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동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기에 여당도 "정원 동결을 전제로 교육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혀 정부 방침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 반발과 의대생·전공의들 복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오후 의대 학장들이 2026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3058명으로 동결하자는 데 대해 "국민의힘은 의대 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의대 학장들 건의 내용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의료계는 의과대학 학장들 건의를 적극 검토해 의대교육 체계를 바로잡아 나가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앞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달 17일 교육부에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024년 수준인 3058명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더불어 2027학년도 이후 총정원은 의료계와 합의, 구성한 의료인력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에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대한의학회·한국의학교육평가원·대한기초의학협의회·의학교육연수원·국립대학병원장협의회·사립대의료원협의회 등 8개 의료계 단체도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정원 동결을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5일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의 총장들이 모인 의대선진화를위한총장협의회(의총협)까지 가세하며 정원 동결론이 급물살을 탔다.
대학 총장들은 그간 의대 정원 확대를 적극 원했으나, 올해 의대 신입생들까지 수업 거부 움직임을 보이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민의힘은 정부, 대통령실과 6일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했다. 이 회의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회의 후 "학생들이 학교에 복귀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며 "의대 학장들이 내년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조정해 주면 학생들을 적극 설득해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건의했기 때문에 학생들 위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감정이나 자존심 싸움을 할 때가 아니라 학생들을 학교에 복귀시켜서 정상화하는 게 학생, 학부모, 의대, 국민들에게 모두 필요하니 저희도 양보하고 그 공을 의대 학생들에게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 동결에도 불확실한 의대생·전공의 복귀
의정갈등 1년만에 정부가 정원 동결을 받아들인 상황이지만,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복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2025학년도에 1509명이 증원된 만큼 2026학년도에는 의대 정원을 기존 3058명보다 적게 선발하거나 심지어 아예 선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도 정원 동결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의료계가 요구한 사항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전공의와 의대생 단체는 지난해 의정갈등이 촉발된 직후 각각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해 2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증원 계획 백지화와 의사 수 추계기구 설치를 포함해서 ▲전문의 채용 확대 ▲의료진 법적부담 완화 ▲수련환경 개선 ▲부당 명령 철회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 7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도 지난해 3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백지화와 함께 ▲의정합의체 구성 ▲의료정책 졸속 추진에 대한 사과 ▲의료진 법적책임 완화 ▲합리적 수가체계 마련 ▲의료전달 체계 확립 ▲인턴‧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자유로운 의사 표현 권리 보장 ▲휴학계 관련 공권력 남용 철회 등 대정부 요구안을 내놨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7가지 요구안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당연히 수반돼야 할 사항들"이라고 하는 등 지난 1년간 정부를 향해 요구안 수용을 지속 촉구했다.
의대협 역시 지난해 11월 대정부 요구안 관철을 목표로 올해 투쟁을 이어가기로 의결하고, 올해 초 구체적인 투쟁 방안으로 휴학을 결정했다.
지역 의대 A 교수는 "정부가 정원 동결을 결정한다 해도, 의료계 내부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정부가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한 의료계 내부의 반발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내년도 정원 확정에 앞서 올해 증원된 입학생들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우선 요구하고 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지난 1월 취임식에서도 "현 상태론 2025년 의대교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올해 의대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임시방편이 아닌 제대로 된 의대교육 마스터플랜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추계위가 의료계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따.
이처럼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동결이라는 방향을 잡으며 의정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제공하긴 했으나, 의료계 내부의 반발과 전공의·의대생들 복귀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