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출신 경영인 '자율 준수 정도 경영'
김철준 한독 사장
2014.06.01 20:00 댓글쓰기

과거 의약계의 관례와 같았던 리베이트. 하지만 유독 관련 이슈가 없었던 회사가 있다. 바로 한독. 그렇다면 국내 제약 ‘한독’이 지닌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한독 김철준 사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의사 출신 전문 경영인이다. 그가 의사였다는 사실은 의료계와 제약사 간 이해관계를 더욱 고찰할 수 있게 했고, 회사는 결국 제품력 향상 등을 통한 정도 경영을 선택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2007년 회사에 CP(자율준수 프로그램)를 도입하면서 타사보다 매출 성장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회사의 유통투명화 방침에 따라, 외국계 회사와의 합작사 설립과 국내 제약사 인수 등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대목으로, 공정 기업이 성공 열쇠를 쥘 수 있다는 표본이 된 셈이다. 김철준 사장[사진]을 만나, 그의 경영철학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얼마 전 비행기를 탔는데, 아픈 승객이 있어서 승무원이 ‘의사’를 찾더라. 그래서 나설지 고민했었다.”

 

다행히 당시 일은 잘 마무리됐다. 하지만 의사이면서 이미 오래 전 제약 인생(人生) 길에 올랐던 김철준 사장은 한참을 고민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은 엄연히 제약사 대표이사인 그다.

 

두가지 직무를 모두 경험한 김 사장은 의사와 환자 그리고 제약사 간 유기적인 관계를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한독을 리베이트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 회사로 이끌어 나갔다.

 

그만의 경영 철학은 한독 설립자인 故 김신권 명예회장의 뜻과 맥을 같이 한다. ‘정의’와 ‘신뢰’가 회사를 좋은 방향으로 인도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리베이트가 완전히 사라지기 위해선 압박정책보다 의료 ‘수가 인상’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의료계 현실을 보다 잘 이해하는 그이기에 언급할 수 있는 얘기다. 

 

Q. 한독은 이미 한 발 앞서 CP를 도입했다. 그 의미는  

 

A.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당장 7월부터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된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조치가 최선은 아니다. 한편으론 '얼마나 리베이트 근절이 어려웠으면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 제도가 정말 시행된다면 우리로서는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스스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독의 경우 ‘신뢰’와 ‘정직’이 핵심가치다. 故 김신권 명예회장의 투명 경영 바탕이기도 하다. 의약분업 이후 제약계에는 늘 리베이트 이슈가 있었다. 제약사들도 국민 건강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리베이트 제공은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부분이어서 내부적으로 철저히 근절 정책을 펼쳐왔다.

 

Q. 한독의 CP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A. 2007년 CP를 공식적으로 도입해왔다. 프로그램 정착가지 4~5년이 걸린 것 같다. 회사 경영위원회가 CP 관련 정책과 절차 등을 만들었는데, CP에는 5개 부서가 관여한다.

 

먼저 영업사원과 일반 사원들이 CP를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업무지원팀’이 있고, 재무적으로 돈의 쓰임이 적정한지를 감시하는 ‘재무팀’, 공정경쟁규약 준수를 위한 ‘법무팀’, 사후 감시를 위한 ‘감사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CP 교육을 맡는 ‘인사팀’이 있다. 여기엔 법무팀도 업무를 함께 진행한다. 이 모든 총괄은 사장이 한다. 그러면서 2007년부터 CP 전담 변호사도 고용했다.

 

Q. 의사 출신과 회사 CP 도입에 있어 상관성은

 

A. 의사이기 때문에 리베이트에 대한 부정적 이해가 더 성립될 수 있다. 제약사는 환자 건강을 위해 좋은 의약품을 만들어야 이윤이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과거 병원에서 근무할 때 의사들은 왜 리베이트를 받는가라고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결론은 하나다. 인정받는 회사는 뭔가 다르다. 그 만큼 좋은 제품을 잘 만들어내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Q. 리베이트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의약분업 전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당시 합법적인 부분은 아니었지만 관행적으로 의사에게 인정해줬던 일종의 ‘마진’이 있었다. 매출 할인 등으로 약값의 약 24.9% 규모가 그것이다. 그때는 병원에서 직접 약 조제도 하지 않았나. 정부가 당시 왜 관행적으로 인정을 했을까. 수가를 통제했기 때문에 의사들의 수익을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때문에 의사들은 약값의 24.9%가 원래 자신의 몫이라 생각을 자연스럽게 해올 수 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결국 리베이트 쌍벌제는 시행됐다. 하지만 반대로 수가 현실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의과대학에서 배우는 대로 지금 병원 경영 전선에 뛰어들면 절대 운영이 잘 되지 않는다. 비급여 진료 등이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베이트를 받기 쉬운 구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리베이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료 수가 현실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Q. 회사 내부적으로 CP를 강화하고 있다. 일선 영업사원들 불만이 클 것 같은데

 

A. 2007년 한독의 CP 도입 이후 이 프로그램이 정착하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왜 남들은 CP를 도입하지 않는데, 우리만 하는가’라는 영업사원들의 불만이었다. 이걸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리베이트는 결국 없어져야 하기 때문에 이 점을 적극 이해시켜왔다.

 

Q. CP 규율 준수에 대한 후속조치가 따로 있는가

 

A. CP 규율을 준수한 사람에겐 ‘상’을, 그렇지 않은 직원에겐 ‘벌’을 내린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 회사 방침이다. 분기마다 우수사원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전임직원이 모인 장소에서 1~10명 혹은 1~10개 팀이 상을 받는다. 동료나 팀장 혹은 관리자가 CP 준수 정도를 검토한 뒤, 경영위원회에 알리고 심사를 통해 우수사원을 선정한다. 아울러 연말에도 큰 시상식이 따로 있다. 수상 경력은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반면, CP 규율을 어긴 사람에겐 감봉과 강등, 경우에 따라서는 해고 조치도 이뤄져 왔다. 다만 실적이 안 좋다고 해고되는 경우는 없으나, 회사의 신뢰와 정직 두 경영철학을 어긴 사람에겐 벌이 관대하지 않다.

 

Q. 투명 경영이 최근 합작사 설립 및 제약사 인수 등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나

 

A. 과거 훽스트社와 합작사였을 당시, 배운 게 많았다. 투명경영을 이해했던 때이기도 하다. 명예회장의 가치관 역시 윤리경영이었기 때문에 훽스트와 협력 관계 구축이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그 동안 많은 기업들이 한독의 윤리경영 수준을 검토했다. CP 덕분에 파트너십을 맺겠다는 회사도 있었다. 테바와의 ‘한독테바’ 합작사 등도 한독의 투명경영과 CP 때문에 성사된 부분이다. 최근에는 파트너십 체결 등에 앞서 “한독은 ‘리베이트’ 안하나”라는 질문보다 “한독과 거래하는 게 안전하다”라는 의견이 더 많아졌다.

 

Q. 이러한 노력 끝에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월드클래스300’ 기업에도 선정됐는데

 

A. 회사의 비전 목표는 2024년까지 매출 2조원으로 국내 2위 그리고 세계 시장 50위권이다. 이번 월드클래스300 기업 선정으로 자금 지원과 인재 확보, 컨설팅 지원 등이 가능해졌다. 우리가 세운 매출 달성 목표 시점(2024년)을 보다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회사의 발전 목표는

 

A. 해외시장 개척이다. 좋은 제품과 자금,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다. 인재 확보는 현재 논의가 시작됐고, 자금 확보는 투자처 확립 등 자신이 있는 부분이다. 제품의 경우 단기적으로 ‘아마릴’과 ‘케토톱’ 등을 발판으로 수출 확장 계획을 갖고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개발 중인 신약들과 신의료기기 출시 등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M&A도 항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적절한 때가 오면 언제든지 기업 인수합병을 진행할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A. 제약사와 의료계 모두 어려운 시기다. 요즘 의사처럼 일을 많이 하는 때가 없었다. 의사들이 원칙대로 진료했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하루 빨리 정착됐으면 한다. 환자에게 이익이 되면 의사한테 좋고 의사가 좋으면 제약사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생긴다. 정부가 환자 중심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의사들의 수가 보전이 가장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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