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탈모약으로 사용되는 피나스테리드(프로페시아) 제제가 정신적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환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연구는 153개국 여러 약제의 부작용 사례가 수집된 데이터베이스(VigiBase) 중 피나스테리드와 관련된 이상반응을 분석한 내용이다.
해당 결과에서 탈모 치료 목적으로 약을 복용한 45세 이하 남성들에서 자살 생각이나 우울증 등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계적 의미일 뿐 임상적인 인과 관계는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한모발학회 의무이사 및 대한모발이식학회 간행이사로 일하고 있는 박병철 교수(단국대학교 병원 피부과)[사진]는 “어떠한 약도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다. 편협한 생각으로 약을 중단하는 것은 더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피나스테리드 역시 마찬가지”라고 입장을 전했다.
특정 조건인 ‘45세 이하의 피나스테리드 1mg 복용자’라는 단면적 분석에 의한 통계적 의미가 있다는 것은 그것을 분석한 방법에서의 통계적 의미일 뿐, 임상적인 인과 관계는 다른 문제라는 설명이다.
해당 논문의 편집자 사설에서도 이번 연구가 정신적 이상반응과 피나스테리드의 인과 관계에 대해 약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을 경우 잘못된 해석 유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피나스테리드 부작용에 대해 본격적으로 언급된 2012년을 기점으로 이 같은 보고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것은 해당 연구에 사용된 원본 데이터에 편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박 교수는 “피나스테리드를 포함한 탈모 치료제 부작용은 노시보 효과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구도 부작용 위험에 대한 환자들의 우려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나스테리드 부작용 ‘노시보 효과’ 영향 커, 지나친 경계는 금물"
"높은 안전성과 효능으로 남성형 탈모 치료 가이드라인서 권장되는 약물"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는 플라시보 효과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환자가 부작용을 인지하고 약을 복용했을 때 심리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부작용을 말한다.
탈모 치료제로 사용되는 피나스테리드의 성기능 부작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약물 복용 전(前) 성기능 부작용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환자군이 그렇지 않았던 환자군에 비해 성기능 부작용을 호소하는 비율이 약 3배 이상 높았다.
박 교수는 “피나스테리드가 우울증 등 부정적 심리 변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전부터 언급됐던 내용”이라며 “매일 탈모 환자들을 진료하는 전문의로서 정신적인 부작용에 대해 진료시 주의를 갖지만 인과관계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나스테리드는 이미 안전성이 증명된 약물이기도 하고, 해당 연구가 다른 교란 변수(연구 결과 도출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요인)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번 발표로 피나스테리드 1mg 복용과 정신적 이상 반응의 인과 관계를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피나스테리드 1mg은 5알파 환원효소 작용을 차단, 남성형 탈모를 유발하는 DHT(dihydrotestosterone)의 생성을 방해, 탈모 증상을 예방 및 완화하는 기전의 경구용 탈모 치료제다.
현재 아시아, 일본, 유럽 남성형 탈모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남성형 탈모 치료에 1차적으로 권장된다. 국내에서는 2000년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20년 넘게 탈모 환자에 사용된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는 20년 가깝게 수많은 탈모 환자에게 피나스테리드 1mg이 처방됐음에도 정신과 관련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만에 하나 이 약제에 의해 부작용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거의 대부분 가역적 증상이기에 약 복용을 중단하면 정상화된다”면서 “다년간 안전성이 증명된 약제이기에 지나친 걱정보다는 의료진의 설명과 가이드를 따라 적절한 치료를 이어 가는게 좋다”고 덧붙였다.