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연이은 악재···제조사 상대 소송 검토
생약제제 품목 보유 업체 '긴장'···의료계 '예견된 사안'
2018.06.27 07:17 댓글쓰기

식약처 제공[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일양약품이 잇따른 악재로 인해 시름이 깊다.

협심증치료제 '심경락 캡슐'에서 다량의 납이 검출되면서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위탁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이 '잔인한 6월'을 보내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 재인증에 탈락한 데 이어 일반의약품 '심경락캡슐'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이 검출돼 사용 중단 및 제품 회수가 이뤄지고 있다.

일양약품은 이번 사건에 대해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심경락캡슐이 일양약품의 제품이긴 하지만, 제조사인 '경진제약사'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경진제약이 원료를 공급받은 미륭생약이 제조·품질관리 기준(GMP)에 부합하지 않은 장소에서 의약품을 생산하고 생산기록 등 관련 서류를 허위 작성한 것으로 식약처가 확인했기 때문이다. 

미륭생약은 지난해에도 한약재(미륭백화사설초)에서 기준치가 넘는 카드뮴이 적발돼 3개월 제조업무 정지처분을 받았으며, 2015년에도 약사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우리는 제품 생산과 관련한 업무를 제조사에 위탁해왔다"며 "식약처 발표 내용을 보면 심경락캡슐에 쓰인 미륭생약의 '미륭수질'과 '미륭선퇴'가 납을 다량 함유하게 된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약처의 사용중지 및 회수 조치에 적극 협력하고 있으며, 앞으로 위탁 제약사 관리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며 "하지만 피해를 발생시킨 제조사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생약(한약) 제제로 의약품을 제조, 판매하는 제약사들도 덩달아 긴장한 표정이다. 위탁 제조사 관리에 신경을 더 써야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생약 제제 의약품을 다수 보유한 A제약사 관계자는 "경진제약과 미륭생약은 이 사건 이전에도 생약제제에서 문제가 발생해 행정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며 "그래서 업계에서 소문이 좋지 않은 업체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위탁 제약사가 잘못했다고 해도 결국 완제 의약품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에서 일양약품이 자유로울 수 없다"며 "우리도 이번 사건을 보면서 위탁 제조사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생약 제제를 쓴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을 보유, 연구개발 중인데 일양약품 사건을 보면서 시스템 점검 및 관리를 강화해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공정과정은 물론 완제품 검사를 꼼꼼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제하거나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언제든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런 사건이 한 번 터지면 힘들게 쌓은 좋은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져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의료계는 이번 사건을 보며 상당수가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그동안 생약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고 문제제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생약제제의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갱년기 치료제에 주로 들어가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승마, 이소플라본 등의 추출물들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약물들의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부 효능을 보인 연구 결과도 일관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식약처는 생약 제제 의약품에 대한 허가 심사를 보다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도 "생약제제는 경험을 통해 안전하면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며 "근거중심 의학이 발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보면 아이러니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물론 모든 생약제제가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선택지가 있다면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협심증치료제에 납 성분이 기준치보다 많은 양이 포함됐다는 이번 발표는 이런 우려를 강화시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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