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한미·유한·SK 고위임원→바이오 새 둥지
이병건·김재식·남수연 등 이동 활발
2018.05.28 05:20 댓글쓰기

국내 제약사에서 활약했던 임원들이 바이오벤처에 새 둥지를 트는 사례가 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 한미약품, 유한양행, SK케미칼 등 국내 상위 제약사 임원들이 잇달아 바이오벤처로 거취를 옮기고 있다. 이들은 재무, 경영지원,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병건 전(前) 종근당 부회장은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전문기업 SCM생명과학의 신임대표로 최근 선임됐다.
 

이 신임 대표는 SCM생명과학에서 해외사업개발과 기술이전 등 회사 글로벌 사업과 관련한 전반 업무를 총괄한다.
 

그는 서울대 공대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친 후 라이스대학에서 의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LG연구소 안전성센터장, 삼양사 초대 의약사업 본부장, 미국 익스프레션 제네틱스 CEO 등을 거쳤고 2004년 녹십자로 자리를 옮겨 녹십자,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뒤 2017년 종근당 부회장을 역임했다.
 
SCM생명과학은 “실무와 글로벌 네트워크에 강점을 지닌 전문경영인 영입으로 기술수출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대형 제약사 핵심인력이 바이오제약사로 이동하는 현상은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져왔다.

김재식 前 한미사이언스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바이오벤처기업 에빅스젠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 전 부사장은 에빅스젠에서 기존 유지창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돼 경영관리 업무 전반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삼일PWC 컨설팅 전무 등을 지낸 M&A 전문가다. 대웅제약과 인연을 맺으면서 제약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대웅제약 경영기획본부장 등을 맡으며 한올바이오파마 인수 작업을 총괄했다.

이후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CFO로 이동, 제이브이엠 인수를 완료했다. 재무 및 회계 관련 조직개편과 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러나 그는 항암신약 올리타의 계약파기 공시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거취를 고민하던 김 전 부사장은 글로벌 혁신신약 기업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벤처 '에빅스젠'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M&A 및 재무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해 에빅스젠의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제약사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직접 회사를 창업한 사례도 있다.

남수연 前 유한양행 연구소장(전무)은 바이오벤처기업 '인츠바이오'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 연구를 비롯해 임상연구 수행 등의 사업을 한다.
 
의사 출신인 남 전 소장은 로슈에서 의학부 책임자와 BMS의 의학사업부 이사 등을 지냈다. 이후 국내 제약사인 유한양행 연구소장으로 거취를 옮겼다.

유한양행에서 국산 신약 개발에 매진했던 그는 퇴행성 디스크치료제 후보물질 'YH-14618'의 임상 중단과 맞물려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회사를 떠난 뒤 기업가로 재기했다.

김훈택 전 SK케미칼 혁신R&D센터장(상무)도 혈우병 치료를 위한 신약 물질을 개발하는 '티움바이오'를 지난해 창업했다. 합성 및 바이오신약 연구를 담당하던 SK케미칼의 '혁신 R&D 센터'가 분사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티움바이오는 설립 1년 반만에 총 355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투자에 참여한 KTB네트워크, 산업은행, 키움증권 등 9개 기관투자자들은 그의 신약개발 성공 경험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대표는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 개발해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 받은 경험이 있다. 이번에 지원 받은 투자금은 회사가 개발 중인 자궁내막증 신약물질 'NCE403' 임상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처럼 제약과 바이오 분야 간 인력 이동이 활발하게 된 배경은 제약·바이오업계의 해외시장 진출과 맞물려 있다.

신약 개발 및 기술 이전이 이뤄지면서, 관련 경험을 보유한 인재 확보가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바이오업계에 중요한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 노하우가 필요한 바이오벤처로선 라이선스 아웃, 신약 후보물질 개발 등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인재 영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형 제약사 임원들도 덩치가 너무 커서 혁신이 어려운 조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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