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비용 칼 빼든 금감원 vs 제약·바이오업계 '긴장'
12일 2018년도 회계감리 업무 중점 추진사항 발표
2018.04.13 05:48 댓글쓰기

금융당국이 연구개발비에 대한 무형자산 회계처리로 논란이 된 제약·바이오업체들에 칼을 빼든다. '감리 착수' 소식이 알려지자 관련 주가가 하락하고, 해당 업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12일 브리핑을 갖고 '2018년 회계감리업무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 박권추 회계전문심의위원은 이 자리에서 "제약·바이오업체의 신약개발 관련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와 관련해 10개사를 감리 대상으로 선정하고 바로 감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0개사에는 코스닥 상장사 및 바이오업체는 물론 코스피 상장사와 제약업체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임상 1상 진입 전의 신약 개발 등에 대한 연구개발비를 자산 처리하거나 자산화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바이오업체가 우선 감리 대상으로 선정될 예정이다.

제약업체의 경우 자산화비율이 높지 않지만 사업 계획이 변경됐음에도 과거 자산으로 처리했던 부분에 대한 평가손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회사를 감리 대상으로 삼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감리 대상 기업 선정 및 조사 등은 모두 비밀로 이뤄진다"며 "감리가 진행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브리핑에서 셀트리온이나 차바이오텍이 포함되는지 묻는 질문에 '자산화 비율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내용이 간접적인 의사 표시라고 받아들여진 것 같다"며 "이제부터 감리 대상 선정기업을 검토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감리 결과, 회계 부정 등의 사실이 확인되면 과징금 부과, 감사인 지정에서 검찰 고발까지 중요도에 따른 제재조치가 내려진다.

금융당국의 대대적인 테마 감리 예고에 대해 제약·바이오업계는 '성장통'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타격이 큰 모습이다. 특히 규모가 작고, 기술 기반의 바이오벤처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테마감리는 제약사나 바이오업체들의 체질 개선을 위한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며 "기업 경영이나 회계처리를 투명하게 해 기업의 생리나 구조를 개선하는 좋은 채찍으로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과도기적 진통으로 좋은 면도 있지만, 벤처들은 보통 회계처리를 회계법인에 맡기는 편이라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며 "그러나 주식은 하락하고, 회사 이미지도 실추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리 대상으로 거론되는 '차바이오텍' 같은 업체는 차병원그룹과 같은 비빌 언덕이라도 있지만, 맨땅에 헤딩하듯 기술력 하나로 승부 보는 우리들은 이런 감리 이슈 하나에 회사가 휘청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날 금감원의 감리 예고 여파로 제약·바이오 주가가 대부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 의약품업종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5% 내린 15574.47에 마감했고 최근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3위로 뛰어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거래일 대비 1만9000원(-3.25%) 내린 5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1.6%), 메디톡스(-2%), 바이로메드(-9.51%), 에이치엘비(-6.96%) 등 시총 상위 종목이 대부분 내림세를 보였다. 

또 다른 바이오업체 관계자도 "바이오업체들의 경우 영세해 주가 방어나 외부 충격을 흡수할 만한 보호장치가 없다"며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토끼몰이식으로 갑자기 진행되는 감리 착수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업체를 회계범(犯)으로 모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직원이 갑작스럽게 이탈을 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고, 투자도 위축될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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