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위해 기도하는 전공의들을 악마화시켜"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서울의대 학생회장, 정부 향해 '억울함·분노감' 폭발
2024.04.30 19:35 댓글쓰기



사진출처 연합뉴스 

의정갈등이 10주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휴진을 선언한 날 서울대병원 전공의와 서울의대 학생이 정부를 향해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올바른 의료개혁 방향을 고민해왔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우리가 전국민의 공공의 적이 돼 버렸다”고 울분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30일을 휴진일로 정하고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긴급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의료대란 그 시작과 과정에 대해’ 세션에서는 서울의대 학생회장과 서울대병원 전공의가 발표자로 참석했다. 


혈액병원 내과에 근무했지만 현재는 사직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치료가 타협의 대상이 돼야 하는 게 고통스럽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는 자신에게 쏟아진 ‘정부가 의대 정원을 조정하면 복귀할 생각이 있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박 대표는 “현장 문제를 잘못 해결하기 위해 내세운 치료법을 조정하고 타협해야 하는가. 문제를 올바르게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게 의사 본질이다”고 말했다. 


이에 전공의들이 외치는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요구는 “정부 주장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진단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는 환자밖에 모른다. 정부도 진정성있는 태도 보여라 


그는 환자를 돌보면서 가슴 아파했던 경험을 쏟아내며 눈물을 보였다.


박 대표는 “내과 1년차때 주치의를 맡았던 환자에게 경과를 설명할 때 마다 환자가 매일 울었다”며 “나는 처음으로 간절하게 기도까지 했고, 환자 병상 커튼 앞까지 갔다가 커튼을 열지도 못하고 복도로 나와 심호흡하는 과정을 반복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내가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머릴 쥐어짜고,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 인사와 편지를 평생 가슴에 묻으면서 우리는 내일을 다짐한다”며 “그런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 국민과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공의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을 개선해달라는 게 박 대표의 요구다. 그는 “환자밖에 모르는 의사들처럼 정부도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대화 의지 전혀 없어 보인다. 위선·독선·오만함의 끝 


의대생도 ‘의대 정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전면 백지화’ 요구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민호 서울의대 학생회장은 정부 소통이 지극히 일방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례로 보건복지부와 의대생 대표 간담회가 올해 1월 13일로 예정돼 있어, 이 때 학생들 의견을 가감없이 전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일방적 통보로 간담회가 1월 27일로 연기됐다가 결국 취소됐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복지부는 정말로 학생들 의견을 듣고자 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위선, 독선, 오만함이 정부 행보를 표현하는 수식어”라고 날을 세웠다. 


학생들의 유효휴학신청 건수를 축소해 발표하고, 급기야 대학별 증원분을 자율조정할 수 있다고 발표하는 정부의 행보가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다는 게 김 회장 입장이다. 


김 회장은 “정부는 필수의료를 내세우면서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쳤다”면서 “학생들에게는 필수, 비필수 과목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필수의료라는 단어를 굳이 사용해서 비필수의료가 있는 양 곡해했다”고 지적했다. 


또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카데바’ 수급을 위해 해외 수입을 고려하고, 의대끼리 공유하면 된다고 발언한 데 대해 “의대생들 신뢰는 더욱 추락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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