포’ 쌓는법, 환자들을 다룰 때 기준, 수련병원 선정 기준 등 가장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심보선 고대구로병원 임상강사와 허광렬 용인 다보스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도 환자가 사망하면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는 분위기다”며 “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심보선 임상강사는 “응급실에는 시험 문제를 푸는 것처럼 감별하고 필요한 검사를 해야 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즉각 처치를 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 선택했다”고 말했으며 허광렬 과장은 “평일에도 쉬거나 매월 여행을 가는 ‘워라밸’이 가능하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지식만큼 결단력 중요한 산부인과···폐경여성 비율 증가로 수요 상승  


마찬가지로 법적 위험부담이 큰 산부인과 세션에서 학생들은 산부인과에 적합한 성격과 역량, 법적분쟁 시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 의학적 처치와 환자의 신념이 충돌할 때 대처 방안 등에 대해 궁금해했다.

  

오상윤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부회장은 “제왕절개를 해야겠다고 결정하면 그대로 가야 한다. 지식보다 결단력이 중요한 게 산과 영역이고, 결정을 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국가책임제를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법적 분쟁에 대한 위험부담은 상당하다. 오상윤 부회장은 “의료인면허취소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면허 박탈 위기까지 놓여 있는데, 현재 산부인과는 위험은 크고 보상은 낮다”고 현실적인 상황도 전했다. 


이정음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생식내분비분과 임상강사는 “저출산과 관련해서 걱정이 많다. 그러나 평균수명은 늘어나는데 폐경 연령은 정해져 있어 그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계속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한 이유”라고 피력했다. 


모든 의료행위 능력 다 갖추는 외과···법적 지식 함양 필수 


외과 선배 의사들은 “외과는 의사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진료과”라고 강조했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회장(서울시의사회 부회장),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교수(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학생들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학생들은 외과는 힘든 과인가, 또한 외과의사로서의 손재주는 선천적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소송 위험 및 외과의사로서의 보람 등을 물었다. 


이세라 회장은 “외과는 모든 과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 능력을 다 갖춘다. 외과라는 타이틀을 달고 수술한다면 경쟁력이 되는 시대”라며 “타고난 손재주도 있지만 모든 전자제품·가구를 고치면서 감을 유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교수는 “밤새 수술하는 건 힘들지만 환자를 살렸을 때 만족감과 자부심은 비교할 수 없다”며 “과거 교수들에 집중됐던 민·형사 책임이 최근 전공의들에게로 번지고 있다. 법적 지식과 판결에 대한 인식을 갖고 의사생활을 시작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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